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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깜냥깜냥 May 07. 2020

전 이렇게 여행해요: 내가 여행할 때 꼭 지키는 것들

 written by 범쥬



나는 혼자 무엇인가를 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혼자 밥 먹는 것, 혼자 어딘가를 쏘다니는 것, 혼자 영화 보는 것…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물론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도 의미 있지만,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차오르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여행도 혼자 가는 것을 선호한다. 나를 걱정하는 가족을 안심시키기 위한 카톡 전송 횟수와 안전을 위한 체크리스트들이 서너 배로 늘어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가는 여행을 포기할 순 없다.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차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여행할 때 꼭 지키는 나만의 규칙—솔직히 규칙이라고 하기엔 너무 민망하다—을 깰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방금 언급한 나만의 여행 규칙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대단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주 아주 느슨한 규칙이지만, 나에겐 중요한 것들이라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마음 가는 대로 하기 

혼자 훌쩍 떠나서 뭘 하느냐, 하면… 그냥 마음이 이끌리는 걸 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 가는 관광지를 둘러보기도 하고, 그게 별로 끌리지 않으면 카페에 앉아 있기도 한다. 여행지에 대해서 미리 알아가되 꼭 보고 싶은 것은 두 가지 정도만 적어 가고, 다음 날의 일정은 전날 밤에 숙소에서 정한다. 여기도 봐야 하고, 저기도 봐야 하는 바쁜 스케줄은 싫으니 일정은 최대한 간략하게 짠다. 하루에 너무 많은 것을 본다거나, 너무 많은 곳에 가는 것은 피하는 편이다. 

여행 일정 자체가 빡빡하지 않다 보니 마음에 드는 장소를 여러 번 방문하는 걸 망설일 이유가 없다.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장소를 발견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이기에, 그런 보물 같은 곳을 발견한다면 그곳에 머무르고 싶은 만큼 여유롭게 머물렀다 가려고 한다. 예전에 어느 여행지에서는 작은 바닷가 마을이 마음에 들어서 종일 마을 이곳 저곳을 쏘다닌 적도 있다. 덕분에 그 곳에 가면 꼭 들러야 한다는 관광지에는 가지 못했지만, 나는 명소 위주의 여행에서 얻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을 느꼈다. 

내가 이런 식으로 여행을 다녀오면 ‘도대체 그럴 거면 그 돈 들여서 여행을 왜 가느냐’, 혹은 ‘집에서 할 수 있는 걸 왜 거기까지 가서 하느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간혹 금전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며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다. 다신 못 갈 수도 있는데, 왜 더 많은 것을 보고 오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내 생각은 이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나는 여행을 체크리스트 작성하듯 하지 않는다. ‘온 김에’ 라는 말은 내 여행엔 없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가는 유명한 장소, 유명한 음식점, 그곳에서 꼭 사와야 하는 물건 리스트 같은 것들에 얽매이지 않는다. 남들이 간다고 해서 내가 가야 할 이유는 없고, 남들이 산다고 해서 내가 사야 할 이유는 없다. 내 안전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리고 내가 마음 속으로 정해 둔 예산 안에서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주어진 시간을 가득 채우면 그만이다. 그러한 리스트들과는 상관없이, ‘내 마음이 동하는가?’ 가 나에겐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건 ‘내 여행’이니까.   


의미부여 하지 않기 

똑같은 것을 놓고 누가 누가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하는지, 그리고 누가 그것을 더 정제된 언어로 잘 표현하는지, 우리는 이런 걸 따지는 데 좀 익숙한 편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린 가끔 어떤 것에 의해 ‘좋은’ 감정을 느낀 상태를, 그러니까 ‘좋았다’ 라는 한 마디로 설명될 수 있는 상황을, 어떤 것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었고 그것이 나의 삶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포장해서 이야기하곤 한다. 

어린 시절, 여행을 다녀와서 제출용 감상문을 써 본 기억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나는 종종 그 여행을 통해 내가 배운 것들을 나열하며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에 대해 애써 의미를 부여하곤 했다.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나는 이런 감상문을 스스로 작성하면서도 의문이 들었다. 내 마음에서 우러나온 꾸미지 않은 감정에 꼭 이런 의미 부여가 필요할까 싶었고, 꼭 무엇인가를 배워 온 여행만이 가치 있는 여행이라고 여겨지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 

물론 이런 방식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이런 방식으로 여행에서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 잘못됐다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내 생각엔, 여행에는 이런 의식적인 의미 부여가 필요 없는 것 같다. 여행을 다녀왔으면 응당 무언가를 얻어 와야 하고, 무엇인가를 배워 와야 한다는 생각은 여행을 즐기는 데 방해만 될 뿐이다. 여행을 통해 뭔가를 배워 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도 상관없다. 여행하는 내내 행복했다면 그것만으로 된 것이다.  



내 느슨한 규칙의 핵심은 결국,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나의 느낌, 나의 감정, 나의 속도에 맞춰 여행을 꾸려 나가며 온전히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 나의 여행 방식이다. 

평범하고 느린, 나의 템포에 딱 맞춰 느슨하고 여유로운 여행. 의식적으로 무엇인가를 느끼거나 배우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에 들어오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껴안는 여행. 이것이 내가 사랑하는 여행의 모습이다.  



____ 범쥬 its.me.bom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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