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리뷰]다 무슨 소용인가 했지만
역시 기억이다. 잊지 않음이다.
-A.I 음악 프로젝트 ‘다시한번’의 ‘터틀맨’ -
철없을 적 내 기억 속에
비행기 타고 가요~~~~
혼성 그룹 거북이의 비행기, 둠칫둠칫 신나는 가락과 시원한 목소리에 마음껏 따라 부르면 기분까지 상쾌해지던 노래다. 특히 커다란 체격으로 무대를 꽉 채우던 터틀맨은 꽤 인기가 많았었다. 갑작스런 그의 죽음을 애석해하고 안타까워한 채 지금까지 터틀맨과 그의 거북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일까? 엠넷의 A.I 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 번’의 첫 주자로 터틀맨이 등장했다. 그의 어머니와 형님이 함께 아들을, 동생을 다시 본다는 기막힌 기대감에 들떠 있었으리라. 물론 랜선에 모여든 그의 오랜 팬들과 나 역시 12년 만에 만나는 게 가능할까 의구심과 기대감의 사이에서 애매한 마음을 누르고 그를 기다린다.
노래가 시작되고 어느 순간 뒷모습의 그가 12년 전 그 때의 몸짓으로, 그 목소리로, 그 웃음과 눈길로 화면을 채웠다. 다시없을 완전체를 이룬 남은 두 멤버조차 그의 실재 같은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들의 눈물이야 더 말해 무엇할까? 한바탕 눈물바다가 되어 버린 무대. 한 멤버는 믿기지 않는다고, 정말 기술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이야기했고 가족들은 아들을, 동생을 꼭 한 번 다시 보고 싶었는데 그것이 오늘이어서 고맙다고 했다. 팬으로서 나도 생전의 유쾌한 터틀맨을 다시 봄에 울컥한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
그러다 한 순간,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 모습이 반가우나 다시 확인하는 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이다. 더 이상 저렇게 유쾌한 아들은, 동생은 현실에 없다는 진실 앞에 한 번 더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놀라는 건 어쩜 저렇게 똑같이 복원시킬 수 있었을까 하는 점에 방점을 두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가슴 서늘한 경계심까지.
이런 비슷한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VR 기술로 죽은 딸을 만나는 내용의 휴먼 다큐 ‘너를 만났다’를 보았을 때가 바로 그랬다. 가상현실 속에서 볼 수는 있지만 결코 만져지지는 않는 딸, 끝없이 다가서면서도 안아볼 수 없는 엄마의 안타까운 손짓에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잔인하다고 해야 할지, 온통 눈물인 채로 생각했었다.
“어차피 진짜 사람도 아니잖아. 무덤이나 뼛가루처럼 뭐가 진짜로 남는 것도 아니고, 그거 다 그냥 동영상 같은 거야. 반응할 수 있으니까 기분이야 좀 다르겠지만 무슨 대단한 거라도 되는 듯이 홍보하던데 내가 보기엔 그냥 과장 광고야.”
지금의 납골당처럼 죽은 자들의 기억과 행동 패턴을 마인드 업로드 시켜 도서관에 보관하고 보고 싶을 때 그 마인드를 통해 그리운 이를 살아있는 정신인 듯, 재현된 프로그램인 듯 만난다는 미래의 소설, 김초엽의 “관내분실”까지 닮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동생 유민은 마인드 도서관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하지만 누나 지민은 그 속에서 실재했을 때 알지 못했던 엄마의 본모습을 비로소 찾게 된다.
뒤돌아 사라진 터틀맨과 나비가 되어 날아간 딸의 홀연한 흔적, 이별해서야 이해받는 엄마, 결국 그들을 살려내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다. 남는 것은 추억과 기억, 그리고 그것들을 함께 나누고 지니고 있는 이들의 공감이다. 그들이 실재했던 그 시간에 대한 짙은 감정의 이입이다. 그래서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무의미해지는 것 같다.
그 과정에 터틀맨의 팬들이 보여준 추억, 딸을 향한 지극한 그리움이 생이 되어버린 엄마의 기억, 그리고 지민이 찾게 된 엄마에 대한 이해와 화해가 앞선 경계심에도 불구하고 과학 기술의 발전이 따뜻함을 획득한다. 그 따뜻함이 곧 위로다. 위로는 마음이 하는 것이지 머리가 하는 것은 아니다.
큰오빠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남은 봉긋한 묘소가 다소의 위로가 되었던 것처럼, 옛 사진 속의 아빠가 그 모습 자체로 큰 위로가 되듯이 뭐든지 기억하고 그리워함을 멈추지 않도록 애쓰는 것이 곧 남은 사람들의 몫이 아닐까?
2회 주인공은 김현식이다. 벌써 그의 음색이 그리워진다. 마음껏 그리워하고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