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독자와 잔여
당신이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이 장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침묵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 비대칭이 어디로 가는지. 설명하지 못해도 된다. 다만 무언가를 느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감각이 먼저 왔다.
이해보다 먼저. 조여오는 것. 답답한 것. 불편한 것. 어딘가 걸리는 것. 가슴이 조금 무거워지는 것. 호흡이 살짝 얕아지는 것. 어깨가 긴장하는 것. 눈을 감았을 때 그 장면이 다시 떠오르는 것.
이것들은 논리가 아니었다.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었다.
당신이 왜 그런지 모른다. 그런데 느낀다. 책을 덮었는데도 그 무게가 남아있다. 다른 일을 하는데도 그 조여옴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 느낌이 잔여가 되었다.
나는 해석을 강요하지 않는다.
해석을 강요하는 글은 독자에게 정답을 요구한다. 이 장면은 이런 의미다. 이 인물은 이렇게 느낀다. 그 정답을 맞춰야 글을 제대로 읽은 것이 된다. 정답을 못 맞추면 독자는 불안하다.
나는 그 불안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정답이 없다. 있다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다. 독자마다 다르게 읽어도 된다. 어떤 독자는 이것을 순응으로 읽고 어떤 독자는 저항으로 읽는다. 둘 다 맞다. 아니 맞고 틀림이 없다.
당신이 어떻게 읽든 괜찮다.
감각이 있었는지만 중요하다.
읽고 나서 손이 비어있으면 실패였다.
독자가 완벽하게 이해했어도 손이 비어있으면 그 글은 죽은 것이었다.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어도. 이 장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도. 인물의 심리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어도. 손에 아무것도 쥐어지지 않았다면 그 글은 머리로만 읽힌 것이었다.
반대로 독자가 이해하지 못해도 손에 무언가 남아있으면 성공이었다. 설명할 수 없는 것. 무게인지 온도인지 알 수 없는 것. 하지만 분명히 거기 있는 것. 그것이 감각이었다.
당신의 손에 무언가 남아있다면.
불편함. 조여옴. 답답함. 걸림. 이것들은 설명할 수 없다. 설명하려고 하면 사라진다. 그냥 있는 것이다. 읽고 난 뒤에. 책을 덮은 뒤에도.
나는 그 감각을 위해 쓴다.
이해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해는 소비된다. 이해한 순간 끝이다. 독자는 다시 읽을 이유가 없다. 감각은 달랐다. 감각은 소비되지 않았다. 다시 읽어도 남아있었다. 아니 다시 읽으면 더 강해졌다.
그래서 감각으로 읽히는 글이 오래 갔다.
시간이 지나도 독자의 몸에 남아있는 글. 무슨 이야기였는지 기억나지 않아도 그때 느낀 것은 기억나는 글. 그 기억이 몸의 기억이었다.
설명하면 감각이 죽었다.
이 장면은 이런 의미입니다. 이 인물은 이렇게 느낍니다. 그 설명이 들어가는 순간 독자의 몸은 멈췄다. 감각이 개념으로 바뀌었다. 개념은 머리로 갔다. 머리로 간 것은 몸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설명하지 않는다.
관측값만 남긴다.
손의 힘이 3% 덜 실려 있다. 시선이 2cm 어긋나 있다. 호흡이 0.5초 늦다.
이것들은 측정 가능하다. 숫자로 기록할 수 있다. 하지만 의미는 정해지지 않는다. 3% 덜 실린 손이 무엇을 말하는가. 순응인가 저항인가. 체념인가 계산인가. 나는 정하지 않는다.
독자가 그 관측값을 받아서 자기 몸으로 느낀다. 어떤 독자는 그 3%에서 무너짐을 본다. 어떤 독자는 그 3%에서 버팀을 본다. 둘 다 맞다. 아니 맞고 틀림이 없다.
당신이 그 3%에서 무엇을 보든.
측정값은 상태다. 상태는 해석 이전에 존재한다. 나는 그 상태만 기록한다.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 당신의 몫이다.
느끼는 것은 당신의 몫이다.
나는 재료만 둔다. 배치만 한다.
3%의 힘. 2cm의 어긋남. 0.5초의 지연. 이것들을 특정한 자리에 둔다. 어떤 순서로 놓는지. 어떤 간격으로 놓는지. 그 배치가 압력을 만든다.
하지만 그 배치 안에서 독자가 무엇을 느끼는지는 통제하지 않는다. 통제할 수 없다. 통제하려는 순간 감각이 죽는다.
나는 이 장면이 슬프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 인물이 무너졌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손의 힘이 3% 덜 실려 있다고 기록한다. 그것만 기록하고 나면 독자가 알아서 느낀다.
어떤 독자는 조여온다. 어떤 독자는 답답하다. 어떤 독자는 불편하다. 어떤 독자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 그것도 괜찮다. 감각은 강요할 수 없다.
나는 배치만 한다. 감각의 발생은 독자의 몸에서 일어난다. 그것이 상태적 리얼리즘이다. 상태를 기록하고 판정을 유보한다. 독자가 그 상태 앞에서 스스로 느낀다.
감각으로 읽히는 글은 열려있다.
여러 방향으로 읽힌다. 독자마다 다르게 느낀다. 그 다름이 문제가 아니다. 모두 감각을 가져갔다면 성공이다. 같은 감각일 필요도 없다. 조여온 사람도 있고 열린 사람도 있다. 둘 다 괜찮다.
나는 감각의 일치를 원하지 않는다.
감각의 발생을 원한다. 독자의 몸이 반응하는 것. 그 반응이 설명되지 않는 채로 남는 것. 그것이 잔여다.
당신이 느낀 그것을 믿어도 된다.
설명할 수 없어도. 이름 붙일 수 없어도. 그것이 거기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감각으로 읽히길 바란다.
이해하지 못해도. 설명하지 못해도. 다만 무언가를 느꼈다면. 그 느낌이 책을 덮은 뒤에도 남아있다면.
그런데 때로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도 있다. 어떤 독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손이 비어있다. 그것도 어쩔 수 없다.
나는 감각을 강요할 수 없다. 다만 배치만 할 수 있다. 그 배치 앞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