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 초역 채근담
열대야가 기승을 부립니다.
창문을 조금 열었지만,
건물은 식지 않았습니다.
그런 밤은 잠이 오지 않는다.
몸을 뒤척이는 전전반측(輾轉反側)의 밤
몸이 아니라 마음이 더 그렇습니다.
머릿속은 잠들 줄 모릅니다.
하나의 생각이 꼬리를 물면,
그다음 생각은 결코 멀리 있지 않습니다.
마음은 조용히 끌려 다니고
어느새, 나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채근담은 말합니다.
"깊은 밤, 모두가 잠자리에 들어 고요한 때
자신의 마음과 마주하라.
그러면 수많은 번뇌가 사라지고
깨끗한 진짜 마음이 보인다.
참된 마음은 느긋하고 자유롭다."
'마음을 마주하라'는 말이 유독 마음에 남습니다.
하지만 정작 나는 묻는다.
"도대체 어떻게 마음을 마주한단 말인가."
눈을 감고 마음을 바라보려 해도,
잡히지 않는 마음.
혼란과 번뇌만이 뿌연 안개처럼 피어오릅니다.
채근담은 다시 말합니다.
"참된 마음이 나타나도
번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그때 비로소 진정으로 자신을 반성할 수 있다."
마음을 보지 못하는 밤에도
한 가지는 분명히 알겠습니다.
우리는 번뇌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비로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는 것을.
마음을 마주하지 못해도,
참된 마음이 무엇인지 몰라도,
그런 나 자신을 마주할 수는 있습니다.
"아하, 이제야 보인다."
이것이 지금의 내 마음임을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