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하는 신입생들을 위한 Tip
처음은 언제나 설렌다.
그 존재만으로도 빛이 난다는 찬란한 스무 살. 캠퍼스 라이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학식과 동시에 시작되는 개강이 기대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 또한 그랬다. 서툰 화장을 하고 아직도 어색한 옷차림으로 몇 번이나 거울 앞에 서 보았는지 모른다. 운동화밖에 모르던 내가 구두를 신고, 백팩만 들다가 크로스백을 들었다. 어색한 내 모습만큼이나 입학식의 풍경은 낯설었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Tip 다섯 개를 준비했다.
신입생을 위한 입학식&개강 Tip5
1. 입학식은 대학생활의 시작이지 끝은 아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의아해하는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학문을 사랑하고 진리를 추구하는 캠퍼스는 생각보다 비이성적이다. 특히 모든 행사의 결말은 '술'로 이어지니, 이성은커녕 상식만이라도 지키면 참 다행인 일이다. 입학식은 대학의 시작일 뿐 끝이 아니다. 당신을 어필할 기회는 입학식이 아니고도 4년 어쩌면 5,6년이나 남았으니 조급해하지 말자. 술을 강요한다고 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계속 마시지 말자. 다음 날 선배들로부터 술 마시고 사고 치지 말고 몸 간수 잘 하란 충고를 듣게 될 것이다. 학과나 동기들에 대해 잘 안다고 해서 너무 아는 척 하지도 말자. 서로 천천히 알아갈 기회를 주자. 이제 겨우 시작인데, 무리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내가 너무 소극적이라, 혹은 끼가 없어서 입학식 분위기를 못 맞췄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분위기에 휩싸여 무리하는 것보다 낫다. 오늘은 입학식이지, 졸업식이 아니다. 신입생 때는 모든 것이 조심스럽고, 많은 것이 궁금하다. 선배도 궁금하고 교수님도 궁금하다. 자,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 신입생보다 많은 숫자의 선배, 교수님들이 신입생을 궁금해하고 있을 것이다. 적극적인 건 좋지만, 다른 이들의 부정적인 관심이 지나치게 당신을 향하지 않도록 한 박자만 천천히 나가자.
2. 술자리를 조심하자
개강 첫 주, 역시 공부보단 '사람'이지! 라며 열심히 술자리에 참석하는 친구들이 많다. 술 마시고 노는 것 물론 좋다. 입학식 때 가까워진 선배들이 책을 물려준다, 팁을 알려주겠다. 친해지자며 술자리에 불러낸다면 물론 기쁠 것이다. 하지만 개강 첫 주 혹은 첫 달은 높아진 관심만큼 소문이 무성할 때다. 모두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지만 자기관리는 할 필요가 있다. 정중하게 거절하고, 술자리에 가더라도 술이 당신에게 실수하지 않도록 잘 조절해야 한다. 당신은 나쁘지 않다. 다만 조절하지 않고 마셔댄 술이 잘못했을 뿐. 혹시 술을 무리하게 마시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술자리는 말실수를 하기 좋은 자리다. 말은 돌고 돈 술잔만큼이나 빨리 돈다. 술을 마셔 감정이 격양된 상태에서는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아주 작은 말도 크게 왜곡될 수 있다.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도 주의를 기울여야겠지만 동기들과의 술자리에서 특히 조심하길 바란다. 편한 분위기에서 술은 더 많이 들어가게 되어있고, 더 쉽게 아무 이야기나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3. 개강 첫 주, 수업을 나가라
선배들이 술자리에서 엄청 큰 팁을 주듯이 개강 후 일주일은 수업 정정기간이라 수업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것이다. 정보 빠른 동기가 그 소식을 전하며 모임을 주도하기도 한다. 그렇다. 개강 첫 주는 정정기간이다. 동시에 오리엔테이션 기간이다. 수업에 대한 기본 정보를 얻고, 본인 성향에 이 수업이 맞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강의와 다음 강의 사이에 이동할 시간이 충분한지 확인해 볼 필요도 있다. 모든 교수님들이 수업을 정시에 끝내진 않기 때문에 쉬는 시간 외에도 10분 -15분 사이의 여유를 두는 것이 좋다. 혹시 엄청난 학구열에 불타 월화수목 쉬지 않고 시간표를 짜 놓은 학생이 있다면 오리엔테이션을 들으며 다시 한 번 고민해보길 바란다. 고등학교 때처럼 그저 수업만 듣는 것이 아니라, LTE급 수업의 진도도 따라가야 하고 빼곡한 과제 일정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신이 있거든 시험기간을 한 번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 좋은 학점관리는 끝없는 노력에서도 나오지만, 현명한 시간관리와 계획에서도 나온다. 시간표도 완벽해서 술을 마시러 가야겠다고 생각하면 마지막으로 이것을 고려하면 좋겠다. 전공 수업의 경우 첫 시간의 출석도 성적에 반영하는 교수님들이 계신다고 한다. 나의 교수님이 그랬고, 어쩌면 당신의 교수님도 그런 신념을 가지고 계실지도 모른다. 대학생은 시간이 많다. 수업이 끝나고도 놀 시간이 많으니 수업 시간은 꼭 지켜내자.
4. 좋은 습관을 만들자
집에서 통학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처음으로 혼자 나와 사는 친구들은 더더욱 좋은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혹은 무조건 해야 할 본인만의 규칙을 만들고 패턴화 시키는 것이 좋다.대학이 자유로운 곳이란 건 모두 안다. 수업에 안 가도 그만, 밤새 술을 마셔도 상관없다. 다만 4학년 때 그 자유의 시간에 대한 책임 또한 본인이 져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지각을 하는 애들은 늘 지각을 한다. 못 믿겠다면 입학 후 확인해보길 바란다. 제 버릇 개 못준다는 옛 말은 틀리지 않다. 좋은 습관을 만들어서 좋은 시작을 하자.
추천 습관 5
1)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기
2) 기상시간을 정하기
3) 운동하기
4) 과제는 바로 하기
5) 공강 시간 활용하기
너무 식상한 이야기 같지만 위 다섯 가지 습관은 성공적인 캠퍼스라이프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생각보다 자기에게 시간을 쓰지 못하는 동기들이 많았다. 밤새 과제를 했다고 하는데 퀄리티는 낮고, 몇 날 며칠 동기들끼리 어울려 도서관에 다녀도 성적이 C로 넘실거린다. 만나는 데 1시간, 만나서 수다 떠는데 또 1시간, 조금 공부하다가 밥 먹고 커피 마시는 데 2시간, 암울한 미래 걱정이나 '나 공부 너무 안 했네' 타령으로 또 1시간을 보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자기만의 좋은 습관을 만들어 자기만의 시간을 잘 활용하는게 어떨까?
5. 연애는 신중하게 하자
캠퍼스 커플은 로망이다. 나의 로망이고 너의 로망이며 그의 로망이고 그녀의 로망이다. 손잡고 캠퍼스를 누비며 함께 수업을 듣고 함께 도서관에서 공부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신입생 때 캠퍼스 커플을 하는 건 위험하다. 이런 말을 하는 내가 식상할 정도로 이건 모든 대학생이 당부하는 중요한 문제다. 신입생 땐 그렇게 멋있어 보이던 그가 방학하고 돌아오면 그냥 가장 멍청한 동기나 선배가 되어 있다는 동기들의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 심지어 동기 J와 Y는 서로의 뺨을 때려가며 한 선배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을 벌였다. Y의 승리였으나 결국 모두의 패배로 끝났다. 잔뜩 소문이 났기 때문에 모두 창피했고, 그를 차지한 Y는 2학년이 되자마자 휴학을 했다. 정이 떨어진 건 한참 전이었지만 같은 과 선배라 쉽게 헤어지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후배에게 차인 그는 군대를 갔다. 난 굉장히 조용한 편이었는데 과씨씨의 이력은 모두 안다. 그만큼 연애사는 소문이 빠르다. 순간의 감정 때문에 대학 내내 대학 졸업 후까지 고통스럽진 않길 바란다. 난 교수님이 중재까지 나서며 헤어지게 만든 커플도 보았다. 금세 사랑에 빠지지 말자. 다른 때면 걱정도 안 한다. 대학 신입생 때만은 제발 조심하자.
기대에 부푼 신입생들에게 너무 '하자마라'를 남발한 것 같아 미안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고삐 풀린 마음을 잡아줄 학생주임 선생님은 이제 학교에 없다. 오히려 부추길 것이다. 술을 권하는 캠퍼스가, 술이, 그리고 달콤한 면만 보이는 자유란 녀석들이 말이다. 물론 적당한 선에서 즐기고, 적당히 방황한다면 추억이 될 것이다. '나'보다 '우리'의 생활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질 때다. 그럴 때일수록 술 모임에서 의미 없는 술 게임을 하기보다 캠퍼스를, 캠퍼스 주변을 산책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복사실, 학관, 도서관, 병원 등의 위치를 파악한다면 급할 때 당황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모든 염려에도 불구하고 나는 신입생들이 부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울 신입생 여러분의 입학을 축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