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방광에 결석, 수술을 해야할지도 몰라.

숙희의 오줌으로 응고된 모래에 생긴 분홍 얼룩은 피였다.

by sooookhee

숙희 화장실을 치우다가, 감자(고양이가 오줌으로 응고된 모래를 부르는 말)에 핑크빛이 비치길래, '두부 모래 공정과정에 색소같은 게 섞여들어갔나...'하면서 치웠다. 집에서 나오는 길에 혹시나해서 검색해보니 신장/방광(요로)문제 일수도 있다는 글들이 있었다. '에이 설마...' 하고 집 밖에 나왔다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집에 돌아가 숙희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갔다. 다행히 최근 동네에 다니기 시작한 병원은 24시 동물병원이라 저녁에도 갈 수 있었다. 가는 내내 '큰병이 있으면 어떡하지?'하는 생각과 '에이 설마, 저렇게 펄펄 날아다니는데 큰 병이겠어?'하는 생각이 오갔다.


내원한 병원에서는 엑스레이와 초음파를 찍었고, '방광에 결석이 보인다'는 소견. 소변검사를 하면 좋을텐데, 방광이 비어있는 상태라 당장 소변검사는 어렵다고 했다. 여러 알갱이가 뭉친듯한 숙희의 방광 속 결석의 생김새로 봤을때, 소변검사를 하더라도 수술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결국 이 상황에서 제일 좋은 방법은 수술이구나 싶어서, 내일로 수술 날짜를 잡았다. 그 때까지만 해도 담담했다. '아, 아프구나. 아프면 수술을 해야지.' 정도. 지금 생각해보면 항상 엄청 놀랄만한 일들엔 찬물을 끼얹은 것 처럼 마음과 정신이 착 가라 앉는다.


의사선생님은 모니터에 어떤 처치가 필요한지 설명하면서, 검사와 수술에 사용되는 것들의 비용을 보여줬다. 하나하나 추가 될 때마다 적게는 3만원에서 많게는 9만원 씩. 계속 셀이 아래로, 아래로 추가됐다. '괜찮아. 이정도는' 정도의 비용을 지나,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이 합계란에 찍혔다.


"이 이야기를 보호자님들께 할 때가 제일 죄송스럽네요."

의사선생님이 겸연쩍어하시면서 말했다. 자신도 어렸을 때 동물병원 비용 때문에 부모님이랑 싸우곤 했는데, 이제 의사가 되어보니 왜 이런 가격이 나오는지 이해하게 됐다. 그렇지만 항상 이런 비용을 말씀드려야 할 때마다 어렵다고.


검사, 수술, 입원에 약 170~200만원의 비용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말그대로 문제가 생기거나 입원을 더 길게 하게 된다면 지금 예상하는 200만원은 가뿐히 넘어서게 될지도 모른다. 결코 주머니에서 쉽게 쓱 꺼낼 수 있는 비용은 아니다. 하지만 비용은 마련하면 된다. 내가 만약 학생이었다면 치료는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든 마련할 수 있다고 비용은 제쳐둘 수 있게 생각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했다. 물론 카드 할부와 쥐고 있는 얼마간의 잔고로 메꾸게 될 테지만 "비용은 괜찮아요. 수술만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수술을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로비에 나와 수술 동의서를 쓰는데 '위급시 심폐소생술 동의 여부'체크란이 있었다. "위급시 심폐 소생술에 시행에 동의 안하면 수술하다가 죽는 거 아니에요?"라고 묻자, 의사선생님은 "노견, 노묘의 경우엔, 편히 가게 해주고 싶어서 위급시 심폐소생술에 동의하지 않는 보호자들이 있다."고 했다. 그 때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났다.


'아, 편하게 보내주고 싶어서.'

그렇구나.. 그렇구나...

그제사 수술이 실감나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병원에 나오자마자 톡방에 숙희의 수술 소식을 알렸다. 그걸 본 친구가 전화를 했다. 그냥 전화를 받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났다. 눈물을 참으면서 씩씩하게 전화를 받는데 왜 이렇게 서럽고 그런지. 친구는 '그래도 소변검사를 통해서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면, 바로 수술을 하는 것 보다는 치료할 수 있는 상황인지를 보는게 어떠냐'고 조언해줬고, 혹시 모르니까, 하는 마음에 다시 병원에 들러서 의사선생님과도 다시 말씀을 나눴다. 그렇게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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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포기하는 암담한 상황이 아니어서, 그래서 다행이다. 그거면 됐다.

생명을 들이는 것은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공교롭게도 내일은 한달여간 기다린 숙희의 캣타워가 결제되는 날이다.

숙희가 수술을 잘 이겨내고, 얼른 나아서 씩씩하게 캣타워를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병원에서는 담담했는데, 돌아오니 눈물이 핑핑난다.

못났어라.




부디 숙희 수술이 잘되길, 건강하게 회복할 수 있기를.

이 글을 본 분들이 아주 잠깐만이라도, 숙희의 건강을 기도해주신다면

숙희도, 글쓴이인 숙희의 엄마도 큰 힘이 될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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