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지상

— 업의 손은 굳고, 설의 얼굴은 잔잔하다.

by leehyojoon ARCH

6장. 지상

— 봉인 이후의 세계. 업의 손은 돌처럼 굳고, 설의 얼굴은 호수처럼 잔잔하다. 지상은 여전히 평온하다.



보름이 지났다.


업은 다시 일을 시작했다. 다른 작업장에서, 다른 돌을 깎으며. 정을 쥐고, 망치를 들고, 타격했다. 깡. 쇳소리가 울렸다. 업의 손은 여전히 떨렸다. 하지만 일을 멈출 수는 없었다. 업은 석공이었다. 돌을 깎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업은 깎았다. 떨리는 손으로. 흔들리는 확신으로. 마치 쇳소리가 그 떨림을 다시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처럼.


하지만 쇳소리는 아무것도 메우지 못했다.


어느 날 저녁, 작업을 마치고 성문을 지나는데 누군가와 마주쳤다.


업은 그를 알아보았다. 삼 년 전, 함께 그 무덤을 쌓았던 동료 석공. 업보다 나이가 많았고, 경험도 많았으며, 손기술도 뛰어났던 사람. 그도 업을 알아보았다. 두 사람은 성문 아래, 석양이 쏟아지는 그 자리에서 마주 섰다.


동료는 깨끗한 도포를 입고 있었다. 손에는 새 죽간이 들려 있었다. 업은 그것을 보았다. 또 다른 무덤이었다. 동료가 말했다. "자네는 요즘 일이 없는가."


업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오늘 작업 중에 돌 파편이 손가락을 베었다. 깊지는 않았으나 계속 피가 배어나왔다. 업은 삼베로 손을 감았으나, 피는 천을 적시며 스며나오고 있었다. 마치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마치 돌 너머에서 새어나오던 그 노래처럼.


업은 그 손을 동료에게 보이지 않으려 뒤로 감췄다.


업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손이 떨린다고. 밤마다 노래가 들린다고. 정을 잡을 때마다 그 돌방이 떠오른다고. 틈이 닫히던 그 순간이 눈앞에 어른거린다고. 업은 입을 열지 않았다.


동료가 말을 이었다. "우리 일은 원래 그런 것이네. 돌은 돌이고, 자리는 자리일 뿐이야."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흔들림이 없었다. 돌처럼. 삼 년 전 업이 가졌던 그 확신과 똑같았다.


업은 그를 바라보았다.


동료의 손은 깨끗했다. 떨리지 않았다. 죽간을 쥔 그 손은 단단했고, 안정적이었으며, 의심이 없었다. 같은 무덤을 쌓은 손. 같은 돌을 깎은 손. 하지만 그 손에는 아무것도 묻어 있지 않았다. 돌가루도, 피도, 흙도. 업은 자신의 손을 보았다. 삼베에 감긴 손. 피가 스며나오는 손. 떨리는 손.


같은 무덤을 쌓았으나, 두 사람의 손은 달랐다.


동료가 성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새 죽간을 품고. 새 무덤을 짓기 위해. 업은 성문을 지나 밖으로 나왔다. 피 묻은 손을 감싸 쥔 채. 다시는 무덤을 짓지 않기로 결심하며.


두 사람은 성문에서 교차했다.


석양이 그들을 비췄다. 찬란한 빛. 그 빛 아래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땅에 드리워졌다. 한 사람은 안으로, 한 사람은 밖으로. 그림자들이 잠시 겹쳤다가 다시 갈라졌다. 마치 한 사람의 그림자가 둘로 찢어지는 것처럼. 마치 삼 년 전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했던 두 손이, 지금 서로 다른 곳을 향하는 것처럼.


업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같은 날 저녁, 궁의 내전에서.


상궁 설은 서랍을 정리하고 있었다. 왕의 승하 이후로 궁은 바빠졌다. 정리해야 할 것이 많았고, 치워야 할 것도 많았으며, 잊어야 할 것은 더 많았다. 설은 하나씩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비웠다.


한 서랍에서 빗이 나왔다.


작은 나무 빗. 설은 그것을 집어 들었다. 누구의 것인지 알고 있었다. 열두어 살 시녀. 보름 전, 명부에 이름이 올랐던 아이. 설이 직접 준비시켰던 아이. 마지막 목욕을 시키고, 마지막 옷을 입히고, 마지막으로 머리를 빗겨주었던 그 아이.


빗에는 머리카락 한 가닥이 엉켜 붙어 있었다.


설은 빗을 들고 촛불 앞으로 갔다. 불을 들이밀었다. 머리카락이 타기 시작했다. 가늘게. 재빨리. 타는 냄새가 올라왔다. 설은 그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지켜보았다. 머리카락이 재가 되어 공중으로 흩어지는 것을. 찰나의 연기가 되어 사라지는 것을.


머리카락이 다 타자, 설은 빗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녁이었다.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구름은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으며,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다. 아름다운 저녁이었다. 설은 그 아름다움을 보았다. 그리고 귀를 기울였다.


희미하게 무언가 들리는 것 같았다.


담장 너머에서. 아니, 더 먼 곳에서. 혹은 땅 아래에서. 설은 알 수 없었다. 그것이 바람 소리인지, 사람의 목소리인지, 아니면 그저 귀울림인지. 설은 잠시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았다. 소리는 희미했고, 방향을 알 수 없었으며, 금방 사라졌다.


설은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서랍 정리로 돌아갔다. 빗을 서랍에 넣었다. 머리카락이 타고 남은 재가 손끝에 묻었다. 설은 그것을 털어냈다. 하지만 재는 완전히 떨어지지 않았다. 손금 사이에, 손톱 밑에, 미세하게 남아 있었다.


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어섰다. 치맛자락을 가지런히 했다. 그리고 나인을 따라 복도로 나섰다.


복도는 고요했다. 설의 발소리만이 바닥을 스쳤다. 치맛자락이 바닥을 쓰는 소리. 그 소리가 마치 희미한 노래처럼, 혹은 멀리서 들려오는 속삭임처럼 들렸다. 설은 걸으면서 그 소리를 들었다.


무언가를 들었는지, 듣지 못했는지.


혹은 듣고도 모른 척했는지.


그것은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보름이 또 지났다.


업은 손을 다쳤다. 정이 미끄러져 손가락이 부러졌다. 돌을 깎던 손이, 돌에 의해 부러졌다. 뼈가 어긋났고, 피가 쏟아졌으며, 통증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다른 석공들이 달려와 업을 부축했다. 의원을 불렀다. 뼈를 맞추고, 나무를 대고, 천으로 감았다. "한 달은 쉬어야 합니다." 업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쉬지 않았다.


사흘 후 다시 작업장으로 갔다. 왼손으로 정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왼손은 익숙하지 않았다. 정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았고, 망치질이 빗나갔으며, 돌은 원하는 대로 깎이지 않았다. 쇳소리가 울렸지만, 그것은 업이 알던 그 쇳소리가 아니었다. 힘없고, 불규칙하고, 낯설었다.


한 달이 지났다.


나무를 풀었다. "많이 굳었습니다. 천천히 움직여보셔야 합니다." 손가락은 굳어 있었다. 제대로 구부러지지 않았다. 마치 오래된 돌처럼.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 박혀 있던 돌처럼. 업은 손가락을 펴려 했다. 하지만 끝까지 펴지지 않았다. 업은 정을 쥐려 했다. 하지만 제대로 쥐어지지 않았다. 삼 년 동안 정을 쥐어온 손이, 이제 정을 쥘 수 없었다.


업은 석공을 그만두었다.


다른 일을 찾았다. 짐을 나르는 일. 밭을 가는 일. 업에게 돌은 더 이상 허락되지 않았다. 업은 그것을 받아들이려 애썼다. 하지만 밤마다, 업은 꿈을 꾸었다. 돌을 깎는 꿈. 정을 휘두르는 꿈. 그리고 그 돌방의 꿈. 아이의 노래가 들리는 꿈. 틈이 좁아지는 꿈. 노래가 사라지는 꿈. 드르륵, 그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어나는 꿈.


업은 깨어나곤 했다.


땀에 젖어. 숨이 막혀. 손을 보면 떨리고 있었다. 굳은 손가락. 구부러지지 않는 손가락. 돌처럼 굳어버린 손가락. 업은 그 손을 주먹 쥐려 했다. 하지만 끝까지 쥐어지지 않았다. 삼 년 동안 돌을 쥐었던 손이, 이제 돌처럼 굳어 있었다. 업은 그 아이러니를 알았다. 하지만 어찌할 수 없었다.


손은 끝내 돌이 되어 있었다.





같은 시간, 궁의 내전에서.


설은 빈 서랍을 닫았다.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 아이의 물건들은 모두 사라졌다. 빗도, 옷도, 신발도. 설은 그것들을 하나씩 태우거나, 묻거나, 물에 흘려보냈다. 이제 남은 것은 없었다. 서랍은 비어 있었고, 방은 깨끗했으며, 흔적은 지워졌다.


설은 다른 시녀들을 돌보았다.


새로 들어온 어린 나인들. 그들에게 예법을 가르치고, 일을 배정하고, 실수를 바로잡았다. 설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손길은 정확했다. 얼굴은 평온했다. 아무도 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었다.


밤이 되면 설은 혼자 있었다.


촛불을 켜고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들어왔다. 설은 귀를 기울였다. 담장 너머에서. 땅 아래에서. 하지만 바람 소리뿐이었다. 설은 창문을 닫았다. 바람이 잘렸다. 그 단절이 너무 조용했다.


촛불을 껐다. 어둠이 방 안으로 내려앉았다. 설은 누웠다. 눈을 감았다. 하지만 어둠 안에서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마지막 목욕을 시킬 때. 마지막 옷을 입힐 때. 마지막으로 머리를 빗겨줄 때. 아이는 울지 않았다. 그저 설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어둠보다 깊었다.


설은 눈을 떴다. 천장이 있었다. 설은 그것을 바라보았다. 한참.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다음 날 아침, 설은 일어났다.


얼굴을 씻고, 옷을 입고, 머리를 빗었다. 거울을 보았다. 설의 얼굴은 평온했다. 호수처럼 잔잔했다. 아무런 흔들림도 없었다. 설은 거울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 방을 나섰다.


복도를 걸었다. 치맛자락이 바닥을 스쳤다. 그 소리가 희미한 노래처럼 들렸다. 설은 그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계속 걸었다. 다음 처소로. 다음 일로. 다음 날로.


지상은 여전히 평온했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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