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고양이와 댄스 클럽과 교회 종
밥을 다 먹은 뒤, 나는 자리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밖으로 나가 길거리를 구경하기로 마음먹었다. 두려운 감정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거리를 돌아다니며 골목 곳곳을 탐험하고 싶다는 욕구가 서서히 불타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창문을 꼭 잠그고 1층으로 내려가 거울을 보았다. 모자 사이로 서 있는 모습이 열정에 찬 소년 같았다. 자신 있게 걸어가 대문을 열었다. 바뀐 마음처럼 길거리 풍경도 마냥 으스스하지만은 않았다. 건물 벽과 바닥에 깔린 돌에 반사된 오렌지빛이 반짝였다. 간혹 문 앞에 놓인 화단과 볼라드가 오브제처럼 느껴졌다. 나는 단서를 찾는 탐정처럼 골목골목으로 들어가 빛나는 것들이 있는지 구경하고 막다른 곳에 부딪히면 되돌아 나오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중 어느 골목에서 콧수염이 멋있게 난 얼룩 고양이를 마주쳤다. 훠이 훠이 쫓아내려고 하자 고양이는 멀찌감치 도망가서 또 빤히 쳐다보는 것이었다. 나는 천천히 고양이를 쫓아갔다. 처음에는 짐승에게 사람 무서운 줄 알려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려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고양이가 나를 어떤 길로 안내하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어 호기심에 뒤를 쫓았다. 두세 번 자리를 옮기고 나서, 마침내 고양이는 골목의 한가운데 앉아서 시크하게 옆으로 고개를 살짝 돌려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도 꿈쩍도 하지 않고 쳐다보고만 있는 게 아닌가? 나는 돌연 정신이 번쩍 들었고 겁이 났다. 고양이의 눈이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처럼 보였다. 찻길에서 고양이가 앞을 가로막고 꿈쩍도 하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그 앞이 낭떠러지였다는 괴담이 생각났다. 이 골목에서 누군가 숨어 있다가 튀어나와 해치기라도 한다면… 나는 뒷걸음질 쳐서 골목을 빠져나왔다.
아닌 밤중에 테크노와 EDM이 미친 듯이 울려 퍼지고 있는 골목이 있었다. 다른 모든 곳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기 때문에 그 소음이 차츰 들려올 때부터 아주 괴상하게 느껴졌고, 사이비 종교인지 아니면 이곳에 사는 젊은이들이 작은 클럽이라도 연 건지 궁금해서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다가갔다. 소리가 나는 곳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고 가까이 가자 쿵쿵거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알고 보니 그곳은 댄스 동아리였다. 자정이 가까워져 오는데 사람들은 시간을 잊은 듯 리듬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사진을 여러 장 찍은 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방은 여전히 유령 영화 세트장처럼 을씨년스러웠고, 창문과 문을 모두 단단히 잠근 뒤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했다.
다음 날이 되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닫힌 창문을 뚫고 커튼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보았을 때 나는 이곳이 과거의 정취를 품고 있는 평화로운 마을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홀연히 침대에서 일어나 빛이 들어오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창문을 활짝 열고 상쾌한 공기를 마셨다. 맞은편 건물과 야자수 사이로 생폴드벙스의 풍경이 들어왔다. 오른쪽에는 지붕 위로 우뚝 선 건물과 그 안에 매달린 종이 보였다. 지난밤 공포에 떨게 했던 주범이지만 태양 아래에서는 더없이 평화롭고 성스러웠다. 1층으로 내려가자 주인 남자가 아침 식사를 제안했고, 나는 뒷마당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기분 좋게 바게트와 오렌지 주스를 마셨다. 새벽 기운이 다 가시지 않아 조금 춥기는 했지만, 야외에서의 식사는 언제나 옳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