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숙희는 보통 내 머리 맡에 둔 소파 모양의 스크래처 위에서 자거나, 빨간색 이케아 소파 위에 푹 파묻혀 자거나, 때로는 현관 앞 러그 위에서 잔다.
그런데 요며칠간은 내 옆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겨우내 이불 속에 품고 잤으니 곁에서 자는 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한 동안 빨간 소파에서만 자다가 곁에 와서 자는 것이 썩 낯설게 느껴졌다.
어젠 새벽이 오도록 잠이 오지 않아, 곁에서 잠자는 숙희를 구경했다.
두 팔을 슈퍼맨 처럼 앞으로 쭉 뻗고 잘 때도 있고, 하얀 배를 다 내놓고 사람처럼 벌러덩 누워 잘 때도 있다. 세상 편하게 배를 하늘로 하고서 단잠에 빠진 모습을 볼 때면 숙희는 여기가 제 집이고, 제 세상인 것을 아는가 싶어서 기분이 좋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 최대한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도 작은 기척에 잠에서 깨어 '애웅...'하고 잠긴 목소리로 무어라 한다. 내가 일어나 화장실에라도 가는 참이면 기어이 따라 나서 거실로 쫓아 나와 졸졸졸 쫓아 다닌다. 내가 거실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저 나름 할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아웅아웅'하고 불평한다. 그러면 나는 주방과 거실의 불을 차례로 끄고 다시 어둠 속으로 살금살금 걸어들어간다.
내가 배게를 배고 모로 누우면, 내 배게 옆에 자리를 잡고 웅크리고 숙희도 자리를 잡는다. 내가 누워서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에 눕는 위치 선정이 센스있다. 역시, 배운 고양이.
동그랗게 야무진 뒷통수와 복슬복슬한 턱을 쓰다듬으면, 작은 가슴팍을 모터처럼 울리는 그릉그릉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릉그릉 온 몸으로 코를 골며 잠을 청하는 숙희를 보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꽤 긴 시간 잠을 자고, 내어 놓은 사료를 먹고, 이곳 저곳에 둔 물을 마시고, 캣타워에 올랐다가, 소파에서 잠을 잤다가, 방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베란다로 우다다 쏘다녔을 내 작은 세계를 얼른 보러 가야겠다.
오늘은 어디서 잠을 청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