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로 한 일인데, 원망으로 돌아왔어

073 초역 채근담

by 무공 김낙범

우리 옆집에는 노인이 한 분 사십니다.
홀로 계시고, 몸이 불편하셔서
문 앞에 놓인 우유팩 하나를 드는 것도
한참이 걸리는 분입니다.


마님과 나는 마음을 모아
그분 댁 청소를 해드리기로 했습니다.
“정말 괜찮아요.”


극구 사양하시는 노인을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러운 말로
겨우 설득해 냈습니다.


작은 집 안에는 때가 눌어붙어 있었습니다.
곰팡이와 먼지, 한쪽에 쌓인 종이와 쓰레기들.
손을 대는 족족, 숨통이 트이는 듯해
우리는 땀을 흘리며 웃었습니다.


며칠 뒤, 노인이 우리 집을 찾아왔습니다.
“욕실에 있던 바가지가 안 보여.”
순간,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금이 가고 한쪽이 깨진,
그래서 버리기에 망설임 없었던 그 바가지.


“그거요, 깨져 있어서 버렸어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노인의 얼굴이 붉어집니다.


“아직 쓸 만했는데! 왜 버려요!”
그분의 목소리는 높았고,
우리는 얼떨결에 새 바가지를 사서 드렸습니다.


그날 밤, 마님이 말했다.
“다신 안 해. 그럴 줄 알았으면 그냥 둘 걸.”
그 말이 꽤 오래 가슴에 남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채근담에도 그런 구절이 있습니다.
“선의로 한 일도, 도리어 원망을 살 수 있다.”


우리는 도와준다고 했지만,
그분의 입장에서 보면
‘소중한 것 하나’를 묻지도 않고 치운 셈입니다.


그것이 깨진 바가지였든,
닳은 양말이었든,
삶 속에서 그가 익숙해 있던 어떤 것이었다면.


“버리기 전에 여쭤볼걸.”

뒤늦은 후회가 천천히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조용히 찾아온 감정 하나.
이름 붙이기 어려운 감정.
그저 쓸쓸함만이 남을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도움을 주었다는 이유로
상대의 감정을 지나치곤 합니다.


바가지는 깨졌을지 몰라도,
그 마음은 아직, 쓰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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