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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크노크 Jun 06. 2018

아직 끝나지 않은 리뷰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2017) 리뷰 

자비에르 르그랑 감독의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2017)는 개인적으로 근래 보았던 영화 중 가장 인상 깊었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을 졸였고, 순간순간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면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보통 리뷰를 쓰면 나도 모르게 줄거리를 전달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곤 한다. 개인적으로 다시 리뷰를 보며 영화를 상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리뷰는 스토리 정리를 끝내지 않을 예정이다. 



ⓒ다음영화


영화의 내용을 적지 않는 대신 전주 국제영화제의 <아직 끝나지 않았다>의 소개글을 가져왔다. 나의 경우 영화에 대한 내용이나 평을 전혀 모르고 영화를 관람했다. 만약 이 영화를 보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너무 많은 정보를 습득하지 않은 채 볼 것을 추천한다. 


남편과 이혼한 미리엄은 아들 줄리앙에 대한 단독 친권을 갖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녀는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아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악마 같은 뒷모습을 지닌 아버지와 자신을 보호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어린 줄리앙의 얼굴이 펼쳐진다 (2018년 제19회 전주 국제영화제)



아직 끝나지 않은 '긴장감' 


긴장감. 영화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미스터리나 스릴러 장르에서 긴장감은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일상을 배경으로 긴장감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는 주인공들의 상황과 입장을 법원의 판사 앞에서 변호사를 통해 팽팽하게 전달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혼 법정에 선 주인공 미리암과 앙투안 ⓒ다음영화 


누군가 주장하고 또 다른 누군가 그 의견에 반박한다. 상반된 주장이 지속된다면 어느 한쪽은 거짓을 말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잘잘못을 따져야 하는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아직 부모를 선택할 나이가 되지 않은 줄리앙 ⓒ다음영화 


남과 여가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큰 딸은 18세가 되었고 둘째인 아들은 아직 미성년자다. 둘이 시작한 부부관계는 아이들이 생기면서 이혼을 한다고 해서 둘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특히 보호받아야 할 아들 미성년자 줄리앙은 미리암과 앙투안의 사이를 오가며 그 긴장감을 더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거짓말' 


영화는 어느 누구의 관점에서 무언가를 설명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저 미리암의 행동을, 앙투안의 행동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모든 판단을 관객에게 맡긴다. 


엄마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줄리앙 ⓒ다음영화


엄마 미리암을 보호하기 위해 아빠 앙투안에게 계속 거짓말을 하는 줄리앙 또한 그 거짓의 이유를 절대 입 밖으로 내뱉지 않는다. 엄마 미리암 또한 앙투안에게 사는 곳과 연락처를 가르쳐주지 않기 위해 계속 거짓말을 하고, 앙투안은 이를 알아내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판단이 배제된 거짓말은 관객이 누구의 시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참이 될 수도 있고, 거짓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주인공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참'을 주장하게 되고, 관객은 누구도 완벽히 믿을 수 없다. 



아직 끝나지 않은 '호기심'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줄리앙에 대한 단독 친권을 갖기 위해 그 부모 미리암과 앙투안이 벌이는 법적, 사적인 공방 자체는 주변에서 찾아보면 너무 흔하게 찾을 수 있는 이야기 일수도 있다. 


남자친구와 뜨거운 사랑을 하는 딸 조세핀  ⓒ다음영화


아빠 앙투안에게 맞아 팔을 다쳤다고 주장하는 조세핀의 다소 과도한 애정 양상 또한 다듬어지지 않은 채 관객에게 맡겨진다. 영화에서 조세핀과 앙투안은 마주치지 않지만 관객은 조세핀의 행동에 하나하나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시종일관 말을 아끼는 미리암 ⓒ다음영화


관객의 호기심을 풀어줄 가장 좋은 방법은 시종일관 말을 아끼는 미리암이 입을 여는 것이다. 하지만 미리암은 변호사를 통해 법원에서 상황을 이야기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말을 하지 않는다. 체념한 것도 같고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는 것도 같다. 이런 미리암의 태도는 관객이 미리암의 편에 서면서도 미리암을 완벽하게 믿을 수 없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영화는 결말에서 관객이 궁금했던 것을 모두 알려주지만 관객은 여전히 호기심을 거둘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꽉 쥐었던 주먹을 펴고 영화를 보는 중간 마실 수 없었던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이지만 쉽게 안정이 되지 않는다. 잘잘못은 가렸지만 끝까지 호기심이 남아 함께 영화를 관람한 사람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된다.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의 리뷰는 아직 끝내지 않았다. 이 리뷰를 보고 누군가 영화를 보게 된다면 리뷰가 완성되지 않을까. 영화를 볼 사람을 위해 최대한 말을 아꼈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영화를 본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을 것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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