070 초역 채근담
연말연시에는
도시 곳곳에 봉사의 물결이 이어집니다.
기부한 물품은 보기 좋게 진열되고
사진은 빠질 수 없습니다.
누가 왔는지,
무엇을 했는지,
기록이 남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부자 명단에 이름이 빠졌다고
분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기부가 아니라,
실적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채근담》은 이렇게 말합니다.
“남에게 무언가를 베풀 때,
속으로는 자기가 했다는 생각을 지우고,
겉으로는 감사나 보답을 바라지 말라.
그럴 때, 비록 작은 베풂일지라도
그 가치는 헤아릴 수 없이 크다.”
성경에도 이런 말이 있습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조용히 이름을 감추고
거액을 기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생 어렵게 모은 돈을
기꺼이 내어놓는 이들.
말없이 건네는 그 마음이,
천사와도 같습니다.
《채근담》은 다시 말합니다.
“무언가를 베풀면서
그로 인해 자신에게 이익이 돌아오길 바라거나
보답을 기대한다면,
아무리 큰돈을 써도
한 푼의 가치도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했다고 분노하는 장면을 본 적 있습니다.
“내가 어떻게 번 돈인데...”
하지만 그 돈은
높은 이자를 바라고 내어준 ‘투자’였습니다.
주식처럼,
수익을 바랐으나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입니다.
누군가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돈을 내어놓기도 합니다.
받지 못했을 때 아쉬운 것은
마음속 어딘가에 ‘보답’을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에게는 이렇게 말합니다.
“돈을 빌려주려면,
받을 생각을 하지 마라.”
일단 내 손을 떠난 돈은
더는 내 돈이 아닙니다.
그 마음을 갖는 순간,
베풂은 자유로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