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트 Aug 10. 2015

리뚜이야기_6 / International Dinner

리투아니아 교환학생기) Best Cook 전설의 시작. 요리왕 오솊.

블로그를 할 때도 그랬고, 브런치를 하면서도

안하려고 노력 하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 내 얼굴이 나온 사진은 되도록 올리지 않기.


셀카는 SNS로도 차고 넘칠뿐더러,

그다지 잘나지도 않은 낯짝으로 읽는 이를 방해하고 싶지 않으니까.



둘째, 사진이 어떻다 이러쿵 저러쿵 설명하지 않기.


딱 봐도 불고기고 김밥인데 거기에 몇 마디 더 붙인다고

읽는 사람이 맛을 느끼는 것도 아니니까.

장래희망이 파워블로거라는건 농담일 뿐이고

그럴려고 사진을 올리는 것도 아니라서.


이건 김밥입니다.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착한 글쓰기는 체질에 맞질 않아

사진은 사진대로의 이야기를 하고

그 밑에 사실, 정말 하고 싶은 말들을 살짝 끼워두는 거다.



그래도 가끔 끄적거리다보면

묘하게도 두 가지의 이야기가 맞아 떨어질 때가 있고

실은 그런 글들을 많이 써내려가고 싶다.



첫 번째 서울이야기가 그랬던 것처럼.



이건 불고기입니다.혹시나 못알아볼까봐.

그렇게 나름 잘 지킨다고 지켜온 나만의 룰인데,

이번에는 그 두가지를 잔뜩 어겨야만해서 마음이 찝찝하다.



리투아니아에서의 학기는 한국보다 한 달정도 일찍 시작한다.

그리고 카우나스 공대의 경우 처음 맞는 가장 큰 행사가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맛보고 투표하는 International Dinner.




리투아니아에서 많이 먹는 식사 중 하나

발효된 맛이 물씬 나는 검은 빵에 각종 치즈나 짭쪼롬한 소시지 올려먹기.




만들기 가장 쉬워보였지만 제일 맛있게 먹었던 독일 음식

황도위에 참치샐러드를 올린게 굉장히 맛깔났다.

눈치보며 세 개는 먹은 듯 싶다.



다들 스시라고 외쳐댈까봐 굳이굳이 Not Sushi라고 적어놨다. 그럼 이건 뭐냐는 질문에 김밥이라고 백번은 말해준듯.

이번 한국 교환학생이 남자 둘에 여자 셋이라길래

이 중 한 명은 요리좀 하겠거니 기대했는데

그 한 명이 내가 될거라고는 예상도 못했다.



요리를 배웠다거나 많이 해본적은 없지만

어렸을적, 고추 떨어진다는 협박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요리를 하면 부엌을 서성대며

어깨너머로 관심있게 봐온 덕인지, 간을 본다거나 칼질 정도는 무난히 해냈다.



이곳에서 처음 다 같이 만들었던게 고추장 삼겹살이었나.

유럽 전역이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정육점에서 삼겹살 뼈를 안발라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큰 뼈가 굵직 굵직하게 붙어있는 삼겹살밖에 팔지 않는다.



정육점 누나인지 동생인지  쓸데 없이 다들 예뻐서는 뭐라 할 수도 없고

뭐라해도 알아듣지도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도대체 왜 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아 인터넷을 뒤져봤지만

딱히 명확한 답안은 없었고



4월 즈음 묵었던 파리 한인 민박 아주머니가

유럽에서는 삼겹살 부위를 우리나라처럼 먹는 것보다는,

통째로 구운 후 조금씩 잘라 먹는게 익숙한 문화라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더라.



매도 맞아본 놈이 잘 때린다고,

요리 잘 하시는 엄마를 만난 덕에 미각이 발달했는지

비슷하게 흉내낼 정도는 할 수 있었다.



한 시간 정도의 시식 시간이 끝난 후,

나라별로 투표권이 두 장씩 주어졌고

티라미수에 반해 이탈리아 식탁에 한 표,

음식 가짓수로 압도한 스페인에 한 표를 던졌었나.



혀는 다들 생긴게 비슷한건지

1등은 이탈리아가 가져갔고



아직도 이해가 잘 안가지만 2등은 한국이 차지했다.

리투아니아가서 처음으로 애국한 듯한 느낌.



Second Prize 순서, 힘차게 외치는 Korea에 뭔가 잘못된건 아닌가 싶어

얼떨떨한 마음에 처음엔 맘껏 좋아하지도 못했다.



부상으로 주어진 리투아니아 전통 과자를 집어 들고서야

내가 만든 불고기가 맛있긴 했구나, 아무래도 역시 난 소질이 있는갑다.

같은 같잖은 생각들과 함께 웃음이 났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들끼리

이게 다 불고기 덕이다, 김밥 덕이다 갑론을박이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내가 만든 불고기 덕이다.



과자 말고 또 다른 부상으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를 틀어줬는데,

유럽인도 다 아는 강남스타일을 제대로 출 줄 아는 한국인이 한 명도 없었다.

삐걱 거리는 몸으로 그래도 한다고 했는데,

수치스러워서 이미 기억에서 지웠다.




스페인 마카레나는 신도나고 따라하기도 쉬워서 좋더라.



생김새나 생각은 다들 자기 멋대로여도



먹고 사는 일 만큼은 다들 매한가지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보냈던 이 날이

아무래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역시나 이야기가 먼저 끝나버렸지만,





학기 시작부터 끝까지 가장 친하게 지냈던 이탈리아 친구들.

마리카, 돈디, 리카르도.




잘생기고 영어도 잘해서 좋아했던 루이스, 처음이자 마지막 룸메이트였던 호세, 유일한 한국 남자 동생이었는데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했던 희욱이.
이탈리아 룸메이트에게 배웠던 요리를 차근히 알려주던 호세. 소스 하나 없이 만드는 파스타 맛이 정말 놀라워서 아직까지 기억이 난다.  고기보다는 야채를 좋아했었다.


유창한 영어에 사교성도 좋아 이리저리 인기 많던 멘토 그레타.


아마 이때 호세는 조금 열받았던 것 같다.




내 멘토였던 그레타와 행사때마다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던 친구. 미안하게도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

여자아이들과 꽤 친하게 지내던 아제르바이잔 친구 나르민.

다음 학기에는 우리학교로 교환학생을 온다는데,

한국에서 만나면 신기할것만 같다.



아나스타샤, 그레타, 이름을 몰라 미안한 친구. 한국 국기를 들고 있으니 보기 좋더라.




요즘따라 이 때가 조금씩 더 그리워지는듯 싶다.


불고기와 김밥, 새콤달콤으로 국위선양 한 날.







+


  

Farewell  Bestcook   .

   .

매거진의 이전글 리뚜이야기_5 / Goodbye Winter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