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와주어서 고마워
몇 줄만 읽어도 글쓴 사람을 짐작케하는 글이 있어.
오늘 아침 메일함 속, 그 글이 그랬어.
피곤한 목요일 아침. 추위에 굳은 손을 부비며 메일함을 열어보니, 뉴스레터가 한 통 와있더라. 매주 발행하는 담당자의 원고가 실린 뉴스레터. 'TMI가 필요한 순간'. 짧은 문장에서 오는 강렬함에 끌려 메일을 열어봤지. 뉴스레터라는게 그렇잖아. 사실 읽는 건 고사하고 쌓여있다가, 한꺼번에 휴지통으로 가고는 하는 그런거지. 여긴 매주 다른 담당자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한꼭지씩 실어보내. 매번 다른 메일의 제목, 오늘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라면 어떻게 열어보지 않을 수 있겠어. 누군가 정성스럽게 엮은 글을 읽어내려가는데 그 속에서 익숙함이 느껴지는거야. '흐음.' 스크롤을 쭉 내려 본문의 끝에서 발견한 담당자의 이름을 보고서는 역시나하는 생각이 들었어. 네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평생 만나지 않았을 인연일지도 모르는 사람이더라구. 네 덕에 얻은 인연이야.
그 목소리는 네가 했던 이야기와 닮은 온도여서 나는 혹시 그가 아닐까 짐작했던거야. 이처럼 때로는 누군가 쓴 글에는 그 사람의 마음에 담긴 어떤 사람의 지문같은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해. 그의 글에 실려온 너의 온기를 내가 만진 것처럼.
그래서 그런걸까.
어떤이의 글을 다시 마주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 그 사람을 다시 마주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 같아서. 한없이 따뜻하고 자상한 너의 글들이 아직은 나의 마음을 너무 춥고 외롭게 해. 분명 따뜻하고 포근한데, 그 따뜻함만큼 나는 가슴시리고 서러워져서 견딜 수 없으니까. 네가 너무 보고싶어져서, 너무 속상해져.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거지. 나는. 그래도 걱정마. 나는 천천히, 멈추지 않고 그 따뜻함을 마주할테니까. 결국 언젠가는 네가 준 그런 따뜻함을 쥐고, 내가 쥔 단 한줌의 온기가 필요한 어떤 누군가를 만나는 때가 온다면 꼭 그걸 전해줄게. 그럴 수 있게, 그런 사람이 되어보려고 노력해볼게.
문득 그런 생각을 해. 이처럼 너의 목소리는 많은 사람들의 글로, 목소리로, 삶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무수히 반복할테지. 그런 따뜻함은 자꾸 자꾸 퍼져나갈테고. 결국 세상은 네가 있었기에 좀 더 따뜻해졌고, 따뜻하고, 앞으로 더 따뜻해질거야.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내 인생에 짠하고 등장해줘서 고마워.
감성글쓰는 시대가 다시왔으면 좋겠다.
쿨한것도 좋은데 감성적인 것도 좋아.
힘든거 티내고 행복한걸 표현하고
다시 그랬음 좋겠다.
감성의 초점이 다른 사람들한테 오글거린다면서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도 안했으면 좋겠다.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구.
20141019. 김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