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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ookhee Sep 27. 2018

이모티콘 탕진러의 사적인 기준

이모티콘이 없으면 말을 못하는 사람이라서요.

새로 나온  이모티콘 보셨어요?
출근길, 오늘도 삽니다. 이모티콘


결국 이건 사지 못했다...

샀다. 오늘도. 이모티콘을 샀다. 오늘도 이모티콘 샵을 둘러보고 하트를 꾹꾹 찍어 놓긴 했지만 결코 오늘 살 생각은 없었는데, 앞자리 않은 다히짱이 한가위 선물하기 쿠폰을 알려주는 바람에 홀랑 서로 선물해버렸다. 이모티콘은 20%할인가로 사는게 제맛이다.

매일 아침 출근길 버스안에서 이모티콘 숍을 들리는 것은 하나의 의식이 되어버린지 오래. 서너개씩 업데이트 되는 이모티콘 중 마음에 드는 것이 있을 때면 상세 보기 탭으로 들어가 한번 훑어보기. 사랑에 빠지는데는 0.2초면 된다고 했던가. 이모티콘을 구매하는 과정도 사랑에 빠지는 것과 크게 다르지않다. 썸네일과 눈맞춤 찌릿, 이끌려 들어간 상세보기 페이지에서의 탐색전, 모션은 얼마나 쫄깃한지 체크, 체크, 체크. 이 모든 과정이 만족스러운 경우 다시 한번 꼼꼼히 디자인과 모션을 살펴보고 고심하기. 바로 구매하기로 이어지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갖고 있는 이모티콘도 원체 많거니와 그만큼 마음을 사로잡는 이모티콘은 의외로 없기 때문.




웬만큼 마음을 사로잡는 이모티콘이 아니면 단번에 눌리지 않는 [구매하기]


어떤 이모티콘은 새로 업데이트 되자마자 첫눈에 반해 [구매하기]를 하기도 하지만, 어떤 이모티콘은 몇주에 걸친 새로운 이모티콘과의 이상형 토너먼트를 통해 [구매하기]가 결정되기도 한다. 그렇게 사모은 이모티콘만 스무개는 족히 넘을 것이다. 사실 세어보지 않아서 정확한 갯수는 모르지만... 아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20개는 가뿐히 넘는다.




나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이모티콘을 구매하는가?


때때마다 위치는 바꾼다.

1. 내가 자주 사용할 것 같은가?

나의 언어생활(in 카카오톡 메신저 한정)에 비추어 보았을 때, 내가 주로 활동하는 톡방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자주 사용할 것 같은가?

고민하는 나(이시다의 문자를 보내는 법) / 몸져누운 나(띵똥의 즐거우나루2) / 고객사전용(달고나일기/오버액션토끼의 사회생활)


자주 사용하기 위한 조건으로는

1) 자주 표출하는 자아와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한다.


: 내가 자주 하는 말/감정/유머를 시각적으로 적절하게 표현하는가. 이모티콘 전체 갯수의 1/3 정도만 이 조건에 부합해도 마음(♥)을 찍고 있는 나의 손...

예의바른집사냥 / 뚠뚠이의 돌려돌려 냠냠판 / 충신의 일침


2) 재미있거나 웃기다.(공감)


다분히 내 기준. 유머도 내 취향에 기반한 재미와 웃김이나, '이 유머 받아 줄 사람이 있는가(=써먹을 데가 있는가)'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모티콘은 태초의 목적이 대화 내에서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재미 목적 혹은 목적이 없는 것도 있습니다.)이므로, 본디 대화에 써먹을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저 웃기다는 이유로 구매하게되면 아무에게도 쓰지 못하고 임티 순서 맨 뒷줄에서 썩어나는 신세가 되기 마련이다. 그 다음은 삭제... (이건 진짜임... 유경험자) 그래서 미칠듯 사고 싶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결제하기를 거두어들인 이모티콘도 다수...☆




! 자극적인 재미 그러나 사용성을 고민하게 하는 비꼼, 막말 유머 이모티콘

함께 즐길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예스, 긴가민가하다면 노!

비꼬는 독설을 내뱉는 이모티콘들은 재미있다. 그러나 단점이 한가지 있는데, 나에겐 생각보다 쓸 수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다는 점이다.(내가 예쁜말만 쓰는건 아닌데도.. 몬가.. 몬가 그런것이다..! 아님 내가 너무 투머치 자극적인 임티만 봤나... 막말 임티 쓰고 집에 가서 막.. 아까 기분나빴어 혹시? 미안해..ㅠㅠ 할거같고 막!) 기껏 돈을 들여 샀으니 아까운마음에 막 써보자니 사람들 기분을 망쳐버릴 것 같은 것. 그렇게 충동적으로 구매해 [숨기기]탭에 들어간 이모티콘이 두어개. 이같은 경험을 하고 나니 막말류의 개그 이모티콘의 구매버튼은 더이상 누르지 않게 됐다. 볼 땐 너무 웃기지만, 막상 쓸데가 없으니 이 얼마나 아까운 일인가. 이후 이런 이모티콘은 가차없이 쇼핑카트에서 OUT.



3)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가


이모티콘을 예뻐서 사지는 않는다. 나와의 채팅방에서 띄워놓고 감상할 것도 아니고, 누군가와의 대화창에서 띄워놓고 감상할건 더더욱 아니기에. 그러나 디자인이 웃음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이건 감상하기에 '예쁜가'의 '예쁨'과는 결이 다르다. 뭐 이딴게 있어 싶어도 내 마음에 드는 병맛요소, 디자인 요소를 가졌다면 통과다.

보면 볼수록 매력 만점


4)  모션이 얼마나 찰진가 : 추가 배점/감점 요소


모션까지 좋으면 금상첨화(= 좀 더 빠른 결제)인 것이지, 모션만 찰져서는 안된다. 캐릭터가 예뻐서 들어갔다가 모션을 보고 뒷걸음질 쳐서 나온 경우도 있으니, 움직임은 가점 요소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감점 요소이기도 하다. 캐릭터의 디자인에 따라서 착 감기는 모션과 속도가 있는데, 의외로 그것이 찰떡으로 떨어지는 것이 드물다. 너무 빠른 00, 너무 느린 00로 히트친 이모티콘들이 있는데, 그건 그 캐릭터만의 콘셉트와 빠른 모션 중에도 그만의 매력이 있어서 성공한 것인데, 이후로 대책없이 빠른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션이 없는 스틸 이모티콘 중에서도 재밌있고 매럭터지는게 얼마나 많은데!


모션이 대세지만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카카오 이모티콘을 너무 좋아하는 이모티콘 탕진러가 끼적인 사적인 소비 기준은 여기까지.

문제시 둥글게...☆ 고라니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힣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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