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씨디 듣는 사람 있나요?

음악 덕후의 30년 음악 감상 역사

by 권눈썹

리스너 인생 약 30년 세월 동안 음악 듣는 매체가 수없이 바뀌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 어린 시절에는 아빠가 모은 LP를 들었다. 초등학생때는 주로 테이프를 들었고. 중학생때는 라디오와 CD로 음악을 들었다. 후반에는 MP3로 넘어갔다. 고등학생때부터는 스트리밍으로 넘어갔고, 이제는 유튜브로 듣는다.


라디오에 입문한 계기는 미술학원을 다니면서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주말에 혼자 몇시간씩 그림을 그릴때가 많았는데, 심심할 때마다 라디오를 틀었다. 그때 알게 된 뮤지션이 이승환, 토이 였다. 미술학원을 그만둔 후에도 방에서 일기쓰거나 만화책 보면서 라디오를 종종 들었다. 가장 좋아한 방송이 <타블로 조정린의 친한친구>였다. 매일 DJ에게 인사도 듣고, 다른 청취자 사연도 들으며 한동안 푹 빠졌는데 무엇보다 음악을 많이 알게 되어 좋았다. 아빠가 음악을 좋아하셔서 동생과 내 방에 카세트 플레이어를 하나씩 놓아주셨는데, 그때 얻은 카세트 플레이어에 라디오 기능이 있었다. 라디오에서 노래가 나오면 테이프에 녹음을 해서 계속 들었다. 좋아하는 노래가 있으면 반주도 없이 혼자 부르며 카세트에 녹음하기도 했다.


라디오나 테이프가 시들해지고 CD로 음악을 듣기 시작했을때, 앨범을 통으로 듣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음반매장에서 미리 음악을 들어보며 CD를 고르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음악을 잘 몰라도 CD디자인이 예쁘면 구입하기도 했다. 막상 사고 별로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산 게 아까워서 계속 들었다. 앨범아트나 가사, 곡의 배치 등을 유심히 보며 음악을 깊이 즐겼던 시절이다. 그때는 뮤지션들도 순박?해서 디자인은 깔끔하게 해놓고 땡스투에 이모티콘을 넣어가며 고마운 사람들 이름을 쭉 써내려가기도 했다. 나중에는 그런 글도 보며 누가 누구랑 친하구나.. 하고 재미있어했다.


MP3가 나오면서 앨범 하나를 통으로 듣는 습관이 점점 희미해져갔다. 대신 다양한 뮤지션의 음악을 경험하게 되었다. 친구들과 좋아하는 음악파일을 메신저로 교환하며 취향을 공유했다. 친구들이 잘 모르는 음악을 내가 처음 알려주었을때 희열은 말도 못한다! MP3플레이어 기기 용량이 제한되어 있어 계속 듣고 싶은 노래를 선별하는 것이 매 주의 일과였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나온 후부터는 음악 듣는 재미를 많이 잃었다. 핸드폰만 있으면 언제나 듣고싶은 음악을 들을 수 있었지만, 인기 차트 100에 올라온 곡들이 항상 내 귀에 맞지는 않았다. 취향에 맞게 디깅해주는 사이트로도 음악을 찾아들을 수도 있지만 CD시절의 재미와는 비교할 수 없이 수월하고 시시하게 느껴졌다. 이것은 비단 스트리밍 서비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술이 발전하며 홈레코딩으로 음반을 내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수많은 음악들 속에서 좋은 음악을 찾는 게 점점 어려워지면서 음악 듣는 감흥이 예전보다는 줄어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궁금한 뮤지션이 있으면 공연장을 먼저 찾게 된다.


음악 활동을 하면서 주변 뮤지션들에게 CD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제 사람들이 더이상 CD로 음악을 듣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지만, 어린시절 '나도 CD 한 장 내보고 싶다' 애틋함을 품었던 음악 덕후들. 정성스레 만든 작품을 그냥 팽개쳐놓을 수가 없어 2년 전에 중고로 쏘니 플레이어를 샀다. 그래서 요즘은 CD를 기쁜 마음으로 받고, 좋아하는 뮤지션이 음반을 내면 신나게 구입한다. 예전에 모았던 CD는 낡았거나 거처를 옮기면서 대부분 잃어버려, 이제 다시 모으기 시작한다. 작업실에 앉아 CD를 들으면 음질이 아주 좋지는 않아도 듣는 맛이 난다. 오늘은 뭐 들을까 검색하고, 블루투스 스피커 연결하는 수고 없이. CD를 넣고, 플레이버튼을 누르면 끝이다. 편리하기보다는 단순하다. 그렇지, 이 맛으로 음악 들었더랬지. 커피를 마시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언젠가 최고급 스피커를 구입하고 방 한칸은 음악 감상실로 만들어야지.


귀찮음은 늘어나고, 귀찮음을 보강해주는 기술들은 부지런히 나온다. 이미 편리한 기술이 나왔는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음악 감상의 묘미는 발품을 팔며 좋은 음악을 찾아다니고, 어떤 날은 멍하게 다른 날은 꼼꼼히 들으며 시간을 들이는 데 있다. 편리함을 찾다 음악 듣는 재미를 잃어버린다니, 바보같은 일 아닌가? CD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 한, 나는 계속 아날로그 시절 음악 듣는 습관을 다시 되찾으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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