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세상 속으로 나아갔습니다.

두문불출(杜門不出)

by 무공 김낙범

어제는 강풍이 매서운 날이었습니다.

산책을 하러 나갔다가 100m도 못 가서 다시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북풍한설이 마치 태풍처럼 몰아쳐 몸을 가누기조차 어려웠습니다.

뉴스에서는 강풍으로 인한 피해를 보도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의성에서 산불로 인해 마을이 대피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치 내 일처럼 걱정이 되더군요.

이런 날은 두문불출(杜門不出)이 상책입니다.



두문불출(杜門不出)은 문을 닫고 나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집에만 머물며 바깥출입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며, 세상 일에 관여하지 않고 은둔하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경기도 개풍군에는 두문동이 있습니다.

이곳은 조선 건국 후 고려 유신 72명이 은둔하며 살았던 곳입니다.

그들은 새 왕조에 충성을 거부하고 죽을 때까지 그곳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이처럼 두문불출은 문을 닫고 세상과 단절한 채 학문에 전념하거나, 은둔하는 선비의 모습을 상징합니다.



나도 한때 두문불출의 시기가 있었습니다.

정신적으로 방황하던 시절, 세상과 인연을 끊고 방 안에만 있었습니다.

뉴스도 보지 않고 사람들을 만나지도 않았습니다.

책을 읽고 잠을 자는 생활이 수개월 동안 이어졌습니다.

어느 날 창밖에 비치는 햇빛을 바라보다, 문득 바깥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휘청거리는 다리를 겨우 이끌고 나간 밖의 세상, 거리의 풍경을 보며 삶을 되새겼습니다.

보도블록 사이를 기어가는 개미를 보며, 개미도 움직이며 사는 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세상 속으로 나아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