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도 울고, 나도 울었다.

초보집사, 고양이 키울 준비는 충분해도 충분하지 않다.

by sooookhee

고양이를 들이기로 결심하고 열흘 쯤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숙희가 울기 시작했다.


목 깊은 곳부터 긁어내듯 내뱉는 '와아악, 와아악'하는 굵은 울음소리는 작은 몸에서 나오는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뭔가 만족스럽지 않은 게 있는 걸까. 놀이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가 하는 마음에 두어시간을 신나게 놀아줬지만 밤새 악을 쓰고 울어댔다. 사료를 더 줘보고, 화장실 모래도 모두 새것으로 갈아주고, 간식도 줘보고, 장난감을 더 열심히 흔들어도 봤다. 울음소리는 멎을 때도 있었고, 멎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멎지 않는 때가 많아졌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구조자분께 증상을 말씀드리니, '아마 아직 낯설어서 그럴 것이라 조금만 기다려보자.'고 하셨고, 나는 숙희가 집에 잘 적응해주기를 바라며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기다려도 울음 소리의 빈도가 줄어들기는 커녕, 울음소리는 더욱더 커지고 빈도는 잦아졌다. 울음 소리가 커지고 잦아지면 오뎅 꼬치를 흔들었다가, 간식을 주었다가, 이층 침대로 데리고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갔다가, 따뜻한 전기요 위로 데려왔다가, 다시 바닥에 내려가서 차가운 화장실 문 앞 장판에 뺨을 대고 누웠다. 이 모든 것들을 숙희의 울음 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불규칙적으로 반복했다. 밤새 숙희를 쫓아다니다가 울음소리가 좀 잦아들기 시작하면 잠깐 눈을 붙일 수 있었다. 그렇게 십분, 이십분, 십분. 합쳐서 한 시간쯤을 겨우 채워 자고 가까쓰로 출근했다.


출퇴근 길, 점심 시간 짬짬이 초록창, 고양이 카페, 고양이 그룹 등을 전전하면서 숙희의 증상을 설명하고 비슷한 사례를 찾아봤다. '발정'증상으로 이야기가 수렴됐다. 발정이 온 것은 아닐까 구조자분께 여쭈어보니, 숙희는 발정이 오기엔 너무 어리니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하셨고, 나는 조금 더 인내하며 기다려보기로 했다. 혹시나 불안한 마음에 내원하려고 전화했던 병원의 의사선생님은 별다른 문제가 없을터이니 걱정말라고 하셨다.


길었던 일주일


현관 문을 뚫고 나온 숙희의 울음 소리가 복도에 쩌렁쩌렁 울렸다.


작은 소리도 크게 들려오는 깊은 밤엔 울음 소리에 잠을 설친 이웃들이 문을 두드리고 찾아올 것만 같았다.(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도 이렇게 잠을 못 자는데 혹 옆집에서도 잠을 설치는 게 아닐까. 이 울음이 잦아지기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걸까. 왜, 도대체 무엇때문에 저렇게 우는 것일까. 아무래도 발정이겠지. 속도 모르고 찢어지게 우는 숙희를 달래다가 울고 싶었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잠까지 부족한 어느날에는 정말 나한테 왜이러냐고 타박하기까지 했다.


집사 열흘째, 이리도 혹독한 육묘


어느 날 밤, 우는 숙희를 달래며 눈물을 흘리다가 '사람들이 왜 '파양'을 하는지 알 것 같다.'는 못된 생각도 들었다.(총맞을 소리라는 것을 안다. 파양은 안됩니다...여러분) 나는 충분히 오래 고민했고, 고양이를 키우기 전에 고민해야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사소한 문제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고통을 받고 못난 생각까지 하다니.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나고 속상했다. 그러나 별 수 없었다. 나의 선택지엔 숙희와 헤어지는 선택은 없었으니까. 그저 나도 옆에서 울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수밖에.


출근을 하면서도 집에서 내내 저렇게 통곡을 하고 있을 숙희를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퇴근하기 무섭게 집에 와서 출근하기 까지 집 밖을 떠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발정'이 이르게 온 것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때마침 설 연휴가 막 시작했고, 발정 중에는 수술하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에 명절이 끝나자마자 바로 병원에 가 진료를 받고 중성화수술을 하기로 결심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공휴일인 덕에 나는 낮이고 밤이고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집을 지키며 숙희의 옆에 붙어있을 수 있었다. 24시간 동안 집에 있으니 내새끼 울음 소리와, 그 소리에 고통 받을 이웃들 걱정, 내새끼 걱정 그리고 다시 울음소리에 고통받는 나의 고통..으로... 고통의 세레나데... 지옥이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 내가 죄가 많나보다...


왜 때는 하필 설날일까요...어흐흑 다흐흑...



왜 이렇게 속도 모르고 우니.


와아악, 와아악 목이 쉬어라 울어대는 숙희를 보면서 속상하다가도 사람 생리통처럼, 어쩜 그보다 몇 배나 고통스럽다는 생각이 들면 그저 가엾고, 안타깝고 속이 상했다. 진통이 멎었는지, 가르릉 대면서 내 코에 촉촉한 코를 맞대는 숙희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너는 내 마음을 헤아려 줄 필요가 없지. 내가 널 선택했고, 너를 데려왔으니까. 입양처를 찾는 글을 보고 내가 너를 데려오기로 결심했으니까. 다 내가 선택한 거니까. 너는 그저 건강히 크면 그 뿐인데,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구나. 내가 처음이라 그래. 숙희야, 엄마가 고양이가 처음이라 그래. 바보같은 엄마라서 미안해.





▼ 나와 이 시기를 비슷하게 겪은 홍끼 작가님의 경험담 링크를 공유합니다..(오열)▼


네가 주는 기쁨만큼 나는 슬플지도 모르겠어

생명 하나를 온전히 책임진다는 것


신중, 신중해도 나의 예상 밖의 일들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생명을 들이는 일에는 최악의 최악까지 충분히 셈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히 마련해본 체크리스트. '나만 고양이 없어!'클럽의 전 회원으로서, 나의 고양이를 모시고 싶은 미래의 집사 꿈나무님들께 살포시 보내본다.



초보집사가 감히 말씀드려봅니다.

반려동물을 기르기 전, 충분히 고민했나요? 체크리스트!

※혹시 잘못 된 정보가 있다면, 덧글로 둥글게 알려주세요.♥


1. 알러지 검사했나요?

본인/동거인이 알러지가 있는지 먼저 알고 있어야 합니다. 고양이 털 알러지가 극심한 경우 결막염, 콧물, 가려움, 호흡 곤란, 발진 등이 일어나기도 하며 당사자는 무척 고통스럽습니다. 알러지 검사는 피부과나 내과에서 할 수 있어요. 알러지가 있는 집사님들은 알러지 약을 먹어가며 키우기도 하니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미리 알고 준비해야 합니다.


2. 애완동물을 키워도 되는 집인가요?

집주인이 동의했나요? 여기서 집주인은 부모님이 될 수도, 임대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집주인이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다가 반려동물을 파양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지요. 월세나 전세를 구할 때는 계약 전에 반드시 애완동물을 기를 수 있는지 확인하고 계약서에 기재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집에 사람이 있는 시간이 충분한가요?

고양이가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양이도 외로움을 탑니다. 집을 오래 비워두면 안됩니다.


4. 가구/식물/소중한 수집품이 있나요?

가구/식물/수집품 등 고양이가 망가뜨릴 수 있는 것들이 집에 많다면, 다시 한번 신중하게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고양이는 어디에든 손톱을 시원하게 긁고 넘어뜨리고 떨어트리니까요. 그것은 다 그게 거기에 있기 때문이고, 본능이기 때문에 혼내서 교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됩니다. (따로 장식장, 베란다 등을 통해 공간 관리가 되는 경우는 제외)


5. 털빠짐을 감당할 수 있나요?

고양이 털을 빗어주다 보면, 이러다 우리집 고양이가 없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양이 한 마리를 빗으면 고양이 반마리 분량의 털이 나오거든요. 털이 짧은 고양이라도요. (아득)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옷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털털털... 밥 먹다 보면 밥그릇에도 털, 국그릇에도 털... 털 뭐 좀 묻히고 다닐 수도 있고, 좀 먹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털에 무뎌질 수 있는지, 안고 갈 수 있어야 합니다. 털은 그냥 포기하는게 빠릅니다.


6. 매일 꾸준히 놀아줄 수 있나요?

오뎅꼬치를 흔든다거나, 같이 놀아주는 시간은 필수입니다. 놀이는 사냥의 일부기 때문에 놀아주지 않으면 아이가 우울증에 빠지거나, 비만이 될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뚱뚱해도 너무 귀엽지만, 사람이든 고양이든 비만은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매일 일정 시간 놀이에 할애할 수 있는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7. 비용(사료, 모래, 간식, 장난감, 병원비)?

사료, 모래는 두어달에 한번씩 꾸준히 사야하며, 종류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동물 병원도 한두달에 한번씩은 정기적으로 가야합니다. 동물병원은 부르는게 값이기 떄문에 뜻밖의 질병이 발생하면 2-300백만원은 그냥 깨진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더불어 숙희처럼 중성화를 할 경우 남아기준 15-20, 여아 기준 30-35만원 정도가 듭니다. 반려동물 명의의 적금통장은 필수!


8. 육묘는 육아와 같습니다.

육아에 감히 비할바는 아니겠지만, 육묘는 육아와 같다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집 고양이는 태어나서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아기고양이라고 합니다. 칭얼거림, 장난, 온 방을 어질러 놓는 것, 아침 저녁으로 밥을 주고, 똥오줌을 치워주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약을 먹이고. 늙어서 털이 빠찌고 귀엽지 않아져도 마음으로 품을 수 있나요?


9. 아기 고양이 보다는 청소년 고양이가, 청소년 고양이 보다는 성묘가

아기 고양이는 사람 아기처럼 몇시간 마다 우유를 마셔야하고, 배변유도도 해야하고, 집에 24시간 사람이 있지 않은 이상 키우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요. 4~5개월령의 어린이 고양이는 하나하나 가르쳐햐 하는 것들도 많고요. 에너지도 넘치기 때문에 놀아주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교육이 잘된 1~2살의 성묘를 입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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