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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Sep 28. 2018

집에 일찍가고싶지 않은 날엔

일상에 찌든 직장인에게 작은 위로를 건내는 공간, 쇼콜라디제이

오늘은 집에 바로 가고싶지 않은데,



'이 밤이 아쉽다'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도는 계절이 왔다. 그렇다보니 집에 가다가도 어디론가 샛길로 새는 요즘. 살랑살랑 부는 밤바람도, 짙게 깔린 밤의 적적함이 좋아서 이대로 집에 들어가기 아쉬운 밤들. 이런 밤을 '잘' 보낼  수 있는 공간들을 서성이는데, 오늘은 그 중에서도 내가 애정하는 한 공간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회초년생인 나의 막막한 시간을 함께 보내준 곳이고, 두서없이 흩어지는 말조용히  기울여준 . 광화문 작은 초콜렛 전문점인 쇼콜라디제이 chocolat dj. dj가 음악을 선곡하는 것처럼 초콜릿과 스피릿(알코올)을 조합하는 작업을 하신다.

'내 취향의, 초콜렛과 술의 조합'을 만날 수 있다. 힘들고 스트레스 받을 때, 과음해서 잔뜩 취하고 싶은 날도 있겠지만, 이제는 그렇게 먹을 수는 없고 한 입에 넣는 위스키봉봉이 주는 위로가 있다.





쇼콜라디제이에 들어서게 되면, 가장 먼저 놀라게 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5평도 채 되지 않는 작은 공간'이라는 것. 평수가늠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4.5평 정도 된다는 말에 놀랐다. 이 작은 공간에 쇼케이스에 테이블이 두 개, 작업 공간에 뒷 면에 보이지 않는 개수대까지. 문득, 한정된 공간에서 빡센 테트리스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1인 쇼콜라티에의 작업실이자,
초콜렛 바(bar)- 쇼콜라디제이





쇼콜라디제이가 처음인 당신에게 전하는
완벽에 가까운 가이드라인



Guide1. 단품보다 테이스팅 코스

단품 메뉴도 있지만, 쇼콜라디제이에 처음 방문한다면 테이스팅 코스를 권한다. 쇼콜라디제이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흐름을 전반적으로 알 수 있다. 단품은 말 그대로 딱 그 메뉴만 접할 수 있지만, 테이스팅 코스를 통해 마음에 들었던 메뉴가 있다면, 그 메뉴를 나중에 단품으로 먹거나 테이크 아웃해가도 좋아서 주변에도 테이스팅 코스를 먼저 권한다.

나 역시 '나에게 주는 선물' 명목으로 가져갈 때가 많은데, 나 같은 분이 꽤 많더라.





Guide2. 미리 예약해서 스케줄링 잡기


에 앞서서 반드시 예약할 것을 권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쇼콜라디제이는 1인 작업자의 공간인데다가 작은 테이블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한정적이기 때문.

테이스팅 코스는 하루에 3타임 이루어지는데, 한 타임에 2팀까지가 최대.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운영을 위해서 타임별 예약제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쇼콜라디제이에서 스케줄링 조율도 하기 때문에 공간의 협소함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쇼콜라디제이 위스키봉봉과 리큐르파베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억해야할 것이 있다.



'한 입에 넣어 입 속 온도로 녹여먹을 것'


 '한 입에 넣어 입속 온도로 녹여먹을 것' 카카오버터의 녹는 온도가 체온에 가깝기 때문이다. 입안에 탁,하고 퍼지는 술의 향 덕분에 입안이 즐겁다. 느즈막한 저녁의 나이트캡으로 곁에 두고 먹고싶다.




나의 취향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쇼콜라디제이



테이스팅 코스의 경우, 시간적 여유를 갖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하는 편이다. 천천히 테이스팅 코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오늘의 작업(매일 작업 리스트가 달라지기 때문)을 확인한다.


리스트는 트위터(twitter.com/chocolatdj), 인스타그램(www.instagram.com/chocolatdj)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코스에서 각자의 취향이나 술의 향에서 느끼는 것들을 나눈 다음에 리큐르 아이스볼에 들어가는 술, 파베에 들어가는 술, 핫초코에 들어가는 술을 선택하게 된다. 술이 처음이라도 이해하기 쉽고 위트있는 표현들로 설명해주시기 때문에, 재미있게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선택장애가 있다면


선택장애가 있다면, 잘 어울리는 밸런스있는 조합을 쇼콜라디제이에게 추천 받을 수도 있다. 평소 즐겨마시는 술이나 좋아하는 향에 대해 묻기도 하신다. 





오래 입안에 남아
진한 여운을 주는 술의 향



위스키봉봉은 한 입에 먹으면, 그 안에서 술의 향이 확 퍼지면서 여운을 준다. 강력한 인상을 주면서 입안에서 사라지는 게 위스키봉봉이라면, 생초콜렛 파베는 조금 더 진득한 향을 남기는 느낌.





지금까지 작은 초콜렛 전문점을 접해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조금 생경한 풍경으로 느껴질 수 있겠다. 초콜렛 전문점이라고 한정짓기에는 여기서 이루어지는 작업들이 너무 다채롭다.



- 위스키에 대해 잘 모른다고? 괜찮다! 나도 술알못이고 자주가는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술을 접해보게 되니까.

- 술이라면 어디가서 빠지지 않는다고? 좋다! 바텐더 분들도 즐겨 예약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술을 잘 못하지만,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ㅡ


개인적으로 술을 잘 못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술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술을 잘 못해서 잘 모를 뿐이지, 그 미지의 세계를 들여다볼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 물론 주량이 약하니까 그 미지의 세계를 들여다보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겠지만


술을 잘 몰라도, 잘 알아도 내 취향을 찾아가면서ㅡ 또는 편하게 드러내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권하는 곳.





씁쓸함과 달콤함이
뒤엉키면서 찾아오는 묘한 쾌감


어릴 적에 달콤한 건 마냥 달콤하기만 하고, 씁쓸한 건 그저 씁쓸하기만 했다. 단편적이게, 단순하게만 받아들였던 시절. 그래서 아메리카노를 못 먹었 씁쓸함과 달콤함이 뒤엉키면서 찾아오는 그 묘한 쾌감에 위스키 봉봉을 자꾸 입에 넣은 다음 엷은 미소를 짓게 된다.


10월 리뉴얼을 앞두고 있어서, 만약 방문을 생각하고 있다면 미리 메일 문의하길 바란다. 리뉴얼 후 언제 오픈할지는 아직 모르지만 한 겨울의 쇼콜라디제이를 애정하는 사람으로서, 12월 말에는 꼭 만나볼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이번 겨울은 10월 말부터, 엄청난 한파가 올 거라는 소식을 들었다. 불안한 마음이 들다가도 얼른 겨울이 와서, 리뉴얼 후의 쇼콜라디제이를 만나볼 수 있게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자꾸 고개를 든다. 그리럼을 듬뿍 넣은 핫초코를 마시고 기분좋게 취하고 싶다.





평일 5-10pm | 토 1-7pm | 일,월 휴무

[테이스팅]

평일 : 1부 (5pm) 2부 (7pm) 3부 (8:30pm)

토 : 1부 (2pm) 2부 (4pm) 3부 (6pm)


[픽업, 테이스팅 문의]

choco@chocolatdj.kr





트위터 : https://twitter.com/chocolatdj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chocolat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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