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언덕에서 내려다본 니스의 얼굴
라스카리궁에서 나와 오르막을 걸어올라간다. 늦은 오후에 이곳을 지나치면 학교에서 나오는 초등학생들과 아이들의 손을 붙잡은 부모님 무리를 마주칠 수 있다. 아이들은 늘 눈을 반짝이고 솔직하게 굴어서 귀엽다. 손 안에 커다란 감자를 쥐고 다른 손으로는 부모님에게 손사래를 치는 아이, 부모님의 손에 가방을 건네고 기분이 좋아서 박수를 치는 아이, 고학년인 듯한 여자 아이 둘은 계단 끝에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막다른 곳까지 다다르면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이 이어진다. 오르고 또 오른다. 삼층 정도 올랐을 때 올라온 방향으로 카메라를 찍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도 따라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걸어온 길을 따라 양쪽으로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 어느 골목에선가 하울이 소피를 구해 날아오를 것만 같은 풍경이었다. 맨 위층까지 올라오자 건물의 지붕 너머로 작은 산등성이에 빽빽하게 들어선 집이 보였다.
오르막은 계속 이어진다. 아스팔트 길을 오르다 보면 옆으로 더 높은 지대에 공동묘지가 있었다. 영화나 유튜브에서만 보던 두껍고 튼튼한 비석이 나란히 박혀 있는 것이 보였다. 맞은편으로는 잔디 블록을 따라 사람들이 도시를 구경하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는 뭔가에 홀린 듯 걸음을 옮겨 그들 너머로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날렵하고 뭉툭한 구름 아래로 지중해의 태양을 흠뻑 머금은 건물들이 가득 서있었다. 나는 벤치에 앉아 그 목가적이고 경이로운 풍경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반짝이는 바다가 멀리 수평선으로부터 물결을 일으켜 해변까지 차분히 밀고들어오는 모습은 자연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도시에 끝없이 영양분을 주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마침내 벨란다 타워에 도착했다. 사람들도 하나 둘 모여들어 난간에 기대어 경치를 내려다보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공터에는 한 음악가가 앰프를 켜고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감미로운 음악 소리에 모두들 목소리를 줄이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이곳 니스의 풍경의 일부가 된 듯했다. 음악이 끝나자 어떤 사람들은 그에게 화폐를 쥐어주기도 하고 말을 건네며 악수를 청했다.
작은 등대의 모습을 한 벨란다 타워에는 어느 시인이 남긴 글이 새겨져 있었다.
투레 벨란다(성탑)는
영원히 세상에 남아 후세를 위해 존재하며,
니스 사람들의 사랑과 충성을 새겨두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이곳에서 역사를 바라보면
니스는 그 용기와 영광으로 인정받게 된다.
200년 전 시인이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벅찬 감정을 안고 글을 쓰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의 말대로 몇 세기가 흐른 뒤에도 여전히 성과 탑은 건재했고, 니스뿐 아니라 전세계의 사람들이 이곳을 사랑하고 찾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그가 안다면 매우 기뻐하지 않을까. 막 일몰이 시작되려고 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은 뒤, 나는 성을 내려와 니스 항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