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미뤄두었던 그 첫 발걸음

천재일우(千載一遇)

by 무공 김낙범

산책을 하며 골똘히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앞에서 캐리어를 끌고 오는 여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온몸에 피곤이 가득 밴 모습이 외국에서 막 돌아온 듯 보였습니다.

그제야 나는 한 번도 외국 땅을 밟아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좀처럼 얻기 어렵다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끝내 붙잡지 못했던 것입니다.

직장에 다닐 때는 감히 외국행을 꿈꿀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휴일에도 일을 놓지 못했고, 제대로 된 휴가 한 번 누리지 못하는 형편에 해외여행은 그야말로 감히 생각도 못하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습니다.

그래도 은퇴 후에는 꼭 세계 일주를 해보리라는 다짐으로 여권을 만들고 미국 비자까지 받아두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은퇴를 하고 나서도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고, 결국 비자는 만기가 지나버렸습니다.

아들들이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시아라도 다녀오라고 권했지만, 그마저도 용기가 나지 않아 번번이 국내 여행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언젠가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온다면, 그때는 비행기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바라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이번 설에 아들들이 중국 여행을 함께 가자고 제안해 왔습니다.

어쩌면 이번이야말로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그 첫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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