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 초역 채근담
채근담은 이렇게 말합니다.
무언가를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그 순간 단호히 멈춰야 한다.
고민하며 시기를 미루면,
결국 평생 그만두지 못한다고.
이 말을 삶에서 증명했습니다.
수십 년간 피워 온 담배를
단 하루, 단 한순간에 끊었으니까요.
그날은 한겨울이었습니다.
하늘은 잿빛이었고,
바람은 뺨을 베듯 매서웠습니다.
습관처럼 담배를 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찬 공기가 콧속 깊이 스며들며 숨이 턱 막혔습니다.
성냥불을 켜려 했지만,
바람은 번번이 불꽃을 집어삼켰습니다.
손가락은 차갑게 굳어져 불을 붙이는 일조차 버거웠습니다.
간신히 불을 붙여 첫 연기를 들이마셨을 때,
그 연기가 차가운 공기 속에서 희뿌옇게 흩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마음속에서 날카로운 질문이 일었습니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담배를 피워야 하나?
그 생각은 순식간에
무겁고도 깊은 자괴감으로 번졌습니다.
겨울바람 속에 흩날리는 연기가
마치 제 한심한 집착을 비웃는 듯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담배를 땅에 떨어뜨렸습니다.
발로 단단히 밟아 껐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와 주머니 속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동료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습니다.
나, 담배 끊었어.
그의 표정에는
믿기 힘들다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시선이 주는 묘한 쾌감을 느꼈습니다.
그래, 바로 이거야.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담배 냄새조차 싫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날의 결심이 단호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채근담의 말처럼,
결심한 순간이 가장 강력한 때입니다.
그 마음이 식기 전에 과감히 멈춰야 합니다.
인생에서 어떤 변화를 원한다면,
오랜 준비보다 중요한 건 그 순간의 결단일지도 모릅니다.
그날의 겨울바람이 새로운 숨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담배라는 사슬에서 풀려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