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내내 포크 뮤지션 오소영 <어디로 가나요> 음반을 들었다. ’집순이들의 왕‘이라 자신을 소개한 오소영님의 곡은 일상적인 단어를 써서 쉬우면서도 긍정적인 정서가 흐른다. 가사, 이야기가 잘 들릴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느껴진다. 트랙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편곡도 재미있는 포인트다.
90년대에 활발하던 '하나음악' 에 대해서는 조금 늦게 알게 되었다. 1980년대 동아기획의 조동진, 조동익 형재가 이끈 음반기획사이자, 음악공동체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라는 모토로 뮤지션들에게 인디 아티스트이자 가요 시인, 노래 작가로 정체성을 부여했다. 장필순, 한동주, 김광민, 조규찬 등 소속 뮤지션들의 이름만 읊어보기만 해도 어떤 음악을 하는지 알 것 같다. 오소영은 하나음악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뮤지션이다.
<어디로 가나요>는 2020년에 나온 그녀의 3번째 정규음반이다. 처음엔 '그 사람'에 꽂혀서 듣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난 알맹이가 없어' 가사가 마음에 콕 박혔다. 계속 듣다보니 참고하고 싶은 부분이 많아 짧은 감상과 좋았던 가사들을 이곳에 남겨본다.
Track1. 홀가분
내가 좋아하는 모던 락 밴드 사운드로 시작. 코러스가 산위에서 노래하는 것처럼 상쾌하다.
Track2. 살아 있었다
아무렇지 않아 보였던 그녀 연락이 안 돼서 집으로 찾아가니 욕실은 온통 검붉게 물들고 그녀는 외롭게 놓여있었네
비극적인 가사와 그렇지 않은 곡조가 조화를 이루는 곡.
Track3. 멍멍멍
강아지의 입장에서 쓴 곡. 강아지가 뛰놀듯이 드럼이 개선장군처럼 들어오며 시작한다. 뒷부분은 아이리쉬 피리 같은 사운드로 솔로연주를 하며 배경에 우쿨렐레 소리가 들어가는데 색다른 느낌이다. 아이리쉬 피리는 'My heart will go on'에 귀에 익숙해서 그런지 구슬픈 느낌인데 이 곡에서는 학생들이 부는 것처럼 들어가며 깜찍한 역할을 했다.
Track4. 즐거운 밤의 노래
요들과 섹소폰이라니?? 상상하지 못한 조합이었다. 명랑하게 요들을 부르는 소영느님 그녀의 변신은 어디까지??
Track5. 어디로 가나요
하얀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며 깜박이는 커서를 노려보는 넌 뭘 쓸지 잊어버린 소설가
Track6. 떠나가지 마
가사만 보면 이소라의 노래처럼 슬프게 깊이 들어가는 곡일 것 같은데, 잘 들어보면 씩씩한 느낌이다. 초반에 잠깐 끊어질듯 이어지고, 메인 멜로디에서 반음씩 낮추는 게 매력적이다. 중반부터는 드럼이 계속 받쳐주고 기타와 섹소폰이 계속 따라오니 울면서 달리는 것 같다. 마지막 멀리서 들리는 코러스로 조용히 마무리.
Track7. 난 바보가 되었습니다
트로트 스타일 창법, 연주로 사랑의 바보가 된 이야기를 하는 곡. 갑자기 '에잉?' 하고 의아하게 들었지만 음반 끝까지 다 비슷한 톤이었다면 자칫 심심했을수도 있을 것 같다. 계속 담백하다가 여기서는 아주 구수~하다. 섹소폰 솔로 아주 구성지고... 보컬도 너무 과하지 않게 매력적이고.. 우리 할머니라면 최애곡으로 꼽으실 듯.
Track8. 당신의 모서리
당신의 모서리를 안을 수 있게 나를 조금만 잘라낼게요. 당신의 모서리를 품을 수 있게 나를 조금만 도려낼게요.
트랙 7과 조금 비슷한 창법. 옛날 포크 느낌이 든다.
Track9. 난 알맹이가 없어
난 알맹이가 없어. 버썩 마른 껍데기만 남았어. 알맹이는 어디갔나. 어디를 헤맬까? 어딜 날아다닐까? 언젠가 돌아와질까? 내 알맹이는 어디갔을까?
나는 깊이가 없어. 너무 많이 패여 평평해져 버렸지. 다시 깊어지려 하면 더 아파야 할까? 얼마나 더 아파야 할까. 지금도 충분히 아픈데. 지금도 충분히 아픈데.
나는 넓이가 없어. 펼쳐보이기엔 내가 너무 작아. 화려하게 보여주기엔 내가 가진 게 너무 적어. 지금 이대론 안될까? 지금 이대론 안될까?
기타 두대와 목소리로만 채워진 트랙. 담백한 맛. 내가 쓰고 싶은 가사..ㅠㅠ 참 좋아요.
Track10. 그 사람
누구나 좋아할 것 같은 어쿠스틱 발라드. 처음부터 매끄럽게 스며드는 가사와 음율. 기타와 은은한 패드 사운드, 중간에 스트링 편곡까지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닿는다. 가사를 돋보이게 하는 편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