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화수월(鏡花水月)
새벽 산책길을 걷다 보니, 연못 표면에 비친 달그림자가 잔잔한 물결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또렷하게 보이다가도 바람이 불면 물결 따라 달은 흔들렸습니다.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은 모습을 보다가 경화수월(鏡花水月)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습니다.
경화수월은 물속에 잠긴 달은 거울 속의 꽃처럼 볼 수는 있어도 잡을 수는 없는 것에 비유합니다.
옛 시인들은 이 표현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시에는 해석할 수 있는 것과 해석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굳이 해석할 필요는 없다. 만약 물에 비친 달과 거울에 비친 꽃이라면 그 자취에 구애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거울에 비친 꽃은 실제 꽃보다 더 선명해 보이지만 만질 수 없고, 물에 비친 달은 손을 뻗는 순간 물결에 흩어져 버립니다.
이는 정답처럼 해석하려고 애쓰기보다 이해되는 만큼만 받아들이라는 말입니다.
삶에서도 이런 순간들이 있습니다. 붙잡을 수 없는 아름다움은 그냥 바라보아야만 합니다. 억지로 집착하며 붙잡려고 할수록 멀어지는 것들입니다.
나에게도 경화수월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주역』을 배울 적에 심오한 뜻은 마치 물에 비친 달그림자와 같았습니다.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의미에 집착하며 한숨을 내쉬곤 했습니다.
그때, 지금은 작고하신 스승님께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잡히지 않는 걸 억지로 잡으려고 애쓰지 말게나. 그저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을 인정하면 된다네."
당시에는 그 말의 뜻을 몰랐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그 뜻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연못에 비친 달그림자는 마치 우리의 마음과도 같습니다.
삶에는 잡히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사라지는 인연, 지나가는 기회, 완벽함에 대한 욕심.
그러한 것들은 모두 시간이 지나면 달그림자가 사라지듯 희미해져 버립니다.
지금 그것이 손에 잡히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바라보고 느끼고 흘려보내다 보면 마음속에 드리운 달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잡으려고 집착하기보다, 그저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