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북리뷰] 지천명을 즐기는 '쉰'을 기다리며

작가 머무는바람이 전하는 <어느 날 '쉰' 너를 만나>

by 머무는바람

여지없이 한 해의 끄트머리에 툭 던져졌다. 이맘때쯤이면 늘상 그런 마음이 들지만 올해는 특히 아쉬움과 조급함이 더하다. 눈만 뜨면 확인해야 하는 코로나 때문이기도 했지만 '쉰'을 한 해 앞둔 마흔아홉이라는 나이에 다분히 갱년기 증상이라는 의심을 살만한 제멋대로인 감정과 신체의 기복. 삶의 생기가 이렇게 휘둘려도 좋은가, 땅속으로 꺼져 들어가는 듯한 무기력감도 상당했던 한 해였다.


내가 너무 엄살인가? 스스로를 탓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들 살아가고 있는 걸까? 슬쩍슬쩍 곁눈질로 훔쳐보기도 했다. 내 맘 같지 않은 모든 상황은 고스란히 '쉰'이라는 나이가 가져오는 압박감과 그 궤를 같이 하며 내 주변을 맴돌았다. '쉰'이 뭐라고, 그렇게 눈치 볼 것 없다고 순리대로 다 지나가리라 하는 건 머리로만 될 뿐 마음은 여전히 마음껏 흔들렸다. 그리고 그때 마음에 들어온 글들이 바로 작가 가시나물의 글들이었다. 내가 그리 두렵게 여기는 '쉰'의 나이를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먹먹함으로 그려내는 글맛이 주는 위로가 제법 큰 힘이 되었다고나 할까. 생각지도 못한 위로의 선물, 나쁘지 않다.


작가는 '쉰'을 요란스럽고 버라이어티 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좋은 일들의 향연만이 아닌 생각지도 못한 상황도 너그럽게 잔치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를 가지기 시작한 나이라고 말한다. 바뀌어가는 것을 넉넉히 바라보며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연륜이라는 것이 생기는 때, 하늘의 뜻을 마음 끓이지 않고 받아들일 만큼의 지혜로움도 한 줌 장착할 수 있는 나이라고 말이다. 내 나이에 나는 정말 나답게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세상을 향해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무거운 질문이 단호하게 앞을 막아설 때 짐짓 힘을 빼는 작가의 유쾌함에 잠시 기대어 보아도 좋다. 도대체 화해가 되지 않는 '쉰'과 작가의 눈치 싸움이 사뭇 긴장감을 가져오기도 한다. 양은냄비 근성도 사랑스럽고 부캐와 본캐 사이에서 자신만의 포지션을 확보하려는 능청스러운 진지함에 내 마음도 이입되어 쿡 웃음을 터트린다.


가족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감사, 사랑의 마음은 또 어떤가? 부모님 앞에서는 여지없는 철부지의 모습이지만 그래도 우리 마음 한켠에 어색하지만 소중하게 꾹꾹 눌러 담은, 어느 한순간도 잊지 않고 있던 그 사랑과 염려의 진심을 어쩌면 참지 못할 눈물과 함께 확인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들의 이발소에서 만난 작가의 아버지의 어깨는 좁아 보였으나 따뜻했고 병원 신세를 진 어머니의 병동 이야기에서는 무심한 듯 간절한 딸의 마음을 확인한다. 무엇보다 부모님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 나가는 과정은 부모님을 한 번 더 찾아뵈어야겠다는 마음을 절로 들게 한다. 코로나 '때문'이 아닌 코로나 '덕분'이라는 작가의 긍정적인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남은 2020년을, 다가오는 여전히 불안한 2021년을 조금은 기적 같은 시간으로 채울 수 있을 것도 같다.


어른으로 얼마간을 살다보면 삶은 저절로 쉬워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치가 않은 일이다. 나의 진솔한 시간이 쌓이고 쌓여 삶의 지층을 이루게 된다. 그 흔적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가 하는 점은 오롯이 나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눈치챘는가? 작가의 <어느 날 '쉰' 너를 만나>는 더없이 따뜻하고 담담해서 진솔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는 사실을. 그래서 읽고 나면 그 온기 한 줌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을 주는 동지처럼 느껴지는 것을. 이런 '쉰'이라면 기대할만하지 않은가. 발랄한 '쉰'이 기대된다. 나도 그런 '쉰'을 보낼 수 있으리라 든든함도 불끈 솟아난다. 작가의 사소한 '쉰'이지만 나에게 특별한 '쉰'을 고대하게 하는 힘을 가진 작가의 <어느 날 '쉰' 너를 만나>!


다가오는 새 나이가 부담스러워 어쩌지 못하는 이들이라면 글맛, 글멋 가득한 가시나물 작가의 <어느 날 '쉰' 너를 만나>를 추천한다. 잠시 삶의 충전을 맡겨도 퍽 좋을 일이다.



가시나물 작가의 브런치북 : https://brunch.co.kr/@gasinamul31#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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