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3 초역 채근담
채근담은 이렇게 말합니다.
깊은 숲 속 냇가를 거닐다 보면
나쁜 습관에 물든 마음이 저절로 씻겨나가고,
시와 그림을 느긋하게 즐기다 보면
속세에 찌든 기운이 사라진다.
이 구절을 읽고 있노라니
블로그 이웃 봄버들 님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캠핑카를 몰고 숲 속으로 향하는 그들 부부,
계곡에 발을 담그고 풀벌레와 대화를 나누며,
막걸리 한 잔에 시흥을 돋우는 그들의 여행.
그 모습은 누가 보아도 신선이라 부를 만합니다.
저는 본래 자연을 좋아합니다.
그래서인지,
그 부부의 자유로운 여행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부러움이 마음속에서 살짝 고개를 듭니다.
우리도 차박 여행 한번 해볼까?
언제 갈 건데?
지금이라도 가지 뭐!
T형 성향의 마님은
여행 계획을 세우느라 한참 분주합니다.
저는 그런 계획 없이 떠나는 맛을 좋아하는데 말이지요.
채근담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취미에 마음을 빼앗겨
본래의 뜻을 잃어서는 안 되지만,
의식적으로 환경을 바꿔
마음을 가다듬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가끔 취미라는 이름 아래
목적과 수단을 뒤바꾸곤 합니다.
즐거움이 삶의 양념이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그 양념이
모든 것을 지배해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환경을 바꿔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숲 속 냇가에서 발을 담그고,
하늘을 가르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며,
책 한 권을 펼쳐 들고 사색에 잠겨보는 재미.
그 순간만큼은
우리가 잠시 신선이 될 수 있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자연과 벗하며 숨 고르기 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