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꼭 써야지 다짐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분들을 위한 변명
잘 지내셨나요? 아주 오랜만에 브런치에 로그인을 했습니다. 꽤 오랜 시간, 일과 관련된 글이 아니면 읽지도 쓰지도 않았는데요. 오늘 하루는 어쩐지 '바쁘다'는 핑계를 대기엔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날이네요.
브런치 매거진 "어쩌다보니 오늘 하루"를 쓰면서 그냥 흘려보낼 수도 있었던 감정, 생각, 그리고 사람들을 빼곡히 기록해 둘 수 있었는데 글을 멈춘 어느 순간, 어쩌다보니 오늘 하루가 휘리릭 지나버리더라고요.
처음에는 늘 새로울 것 없는 나의 하루가 지루해져서 글을 슬슬 피하게 됐어요. 자꾸만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에도 피로감이 들었고요. 익명으로 쓰던 브런치 글을 지인들이 하나 둘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지만요.
괜히 부담스러웠어요. '날 이런 사람으로 오해하면 어떡하지?', '업무 외적인 글을 보고 업무 능력을 평가하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에 오래전 써둔 글을 삭제하기도 했고요. 누구보다 나에게 솔직해지고 싶어 시작한 글쓰기였는데, 솔직하긴커녕 눈치를 보기 시작하니 단 한 글자도 쓸 수 없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은 제 글을 절대 챙겨보지 않을 텐데 말이죠!)
멋진 말이 아니라서, 대단한 생각이 아니라서, 솔직하게 털어놓기에는 너무 감정적인 부분이라서 이미 다 쓴 글을 발행하지 못한 적도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한 문장을 완성하기도 어려워졌죠. 업무를 하면서 발행한 글은 이미 100개가 되어가는데, 개인적인 이야기는 1개도 올리지 못한 셈이죠.
혹시 도무지 글이 써지지 않으신가요? 저처럼 타인을 너무 의식하고 있진 않았는지, 문장 하나하나에 너무 큰 무게를 두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세요. "이제 속 시원하게 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같은 선언은 하지 않을게요. 여전히 조금은 부담스럽고, 앞으로도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의 나만큼 '날 것'의 글을 쓰진 못할 테니까요. 다만 부담을 좀 덜고, 뭐든 조금씩 써내려 가보려고요.
지금 여기까지 쓰는데 6분 정도 걸렸네요. 잠깐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본 몇 초까지 포함해서요. 뭐가 됐든 일단 다시 쓰자고 마음을 먹으니 단숨에 쓸 수 있었어요.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곧 가을이 오고, 코끝이 시린 겨울의 한복판에서 한 해의 마지막 하루를 맞겠죠. 그때 우리 모두 무작정 흘려보낸 하루보다 느슨하게나마 기록으로 남긴 하루들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내일은 꼭 써야지'하며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던 동지분들 어깨에 힘을 살짝 빼고 10분만 모니터 앞에 앉아보세요. 그냥 써봐요, 우리.
+ 커버 이미지 고르는데 10분을 썼네요. 넉넉히 20분을 준비해 보시는 것도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