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모 Nov 18. 2020

오, 내가 브런치 작가?

글을 쓰게 된 이유

나는 속의 말들을 밖으로 꺼내지 않으면 살 방법이 없어서 브런치 작가가 되기로 했다.


무엇에 관하여?


다양하긴 한데, 그중 폭력트라우마, 또 상처에 관한 내용,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극복 과정을 다룰 생각이었다. 그걸 장황하게 꾸며 작가 신청을 했다. 다들 그러지 않은가?


처음 나는 브런치에 대해 잘 모른 채 작가 신청을 했다. 이 플랫폼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었고 다른 사람들처럼 명확히 계획된 목차도 없었다. 사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내가 낫기 위해 필요한 어떤 탈출구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몇몇 에세이 대회에 글을 보냈지만 입상에 모두 실패하고, 글에 대한 회의와 결국 나는 나만을 위한 글에서 멈춰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꽤 오랜 시간 했다. 내가 말할 것은 나의 상처에 관련된 것이기에 공개적으로 밝히기에는 자신이 없었던 것도 맞다.


그러다가 학교 강의로 들은 글쓰기 과목에서 담당 교수님이 내가 글을 보고 다른 누군가를 위한 글이 아니어도 계속 글을 썼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넸다. 자기 전공 학생이 아닌데도, 그저 에이포 몇 장에 담긴 글자들을 보고 해준 말이 내 삶의 방향을 바꿔 놓을 줄 그 사람은 알았을까.


그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나는 글을 혼자 일기처럼 독백으로 써왔는데 그 내면의 진정성을 내보이기엔 얼굴이 붉어져서 누군가에게 공개하기를 꺼렸다. 학창 시절에 글이나 시, 백일장 등으로 수상했어도 그 내용을 가족에게는 알리지 않을 정도로.


그러다가 심각한 우울 증상과 무력감을 맞닥뜨렸고, 약은 포기한 채 상담을 선택했을 때,  경제적 여유가 없어 잠시 포기한 지금, 나는 글을 상담 대신의 용도로 사용하려는 마음을 먹다. 오랜 내 친구들을 다시 집안으로 들인 시점이다.




그러나 상담은 둘이 하는 대화. 그 대신 혼자 일기를 쓰는 것은 나만의 대화라는 한계를 가졌고 피드백도 한 가지 시선으로 이루어져 거의 없는 것과 무방했다.


그리고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었다.


누군가의 관심을 갈구하기보다는 '그래, 이런 사람도 있구나.' 또 여러 글들을 읽으며,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하고 나 혼자 느끼는 정도이다. 브런치 작가 등단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들에 비해 약간의 죄책감을 가진다. 이 결과가 나에게 큰 의미를 갖지 않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리 많은 노력도 시간도 쏟지 않았으니까. 분투 없이 과실을 얻은 게으름뱅이를 비난할지도 모른다.


이 플랫폼을 통해 제대로 글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코로나로 집에 박혀 있다 보니 수험생인 동생과 직장에 간 부모님 없이 혼자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그만큼 글에 투자하는 시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다른 이야기들을 읽어보고 내 글의 구멍을 찾으면서 또 다른 즐거움을 발견하는 그런 일상. 난 이런 평범한 시간이 그리웠었다.


뭔가 제대로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 것이다. 지난 기억들에 파묻혀 이불에서 고개를 들지 않은 여러 시간을 보낸 뒤였다. 트렌드에 관한 조사를 하고, 연령대와 진입 경로를 알아보고, 주제, 제목 선정에 조금씩 신경을 다. 여기, 이 공간에 자신을 드러내기로 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생각으로, '그건 다 하는 거 아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것들을 나는 오래 할 수 없었기에, 그냥 들어주길 바란다.


글과 함께 그림도 그려보고 싶어서 모아둔 예산을 초과하여 아이패드를 주문하고, 설레어 택배를 기다리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불과 얼마 전 상담을 쉬면서 죽음을 심각하게 생각한 나로서는 내 모습이 폭풍 전야처럼 익숙지 않다. 언제 다시 목을 조여 오는 공포가 나타날지, 불안에 떠는 한쪽 눈꺼풀이 다시 바닥으로 가라앉을 거라는 닥칠 미래를 예고하는 것 같다. 그래도 난 지금을 쓰기로 했다.


나는 아직 할 말이 많다. 이야기할 사람이 없었기에 더 간절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내 말 좀 들어줘! 라며 관심을 갈구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괜찮은 글을 쓰면 조금씩 읽히기를 바랄 뿐. 

항상, 하던 데로 욕심은 접고 시작한다.




응원해줘라 이 불쌍한 나를.

고맙다 브런치, 나를 일으켜줘서.

    

작가의 이전글 투명인간의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