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의 무게

혁신과 희생 사이에서

by leehyojoon ARCH

# 17일의 무게


나는 때때로 하인리히를 생각한다. 1937년 독일 그로스푸스 공장에서 일하던 평범한 엔지니어. 그는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똑같은 자리에 앉았다. 두꺼운 강철판을 깎아내고, 다듬고, 조립하는 일. 기계의 일부처럼 반복되는 일상.


어느 날 그가 문득 생각했을 것이다. "왜 이렇게 무거운 철덩어리를 깎아야 할까? 얇은 철판을 접어서 만들면 안 될까?"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아마도 일을 좀 더 쉽게 하고 싶었을 뿐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그 작은 아이디어가 수만 명을 죽음으로 이끌 줄은 몰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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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라는 것은 대부분 이렇게 시작된다. 누군가의 작고 순수한 호기심에서. 더 나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서. 하인리히의 아이디어는 MG42라는 괴물을 낳았다. 분당 1,800발. 천을 찢는 듯한 소리. 완벽한 효율성의 구현체.


하지만 완벽함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나는 한스라는 청년을 상상해 본다. 열아홉 살, 고향에서는 빵집 아들이었던. 어머니가 굽는 호밀빵 냄새를 좋아했고, 일요일마다 연인과 강변을 걸었던 평범한 소년.


MG42 운용병으로 선발된 날, 그는 더 이상 한스가 아니게 되었다. 그는 '1호기'가 되었다. 교체 가능한 부품. 소모되는 자원.


"너는 기계의 일부다." 훈련소에서 그들은 말했다. "기계가 멈추면 안 된다. 네가 죽어도 기계는 계속 돌아가야 한다."


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의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다. 인간의 심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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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효율성을 사랑한다. 더 빠르게, 더 저렴하게, 더 많이. 숫자로 증명되는 성공을 신뢰한다. MG42의 제작시간은 기존 기관총의 절반이었다. 재료비도 절반. 하지만 화력은 두 배였다. 완벽한 혁신의 사례처럼 보였다.


그러나 완벽한 기계는 완벽한 저주를 만들어냈다.


밤에 발사하면 총구 섬광이 2.8킬로미터 밖에서도 보였다.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탄피가 바닥에 굴러다녔다. 모든 것이 "여기 있어요! 저를 쏴주세요!"라고 외치는 신호였다.


강력할수록 더 위험했다. 성공할수록 더 큰 표적이 되었다.


연합군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들은 MG42의 모든 약점을 파악했다. 음향 삼각측량으로 위치를 추적했다. 총열을 교체하는 85초 동안 저격수가 기다렸다. 하나의 혁신에 맞서 수십 개의 대응책이 나왔다.


창과 방패의 무한 경쟁. 그리고 그 경쟁의 한복판에서 한스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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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전투에서 한스는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자리에 있는지를. 두 번째 주가 지났을 때 클라우스가 죽었다. 세 번째 주에는 프란츠가. 네 번째 주에는 루돌프가.


한스는 혼자 남았다.


그는 밤마다 꿈을 꿨을 것이다. 고향의 빵집에서 어머니가 부르는 꿈. 연인과 강변을 걷는 꿈. 평범했던 일상의 꿈. 꿈에서 깨면 현실이 있었다. 차가운 강철과 화약 냄새. 그리고 죽음을 부르는 기계.


MG42 운용병의 평균 생존기간은 17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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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나는 이 숫자의 무게를 생각한다.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89,000개의 이름. 89,000개의 꿈. 89,000개의 미래. 모두 효율성이라는 신 앞에서 제물로 바쳐진 것들.


그들은 하인리히의 호기심이 만든 완벽한 기계를 위해 죽었다.


오늘날 우리는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새벽 4시, 배달 라이더가 비 오는 길을 달린다. 그의 헬멧 속은 빗물과 땀으로 범벅이다. 콘텐츠 조정자는 끔찍한 영상을 매일 본다. 그의 꿈은 점점 더 어두워진다. 스타트업 직원은 번아웃될 때까지 일한다. 그의 삶은 점점 더 얇아진다.


"회사를 위해서." "더 큰 목표를 위해서." "성장을 위해서."


한스가 들었던 말과 얼마나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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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는 우리를 유명하게 만든다. 하지만 동시에 표적으로 만든다. 좋아요가 많을수록 더 많은 악플이 달린다. 팔로워가 늘수록 더 많은 비판을 받는다. 성공할수록 더 큰 압박을 받는다.


MG42의 섬광과 다를 게 없다. 빛날수록 위험하다.


알고리즘이 인간을 최적화한다.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은 여전히 부품이다. 교체 가능한 자원이다. 우리는 여전히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 돌아간다.


한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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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번째 날 밤, 한스는 어머니에게 편지를 썼을 것이다.


"어머니, 저는 괜찮아요. 여기 음식은 좀 짜지만 견딜 만해요. 빨리 집에 가서 어머니가 구운 빵을 먹고 싶어요."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열일곱 번째 날 아침, 한스는 MG42 앞에 앉았을 것이다. 차가운 강철이 그의 손을 스쳤을 것이다. 완벽한 기계. 완벽한 효율성.


포탄이 떨어지기 전, 그는 마지막으로 무엇을 생각했을까? 하인리히라는 엔지니어를? 그로스푸스 공장의 아침을?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혁신을?


그리고 그 혁신이 삼켜버린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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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때때로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들을 생각한다. 더 빠른 배달 시스템. 더 정확한 AI. 더 효율적인 플랫폼. 모든 혁신 뒤에는 누군가의 호기심이 있다. 하인리히처럼 순수한 호기심이.


그리고 모든 혁신 뒤에는 누군가의 17일이 있다.


기술 발전을 멈출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방향은 바꿀 수 있다. 인간을 도구로 만들지 않을 수 있다. 효율성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


한스의 17일이 헛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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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간다. 어디선가 누군가의 17일이 흘러가고 있다.


하인리히의 호기심은 계속된다. 한스의 17일도 계속된다. 다른 이름으로, 다른 모습으로.


당신의 17일은 얼마나 남았는가?


나는 묻는다. 우리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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