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서문

『귀환하지 않는 자들』에 대하여

by leehyojoon ARCH

작가 노트. 『귀환하지 않는 자들』에 대하여


『귀환하지 않는 자들』은 단순한 장르 소설의 외피를 쓴 채, 인간 심연에 대한 가장 지적인 탐구를 시도하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독자가 수동적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는 대신, 능동적으로 사유하고 분석하도록 설계된 하나의 정교한 실험입니다.


저는 이 복잡한 실험을 위해 두 가지 상반된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하나는 문학적 '거리 두기'라는 가혹한 윤리적 선택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적 개념의 '떠먹여 주기'라는 역설적인 소통 방식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 장치는 서로 충돌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작품의 핵심 주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치밀한 설계의 일부입니다.




1. 문학적 '거리두기': 금기(taboo)의 심리학과 작가의 윤리적 거리


이 작품은 인간이 스스로 설정한 도덕과 문명의 경계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보여주기 위해 가장 극단적인 상황과 금기를 다룹니다.


식인, 강간, 체계적인 폭력 등은 서사의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니라, 인간 존엄성의 붕괴를 상징하는 중요한 지표들입니다.

만약 이러한 소재들을 감정적으로, 혹은 극적으로 묘사했다면, 독자는 아마도 끔찍한 이미지와 감각적 충격에 매몰되어 작품의 진정한 의미를 놓쳤을 것입니다.


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프로이트의 방어기제 개념을 화자의 서술 방식에 적용했습니다.

화자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마치 연구 논문처럼 건조하고 분석적으로 기록합니다.


"둔탁한 충격음. 물리적 폭력이 시작되는 소리였다"와 같은 문장은 감정적 동요를 배제하고 사건 자체를 객관화하는 화자의 방어기제를 보여줍니다.


이 과정에서 저 자신도 일종의 방어기제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쓰는 수개월 동안 거의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고, 작가가 단순히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살아내는' 사람임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극한 상황을 다루는 작품의 경우, 작가는 자신의 정신적 안전을 어느 정도 희생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이처럼 화자가 모든 것을 수치화하고 이론의 틀 안에 가두려는 시도는, 붕괴되어 가는 현실에 맞서 자신의 정신을 지키려는 필사적인 투쟁인 동시에, 독자에게 감정적 거리를 유지하라는 무언의 신호이기도 합니다.


독자는 화자의 기록을 따라가면서도, 한 발짝 물러서서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처럼 시스템 속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붕괴를 냉철하게 관찰하게 됩니다.


이는 독자를 감정적 소비자가 아닌, 작품의 사건을 분석하는 지적인 '목격자'로 위치시킵니다.




2. 지적 개념의 '떠먹여 주기': 현대 독서 환경에 대한 통찰


현대 사회의 독서 풍토는 숏폼 콘텐츠와 즉각적인 만족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텍스트를 통해 깊이 있는 사유를 하는 능력이 점차 희미해지는 현실에서, 작가가 푸코나 레비나스의 개념을 은유적으로 암시만 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작가의 의도를 알아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현실에 대한 순진한 희망일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역설적이게도 지적 개념을 직접적으로 '떠먹여 주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화자는 자신의 상태를 진단하고 주변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심리학과 철학의 개념들을 적극적으로 인용하고 풀어서 설명합니다.

"참가자들이 빠르게 지배자와 추종자의 역할에 동화되는 과정은 스탠퍼드 감옥 실험을 떠올리게 한다"와 같은 직접적인 서술은 독자가 작품의 깊은 의미를 놓치지 않도록 돕는 친절한 가이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 친절함에는 의도적인 함정들이 숨어있습니다. 화자의 숫자 세기, 시간의 흐름, 서술의 미묘한 모순점들...
이는 독자의 비판적 사고를 시험하고, 능동적 참여를 유도하는 장치입니다.
화자의 서술을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독자와 의심하며 검증하는 독자는 완전히 다른 작품을 만나게 됩니다.*


이는 비판적으로 보면 '설명의 과잉'으로 비칠 수 있지만, 사실은 데리다의 '해체주의'*가 암시하듯, 진실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것임을 독자에게 명확히 전달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포스트모던적 글쓰기 전략입니다.
'포스트모던'이라는 용어가 다소 구식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절대적 진실이나 권위적 서술자를 거부하고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의미를 구성하도록 만드는 이 작품의 지향점은 여전히 그 전통 안에 있습니다.*


이 전략은 독서 경험을 단순한 이야기 소비에서 지식 습득과 지적 성찰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며, 작품의 지적 가치를 극대화합니다.




3. 두 가지 독서 경험의 공존


저는 이 작품이 독자 여러분에게 두 가지 전혀 다른, 그러나 모두 유효한 독서 경험을 제공하기를 바랐습니다.


첫 번째는 이야기 자체에 깊이 몰입하는 것입니다. 복잡한 사건과 인물들의 감정에 집중하며, 그들이 겪는 희망과 절망의 서사를 따라가는 것입니다. 이 경험은 몰입감 있는 서사를 순수하게 즐기게 합니다.


두 번째는 작품 속에서 작가가 설정한 모든 미세한 디테일을 철학적, 과학적, 사회학적 관점으로 '다층적이고 메타적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노트의 무게(237g)부터 우산을 공유하는 사소한 행동까지, 모든 것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며 텍스트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지적 모험을 떠나는 것입니다.


이 두 경험 중 어떤 것을 선택하든, 그것은 온전히 독자님의 권리이자 자유입니다.

가이드는 두 번째 경험을 위한 초대장일 뿐, 독서의 즐거움을 위한 선택 사항입니다.




4. '다층적 해석'의 철학

저는 '다층적 해석도 독자의 권리'*라고 믿습니다.

하나의 텍스트가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될 때, 그 작품의 생명력은 더욱 풍부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의 모든 설정과 장치는 이러한 철학적 해석을 위한 씨앗으로 심어졌습니다.


단순히 이야기의 재미를 넘어, 독자들이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5. 독자와의 새로운 관계: 공동 창작자로서의 독자


무엇보다 이 작품은 독자의 능동적 참여 없이는 완성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 독서와 재독서에서 완전히 다른 경험을 제공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마치 퍼즐의 조각들이 나중에야 제자리를 찾는 것처럼, 모든 단서들이 새로운 의미로 재구성되는 독특한 독서 체험을 선사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관찰하고 기록하지만, 정작 진정한 경험은 하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화자의 강박적 기록 행위는 바로 이런 현대인의 초상입니다.
모든 것을 데이터화하고 분석하려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 데이터에서 제외시키는 모순적 존재 말입니다.*


이 작품의 무대가 되는 공간은 표면적으로는 통제된 실험 환경이지만, 실제로는 현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압축한 디스토피아적 공간입니다.
완벽해 보이는 시설, 체계적인 감시, 하지만 진정한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 환경...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사회의 은유이기도 합니다.
기술적으로는 모든 것이 기록되고 관리되지만, 정작 개인의 존엄성과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 아이러니한 현실 말입니다.*


이는 기존의 '작가 중심적' 문학관에서 '독자 중심적' 문학관으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작가는 더 이상 완성된 의미를 전달하는 권위적 존재가 아니라, 독자와 함께 의미를 만들어가는 공동 창작자가 됩니다.




6. 새로운 시각을 위한 여정


이 작품은 독서가 끝난 후에도 계속됩니다.


일상의 철학: 소설을 읽고 난 뒤, 평범한 일상의 순간(형광등의 깜빡임, 빗방울의 진동)에서도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사유 습관 형성: 인물들의 행동과 선택을 분석하며, 깊이 있는 사유 습관을 형성하게 될 것입니다.


경계 해체: 문학과 철학, 과학, 심리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지적 호기심을 건강하게 확장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결론: 붕괴된 서사 속에서 피어난 지적 미로


결국, 『귀환하지 않는 자들』은 문학적 '거리 두기'로 독자의 감정을 통제하고, 지적 개념의 '떠먹여 주기'*로 독자의 사유를 촉발하는 이중적 전략을 통해 완성된 작품입니다.


이 두 장치는 서로 분리된 듯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기억의 불확실성'과 '인간의 본질'이라는 작품의 거대한 주제 아래 하나로 수렴됩니다.


이 소설은 독자가 붕괴된 한 서사의 미로 속으로 들어가 지적 단서를 좇으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만드는 고도의 심리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 게임의 진정한 승부는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후에야 시작됩니다.*



『귀환하지 않는 자들』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독자님의 세계관을 넓히는 하나의 '사유의 도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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