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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트 Jun 24. 2015

리뚜이야기_1 / Welcome on Board

리투아니아_교환학생기 ) 1/29 14:22 Aeroflot SU251







혼자서 밥을 먹기도, 영화를 보기도 여러번이지만 혼자서 비행기를 타는 것. 이제야 가득 두 번째다.

처음 홀로 타는 비행기는 마음이 한 곳을 향한 탓에 긴장보단 따뜻함이 감돌았었나.

이제는 사진으로만 남은, 촌스런 뿔테 안경을 걸친 채 하얗게 웃고 있는 모습이 그때의 전부가 되었다.




첫 비행의 파트너는 연대란 말에 존경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남학생과 그 어머니였다.

아들이 나에게 무슨 기운이라도 받아, 좋은 학교에 가기를 바라던 아이 어머니의 바람을 은근 으쓱대며 즐겼고,

그 탓에 뭐라도 해줘야 될 것만 같아 아이에게 내준 것이라고는 같이 찍은 사진이 전부였다.


나누는 이야기에, 함께하는 식사덕에 열 시간 남짓 나는 누군가의 형이었고, 아들이었다.

사진 한 장 품삯으로는 지나치게 잘 쳐준 것이란 생각이 지금에야.



5년이 걸려 시작한, 그때와 정반대의 여정은 촉박하기만 했다.

공항에 늦게 도착한 탓에 자랑질을 위한 사진 한 장 찍지 못하고, 잔고증명서도 받아가지 못했으며,

10키로 남짓한 가방만 업은 채 이리저리 뜀박질로 숨이 찼다.

그 와중에, 지난밤 마감 2초를 남기고 간신히 주문한 면세품은 받아야겠다며

겨우 도착한 수령처에서 굳이 쓰지 않아도 될 향수 따위의 것들을 챙겼다.


탑승 마감 10분을 남기고서야, 그제야 보고 싶은 이들에게 연락할 수 있었다.

문득, 내가 핀 게으름 탓에 잃는 건 가장 가치 있는 것들부터 일거란 생각이 스치더라.




고마운 사람들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날 아껴주는 사람들은

축하하고, 걱정하고, 아쉬워해줬다.


갈수록 아는 이들이 많아지고 자기 앞가림에 정신이 없어지는 와중에도,

대가 없는 애정이 넘치게도 어려서는 나의 혼자 가는 길을 토닥이는 목소리에 코끝이 찡해왔다.

"이만하면 괜찮네"라는 생각이 "난 참 행복한 놈이구나"라고 바뀌는 순간.

이전보다 더 오래 이 깨달음이 지속되기를 바라며,

핸드폰 정지를 친절히 해주던 상담사와의 통화를 마지막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바리바리 싼 짐을 캐빈에 쑤셔 넣고 자리에 앉으니 불쑥 처음의 그 때가 생각나 울컥함이 부끄러웠다.



많은 것이 다르다.


순박하던 고등학생과 그 아이의 어머니가 앉았던 옆자리엔 신혼여행을 가는듯한 부부가 옆에서 잠을 청하며,

구름을 보기 위해 창가 자리에 앉았던 나는, 구름 대신 화장실을 선택해 통로 쪽에 앉아있다.

오렌지주스 대신 와인을 홀짝이면서.




이제야 한 시간 남짓 지나간 비행.

언제나 여행은 가는 길이 가장 설레는 것임을 알기에 벌써부터 아쉬움이 스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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