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집사 당신, 골골송을 처음 들어보셨군요.
나는 랜선으로만 고양이를 앓아온 고알못이라, 숙희가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 하나부터 열까지 새롭고 신비하고 걱정스러운 것들이었다.
숙희는 거의 항상 '드릉드릉'거리는 소리를 냈다. '가르랑'이라든가, '가르릉'같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소리가 아닌, 모터가 돌아가는 것 같은 우렁찬 소리의 '드릉드릉드릉드릉르르ㅡㄹ을으릉...'에 가까운 소리. 처음엔 이거 혹시 무슨 폐병같은 게 아닌가 너무 무섭고 걱정이 됐다. 어찌 달래보려고 숙희의 등에 손바닥을 대니 이 작은 털복숭이의 몸이 '드릉드릉'소리에 맞춰 덜덜덜덜 떨리는 것이다. (히에에에에에엥ㄱ ㅠㅠ 더 걱정되잖아!!) 마치 휴대폰 진동모드처럼. 처음엔 이게 너무 익숙해지지 않아 '고양이 폐병', '고양이가 숨을 이상하게 쉬어요.', '고양이 몸에서 모터소리가 나요.' 같은 질문을 고다*('고양이를 부탁해'라는 네이버 고양이 카페)에 검색하곤 했다.
주로 고양이는 기분이 좋을 때 골골송을 부른다고 한다. 만족스러운 기분일 때라거나 뭔가 얻어내기 위한 애교...의 일종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가르릉'하는 소리는 고양이 성대가 떨리면서 나는 소리이며, 그래서 성대 수술을 받은 고양이는 '가르릉'소리를 낼 수 없다고 한다.
골골송은 고양이끼리의 소통 방법이기도 한데, 시청각이 발달하지 않은 아기고양이 때는 골골송으로 엄마에게 자기가 젖을 잘 먹고 있다고 소통하고, 엄마 고양이는 골골송으로 아기고양이를 안심시킨다고 한다. 그렇다면 골골송은 고양이 부모로부터 아이고양이에게 학습되는걸까? 그렇담 태어나자마자 부모와 떨어진 아이들은 골골송을 부르지 않을까? 아니면 반사적인건가? 흐어엉.. 궁금하다.
의사 표현이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이 있듯이 고양이마다 다른 목소리로, 다른 빈도로 골골송을 부른다고 하니 우리집 고양이가 골골송을 덜 부른다고 너무 서운해하지 말자.
'골골송' 속에 담겨진 의미
'기분 조와. 행복해♥ / 편안하다냥냥 / 엄마 니가 너무 좋아 / 엄마 나랑 놀자 / 엄마 간식조...'
한가지 더,
이 때의 골골송은 자신의 고통을 덜기 위한 행동으로, 기분이 좋을 때의 골골송과는 다르다고 한다. 어떻게 다른지는 아직 모르겠다. 밥도 먹지 않은 채 식빵자세를 하고 골골골 거린다면, 병원에 진찰을 해보는 게 좋다고 하니 평소에 골골송을 잘 들어두자.
골골송은 25-150헤르츠의 주파수를 갖는데, 이게 사람의 혈압도 낮추고, 골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다. 만병통치약이야..뭐야..
골골골 소리가 초음파치료와 같은 역할을 해 부러진 뼈의 치료를 돕는다나?
'골골송'을 알게 된 뒤로 안심했지만, 얼마간은 밤마다 쉼없이 코를 고는.. 고양이...와 함께 잠들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했다. 드릉드릉... 드르르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