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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ookhee Nov 03. 2018

날씨가 추워져서 좋은 이유

고양이 난로가 그리 좋아

뒷꿈치를 들고 최대한 살금살금 계단을 올라온 다음, 주머니에 있는 키링들이 부딪혀 짤랑거리지 않게 손으로 꼭 쥐고 조심스레 현관문을 연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 현관 앞에서 '애옹'반기는 네가 있는 내 하루의 끝. 반짝반짝 빛나는 밤을 훔쳐다가 걸쳤나, 별을 따다 이마에 붙여두었나. 나의 멋쟁이 턱시도 고양이. 숙희.

따끈하게 데워 놓은 전기장판 위의 도톰한 극세사 이불을 젖히고 쏙 들어가면, 하룻동안 굳은 몸과 마음이 포곤한 온기에 살살 녹는 것 같아. 모로 누워 한쪽 팔로 이불을 걷어, 이불 동굴을 만들고 너를 부르곤하지.


"숙희야."

단 한 번에 오는 일은 드문, 이럴 때는 천상 고양이.


"숙희야. 자자."

이불 동굴 아래의 요 위를 반대편 손으로 탁탁 두드리면, 너는 나를 쳐다 보면서 '양', '먕', '애옹' 같은 소리를 몇번 옹알거리지. 아마도 '벌써 자?'라거나 '나 아직 자기 싫은데?'라고 하는 것 같은데, 난 고양이 말을 못 하니까. 사람말을 이해하는 숙희 네가 내 부탁 좀 들어주라.


심보가 고약한 나는 못 들은체하며 애꿎은 요만 팡팡 두드려. 그러면 너는 매트 위로 뽀작뽀작 소리를 내며 걸어와 이불 속으로 쏘옥 들어오지. 고롱고롱. 고로롱. 식빵이 구워지는 우렁찬 모터 소리를 들으면서 잠드는 밤이 좋아, 자꾸 밤마다 이불로 커다란 동굴을 만들고 너를 부른다. 밤새 뒤척이다 너를 누를까봐 구부정한 채로 잠을 자도, 네가 곁에서 고롱고롱 고로롱대면서 자는 밤은 마음이 포근해져서 좋아.


어느 날은 베개가 마음에 든 건지 작은 베개 위에 올라온 네가 슬슬 미끄러져, 돌아 누운 내 뒷통수 옆으로 너의 복슬복슬 커다란 궁둥이가 묵직하니 쏟아졌었지. 바보 고양이, 행복하게 잤니?



 

너 이전의 나는, 언제고 떠나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너와 가족이 되어버린 나는 어쩔 수 없게 되었다는 그런 생각을 했단다.


보고 싶은 것이 생긴다는 것, 그리운 것이 생긴다는 것, 내 곁을 내어주고, 시간을 보내며 함께 하는 기억을 쌓아간다는 것. 그 선 상에 우리는 함께 있어. 나의 검은 고양이, 숙희.


오늘도 옆에서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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