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감정은 파문으로만 남는다
『수평선 위의 돌 하나』
― 감정은 파문으로만 남는다 ―
호숫가 벤치에 앉아 있을 때였다.
누군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녀가
조용히 내 손에 돌 하나를 쥐여주고 갔다.
“이건, 아무 의미도 없어. 하지만 던져보면 알 거야.”
말하고 그녀는 사라졌고,
나는 그 돌을 한동안 쥐고 있었다.
매끈하고 차가운 표면.
한 번쯤 손에 쥐었던 적 있을 법한,
어느 골목 어귀에서도 주울 수 있는 돌이었다.
나는 그 돌을 물수제비처럼 던졌다.
반사적으로, 아무런 망설임 없이.
돌은 낮은 포물선을 그리며 물 위로 튕겼다.
하나, 둘, 셋—
그리고 가라앉았다.
그제야 파문이 시작됐다.
동심원이 번져 나가며, 수면은 잠시 흔들렸다.
그 흔들림을 따라 내 안의 무언가도 조용히 진동했다.
기억인지, 감정인지, 이름 붙일 수 없는 어떤 감각.
그리고 이내, 모든 것이 가라앉았다.
파문도, 감정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호수는 고요해졌다.
나는 손을 바라봤다.
돌은 없었다.
기억도 없었다.
남은 건, 잠깐의 진동.
그저 ‘던져졌던’ 어떤 감정의 잔재.
그리고 깨달았다.
감정은 본질이 아니라,
던져진 후의 파문으로만 존재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