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지금이 시작인지도 모릅니다.

071 초역 채근담

by 무공 김낙범

"성질이 급하고 거친 사람은 타오르는 불과 같아
만나는 사람마다 겁에 질리게 만든다.
인정머리가 없는 사람은 차가운 얼음장 같아
주위 사람을 오싹하게 만든다.
앞뒤가 막히고 고집이 센 사람은
고인 물이나 썩은 나무처럼 주변의 활력을 앗아간다."


오늘의 채근담 문장을 보며 나에게 물어봅니다.
나는 얼마나 자주 조급해했는가?
무심한 말과 차가운 태도로 누군가를 밀어낸 적은 없었는가?
고집에 갇혀 타인의 마음을 외면한 적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조금씩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조급했던 어떤 결정은 내게 손해로 돌아왔고,
냉정했던 말 한마디는 관계의 온도를 낮췄다.
고집스럽게 내 입장만 고수하다 대화의 문을 닫아버린 일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모든 행동이 결국 나 자신을 가장 어렵게 만든다는 걸.


넘어진 사람을 지나친 날,
속도를 조절하지 못해 충돌했던 날,
고인 물처럼 굳어버린 내 사고방식이
삶의 흐름을 막고 있었다는 걸.


채근담은 다시 말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성공도, 행복도 손에 넣기 어렵다.”


이 문장 앞에서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나는 왜 그토록 조급했을까?
왜 인정과 여유를 미루었을까?
왜 내 생각만이 옳다고 믿었을까?


이제는 알 것 같아요.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막고 있었다는 걸.


그래서 요즘 나는,
하루에 한 번 나를 들여다봅니다.
성찰이란 이름으로, 사색이란 그릇에
나를 담아 다시 꺼내봅니다.


이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지금이 시작인지도 모릅니다.


불은 다듬고,

얼음은 녹이고,

고인 물엔 바람을 들이며

오늘도, 그렇게 한 줄을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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