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나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
올해 유난히 큰일이 많았다.
연초에 이직을 결심했고, 4월부터 새 회사에 출근했다. 이전 회사에 큰 불만이 있어 옮겼다기보다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에 가고 싶어서, 일에 더 몰두하고 싶어서 회사를 옮긴 만큼 정말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정말 잘했는가?
라고 묻는다면 100% 시원하게 대답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한 게 없는가라고 묻는다면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여러 시도들을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계속 아쉬움이 남는 건 2가지다. 목표에 대한 확신과 속도감이다. 덩달아 일의 효율도 그리 좋지 않았고. 잘하고 싶은 내 마음과 달리 점차 무거워지는 내 몸과 마음에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보게 된 <대화의 희열> 클립 영상. 영상을 보고 난 뒤 마음을 짓누르던 알 수 없는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지게 됐다.
생각은 이렇게 많이 했는데 왜 이만큼밖에 못했을까라는 문제에 대한 해답이 여기 있었다. 이전에는 '잘하자'라는 생각보다 '일단 하자'라는 생각이 강했다. 같은 콘텐츠 분야 안에서도 기획자 > 마케터 > 에디터로 직무가 여러 번 바뀌었기 때문에 일단 '해보는 것'에 대한 열망이 앞섰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직무에 대한 안정감이 생기자 '잘'해내고 싶었다. 우선 해야 수정을 거듭하며 더 나은 걸 할 수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 몸이 아니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더 높은 잣대를 끊임없이 들이대면서 '이건 너무 평범하지 않나', '이건 너무 기초적이지 않나', '진부한 것 같다'라고 내뱉으면서 막상 한 글자를 쓰는데 들인 시간이 많지 않았다.
엄청난 아이디어가 아니라, 매일매일의 '실행'이 결국 콘텐츠의 퀄리티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알면서도 묘한 완벽주의 덕에 긴 시간 속력을 내지 못했다. 연말이 다가오고 한 해를 회고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 조금 망하면 어때
조금 망하면 어때의 시작으로 쉬는 시간을 이용해 커피를 마시며 이 글을 쓴다. 이전 같으면 "주말에 제대로 된 회고글을 써야겠다."라고 말하며 주말 내내 이불속에서 몸은 편하고 마음은 불편하게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연말은 "내년에는 정말 빈틈없이 잘 하자"라는 비슷한 생각을 하며 후루룩 지나갈 것이다.
남은 오늘을 위해, 남은 2021년을 위해 조금 이른 회고를 해본다. 탈고를 하지 않는 것이 컨셉인 막간 회고다. 한숨 돌리기로 한 15분이 지났다. 오늘 하려던 일을 빠르게 해내야지. 조금 망하면 내일 수정하면 된다. 조금 밋밋하면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
오늘 못하면 내일 더 잘하는 게 아니라, 내일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