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범쥬
작년 말, 스페인으로 혼자 여행을 다녀왔어요. 한 해 동안 고생한 나에게 스스로 주는 선물이었죠. 여름에 여행을 결정하고, 9월에 비행기 티켓을 끊었어요. 그리고 숙소를 알아보았는데… 세상에. 가격이 만만치 않은 거예요. 거의 한 달 살기 개념으로 떠나는 여행이었기 때문에, 여행 내내 호텔에 머무를 수는 없었어요. 대학생 주머니, 한없이 가볍잖아요? 그래서, 에어비앤비를 선택했습니다.
사실 에어비앤비를 스페인 여행에서 처음 이용해 보는 것은 아니었어요. 예전에 러시아에서 호스트의 집 전체를 빌리는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이용해 본 적이 있었기에,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 자체가 낯설지는 않았죠. 하지만 호스트가 머무는 집의 방 하나만을 빌리는 것은 처음이라,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았어요. 혼자 떠나는 여행이었기 때문에 특히 안전에 신경 써야 했고요. 안전하면서도 깨끗하고, 저렴한 집을 찾는 것이 목표였는데,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 밤을 새워 가며 숙소를 찾고 또 찾아본 결과, 거의 모든 숙소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었어요.
지금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해외 여행이 어려운 상황이에요. 집 앞 편의점에도 마스크를 쓰고 가야 하죠. 자유롭게 숨 쉬고, 마음먹었을 때 어디든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이었는지 새삼 깨닫는 중이에요.
‘집’이라는 주제를 맞아, 제가 에어비앤비를 구하는 데 고려했던 점과 에어비앤비와 관련된 저만의 추억을 풀어 보려고 해요. 저에게 방을 빌려주었던 호스트와 그곳에서 만났던 모든 사람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득 담아, 시작해 볼게요.
호텔은 화장실을 포함하여 모든 시설을 혼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조식을 신청한다면 직접 요리하지 않아도 아침을 먹을 수 있고, 외출했다가 들어오면 말끔하게 정리된 객실에서 편안히 쉴 수 있죠. 그러나 하루 숙박비가 비싸다는 것과, 조식을 신청하지 않을 경우 모든 식사를 식당에서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어요. 또, 현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느껴볼 수 없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반면, 에어비앤비, 특히 개인실은 호텔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큰 장점이 있어요. 부엌과 세탁기, 건조기 옵션이 있는 곳을 선택한다면 여행 비용을 더더욱 절약할 수 있답니다. 마트 또는 시장에서 장을 보고, 부엌이 딸린 곳에서 직접 요리를 해 외식을 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은, 빠듯한 예산으로 여행하고자 하는 이들에겐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죠. 단점으로는 숙소의 청결도가 호텔보다는 떨어질 수 있다는 것, 화장실과 부엌을 호스트와 함께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랍니다.
두 숙소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된다면, ‘자신의 여행 목적과 기간’에 대해 떠올려 보는 것이 좋아요. 자신의 여행 목적이 낯선 곳에서 현지인처럼 살아보고 그들의 삶을 느껴 보는 것이라면 에어비앤비를, 좋은 전망과 편안하고 깔끔한 곳에서의 완전한 휴식이라면 호텔을 선택하는 것이 좋아요. 또, 여행 기간이 길다면 에어비앤비를, 짧다면 호텔을 선택지에 올려 보는 것도 좋고요. 긴 여행 기간 동안 모두 호텔에 머물 수 있다면 호텔을 선택해도 돼요. 하지만 저처럼 여행 예산이 빠듯하다면, 숙소를 고려하는 기준을 여행 기간으로 설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에어비앤비에 머물기로 마음의 결정을 마쳤다면, 이제 어플을 켜 숙소를 알아보아야 합니다. 날짜와 국가를 입력하면 정말 많은 숙소들이 쏟아져 나와요.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한도 끝도 없죠. 우선 예산에 맞게 가격 옵션을 조정하고, 여러 숙소들을 둘러보기로 합시다.
가격 옵션을 조정해도 너무나 많은 숙소가 보일 거예요. 자, 이제 꼼꼼한 기준을 세워, 여러분의 눈 앞에 보이는 수많은 숙소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숙소들을 골라 내야 합니다. 저는 다섯 개 정도의 숙소를 골라 본다는 생각으로 여러 집들을 둘러보았는데, 이 때 제가 만든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안전
* 숙소 주변이 위험하다는 코멘트가 있는가?
* 숙소 주변의 길, 가로등 등과 관련된 코멘트가 있는가?
* 숙소 입구 및 사람들에 대한 코멘트가 있는가?
2. 청결
* 청결 점수가 5점 만점에 4.5점 이상인가?
* 리뷰에 베드버그, 바퀴벌레, 먼지, 냄새 등과 관련된 코멘트가 있는가? (베드버그가 있었다는 코멘트를 발견할 경우, 뒤도 돌아보지 말고 리스트에서 삭제해야 한다. 바퀴벌레와 관련된 코멘트가 달린 숙소 역시 리스트에서 삭제하기를 권한다. 여행 짐과 옷 등 소지품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3. 위치 및 편의시설
* ‘밤에 지나치게 시끄럽다’, ‘차 소리가 너무 많이 들려 잠 자는 데 어려움이 있다’ 등의 코멘트가 있는가?
* 숙소 주변에 지하철역, 버스 정류장 등의 대중교통 시설이 있는가?
* 방문하고자 하는 관광지와는 몇 분 거리에 있는가?
* 공항과의 거리는? (입국, 출국 시 택시비를 계산할 때 편리하다.)
* 국가간 이동을 해야 할 경우, 기차역 또는 버스 정류장과의 거리는?
* 마트 또는 시장과의 거리는? (도보로 이동 가능하면 좋다.)
*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있는가? (테이크아웃 매장 등이 한두 개 있으면 편리하다.)
4. 숙소 옵션
* 부엌을 사용할 수 있는가?
* 화장실은 호스트(혹은 다른 게스트)와 함께 사용하는 것인가?
* 샤워 시간 및 온수 사용에 대한 코멘트가 있는가?
* 세탁기 및 건조기를 사용할 수 있는가? (여행 기간이 길 경우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며, 여름에 여행할 경우 더더욱 확인해야 하는 항목이다. 숙소에 예상치 못하게 베드버그 등이 있을 경우, 세탁기 또는 건조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냉난방 상태는 어떤가?
* 식탁이 있는가? 없다면, 방에 테이블이 있는가? (방에 테이블이 있다면, 노트북 등을 이용할 수 있어 아주아주 편리하다.)
* 수건이 제공되는가?
5. 기타
* 체크인 시간과 체크아웃 시간은?
* 호스트와의 연락은 바로바로 되는 편인가? / 의사소통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편인가?/ 이에 대한 코멘트가 있는가?
* 호스트가 짐을 맡아줄 수 있는가?
* 반려동물이 있는가?
위와 같은 기준이 지나치게 꼼꼼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다른 이의 집에서 여행 기간 내내 머무는 것이니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아요. 특히 청결과 안전 부분에 신경 쓰는 것을 잊지 마세요. 현장에서 ‘멘붕’ 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참고로 전 머리카락, 먼지, 바퀴벌레가 돌아다니는 숙소에서 4박을 머무르다 뛰쳐나왔답니다.)
여러분, 이제부터는 저의 에어비앤비 영업글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상황이 좋지 않지만, 얼른 이 사태가 끝나기를 기도하며 저의 에어비앤비 이용기를 들려드릴게요.
제주도
제주도에서는 별채처럼 따로 나와 있는 방을 이용했어요. 집 세 채 중에서 한 채를 저희가 썼죠. 원룸 형태로 되어 있었는데, 침대와 옷장, 주방이 있었어요. 집 뒤가 드넓은 감귤밭이었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들렸죠. 처음엔 ‘시원한 바람이 부는구나!’ 싶었는데… 그 땐 몰랐죠. 그게 태풍이었을 줄은. (그리고 저희는 비행기가 결항되어 제주를 떠나지 못했답니다.)
어쨌든, 이 숙소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바로 아침식사. 아침에 문을 열었는데 글쎄, 달걀과 빵, 주인 아저씨께서 직접 만든 감귤주스와 감귤 잼이 담긴 바구니가 문 앞에 와 있는 거예요. 물론 아침식사 옵션이 들어 있는 방이라는 것은 알고, 제 손으로 결제했지만! 막상 아침 바구니를 직접 목격하니 감동이 두 배였어요. 호텔 조식보다 더 기분 좋게 아침을 먹었던 것 같아요.
엄마와 함께 갔던 여행이었는데, 솔직히 조금 걱정했어요. 숙소가 혹시 불편하진 않을까, 그냥 호텔로 할 걸 그랬나? 싶었죠. 하지만 친절한 주인 아저씨와 연락도 잘 되고, 방도 청결하고, 아침 식사도 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실 이 숙소는 제주 시내와는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었어요. 시내와 거리가 떨어져 있을수록 숙박비가 저렴해지니까, 차를 운전할 수 있다면 저처럼 안전한 외곽 지역에 숙소를 구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반대로, 대중교통만 이용해야 한다면 시내에 숙소를 구하는 것이 좋겠죠?
러시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갔을 때에도 에어비앤비를 이용했어요. 언덕 위의 집이라고 분명히 쓰여 있긴 했는데, 막상 가 보니 언덕이 아니라 거의 산 수준이더라고요. 캐리어를 끌고 올라가느라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너무 더워 한겨울에 언덕을 오르며 롱 패딩을 벗어던졌던 기억이 나네요.
러시아 숙소는 주방이 딸려 있는 곳이었어요. 짧은 여행이었기 때문에 요리를 해 먹지는 않았지만, 식당에서 포장해온 음식을 먹었어요. 조리 도구나 전자레인지, 인덕션 등이 구비되어 있어서 손쉽게 음식을 데울 수도 있었죠. 조리 도구를 사용할 일이 일체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있으니 정말 편했어요. 이 숙소 이후로 저는 에어비앤비를 구할 때마다, 조리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을 살펴보곤 합니다.
이 숙소에서 좋았던 것은 숙소에 세탁기가 있었다는 것과 이웃들이 정말 조용했다는 점, 그리고 호스트가 짐을 맡아 주었다는 점이에요. 옷을 세탁할 일은 다행히도 없었지만, 세탁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이웃들도 정말 조용해서, 저녁 시간 이후에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휴식을 즐길 수 있었어요. 여행에서 돌아와 다른 에어비앤비 후기들을 읽어 보니, 의외로 이웃들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숙소 자체의 별점은 높은 편이었는데 주변 이웃들의 배려가 부족했던 거죠. 편안한 여행을 위해서 후기를 꼼꼼히 읽어봐야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러시아 숙소에서 딱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숙소 출입구. 너무 깜깜하고 어두워서, 들어갈 때마다 무서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혼자 간 것은 아니라서 좀 덜 무섭긴 했지만요. 러시아 숙소의 어두운 출입구가 잊혀지질 않아서, 스페인 숙소를 구할 때에는 밝은 출입구의 에어비앤비만 골라서 예약했어요. 혼자 여행 가시는 분이라면 출입구도 꼭 체크해 보세요!
스페인
스페인에서는 숙소를 다섯 번 정도 바꿨어요. 다른 국가로 넘어가려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그때그때 숙소를 알아보아야 했죠. 그래도 첫 숙소 빼고는 모두 깨끗하고 쾌적했어요. 첫 숙소는 먼지와 머리카락, 바퀴벌레 등등 많은 것들이 저를 괴롭게 했거든요. 숙소에 있는 고양이는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지만, 그릇 옆을 유유히 지나가던 바퀴벌레와 눈을 마주치고 난 후 바로 숙소를 옮겼습니다. 이불에서 이상한 냄새도 났는데, 다행히도 베드버그는 없었어요.
제가 묵었던 숙소들은 모두 마트가 가까웠고, 호스트가 친절했어요. 심지어 다른 방에 묵었던 투숙객들도 너무 친절해서, 트러블이 전혀 없었답니다. 혼자 갔던 여행이라 모두 에어비앤비 1인실을 선택했는데, 호스트와 함께 사는 것이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어요.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을 배려하면서 지내니 정말 좋았죠. 샤워 시간이나 식사 시간 등에도 마찰이 없었어요. 집을 비우는 날이 많은 호스트도 있었고, 집에 있더라도 호스트는 호스트대로, 저는 저대로 각자 자기 일을 하니까 정말 평화롭고 편안했어요.
친근한 호스트들 덕분에 저는 한 달 동안 스페인 현지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어요. 호스트의 집에 놀러 온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기도 하고, 호스트의 추천을 받아 장을 보기도 했죠. 아침에 일어나 보면, ‘주방에 호박 수프 끓여 놨는데 맛있더라! 아침 먹을 때 먹어도 됨!! 까만색 큰 냄비에 담겨 있어요~’ 같은 메시지가 휴대폰에 와 있기도 했어요. 스페인을 떠날 때, 더 많은 곳을 가지 못했다는 아쉬움보다, 정 많은 사람들과의 이별이 더 크게 다가왔답니다.
혼자 가는 여행이라면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환경을 경계하는 것이 당연해요. 그래야만 하고요. 하지만 안전한 환경의 친절한 호스트라면, 마음을 조금 열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더 풍부한 경험과 행복한 기억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여러분, 어땠나요? 에어비앤비 팁을 준다고 해 놓고, 온갖 ‘TMI’를 쓴 것 같긴 하지만… 즐겁게 읽으셨지요?
해외 여행은 물론이고 국내 여행도 힘든 요즘, 즐거웠던 추억을 꺼내 보니 여행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얼른 이 사태가 진정되어 많은 사람들과 건강하게, 웃는 모습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____ 범쥬 its.me.bom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