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가 되겠다는 꿈

언감생심(焉敢生心)

by 무공 김낙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란 "어찌 감히 그런 마음을 품는가"라는 뜻입니다.

마음조차 내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분수에 맞지 않은 것을 바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고교 시절, 나는 친구를 따라간 성당에서 근엄한 신부님을 보고 성직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 마음을 나는 부모님에게 거침없이 털어놓았지만, 부모님은 "언감생심, 어찌 그런 마음을 품느냐"라며 놀라워하셨습니다.

"그건 네 길이 아니다." 부모님은 조용히 그렇게 말씀하시며 나를 타일렀습니다.

"너는 장남이니 결혼해서 예쁜 자식 낳고 대를 이어야 한다."라는 말씀도 덧붙이셨지만, 당시의 나는 그 말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절에 다니시던 부모님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나는 성당에 나갔고, 신부님께 내 꿈을 이야기했습니다.

신부님은 먼저 교리를 배우는 학습 과정을 밟아보라고 권하셨습니다.

성당에서 학습을 받으며 가톨릭 합창단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그만큼 학교 공부는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성적이 눈에 띄게 떨어지자 아버지는 급기야 회초리를 드셨고, 어머니는 성경 책을 아궁이에 던졌습니다.

그 장면은 내가 품었던 현실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었는지를 뼈아프게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신부가 되겠다는 꿈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졌고, 나는 다시 학생이라는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모든 바람이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꿈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고, 어떤 도전은 실패로 남게 됩니다.

그러나 언감생심이라는 말로 시작조차 하지 않은 삶과, 비록 실패했을지라도 한 번쯤 마음을 내어본 삶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나는 이제 언감생심이라는 말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그것은 영원한 금지의 선언이 아니라, 어쩌면 두려움을 극복하라는 준엄한 계시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그 말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마음속에 떠오르는 순간을 알아차리는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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