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없는 하루

by sooookhee

계단을 오르는 내 발소리를 듣고 현관까지 마중을 나오니까, 항상 집 앞 계단부터 발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걸어올라온다. 현관 문에선 짤랑이는 열쇠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조심, 열쇠를 꽂는 동시에 재빨리 문을 연다. 철커덕하는 소리를 듣고 그제서야 방에서 호다닥 뛰어나오는 숙희가 신발이 있는 현관에 내려오지 않게 저지하며 거실에 들어서면, 온 방을 채우는 숙희의 잔소리. 야옹야옹. 우에옹오웨옹웨오우웅우ㅇ어억(?)


병원에 아이를 두고, 집에 와서 현관문을 열자마자 생경한 낯을 하고 나를 쳐다보는 방안이 어색하다. 집이 너무 고요해서, 그 적막함이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자려고 눕는 데 옆에서 자겠다고 작은 머리로 품을 파고 드는 숙희, 얼굴 옆에 복슬복슬한 궁둥이를 슬쩍 내미는 숙희, 내 배 위에 올라와 식빵을 구우며 골골송을 부르는 숙희. 1년의 시간 동안 내 삶에 고양이 한 마리가 이렇게 깊이 들어왔구나.


네가 있는 공간이 내 일상이었구나.


바닥에 장난감 건드려 소리를 내서 괜히 기대감 줄까봐 습관처럼 살금살금 걷다가도, 그럴 필요없지하는 생각이 들면 또 괜히 마음이 복잡하다. 밤에 화장실 가기 쉬우라고 항상 방문을 열어놓고 잤는데 어젠 처음으로 방문을 닫고 잤다. 그릇에 소복한 사료, 열어 놓은 화장실, 얼른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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