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 대한 이중인격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영화

<아바타 : 물의 길> 감상후기

by 권눈썹

*<아바타 : 물의 길> 스포있습니다! 주의 요망!*


<아바타 : 물의 길>은 가족을 이룬 제이크 설리가 마일즈 쿼리치의 복수를 피해 바다에 사는 '메트카이나'족의 지역으로 이주하는 이야기다. 영화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 무차별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제국주의, 난민 등.. 여러 이슈를 은유했다. 1편에 비해 서사의 개연성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다. 자연과 교감하는 삶을 선택했으면서 아들에게 상명하복식으로 소통하는 제이크,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한 부족의 터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마일즈 쿼리치, 아이들 납치를 세번 째로 할 때 너무 식상해서 긴장감이 떨어지기도 했다. 아쉬운 점을 내려놓으면 인상적인 부분도 많았다.


가장 와닿았던 소재는 역시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이었다. 바다 생물들과 교감하는 키리, 로아크를 보며 지구인도 저렇게 동물들과 평등하게 교감하며 살았던 적이 있었을까 생각했다. 툴쿤 파야칸의 에피소드에서는 3d 안경 아래로 눈물을 줄줄 흘렸다. 툴쿤은 고래와 유사한 큰 크기의 바다생물로, 폭력을 금기시 하고있다. 파야칸은 가족을 지키려고 인간과 싸우다 무리에서 추방당해 혼자 바다를 떠돌며 살아간다. 제이크의 둘째 아들 로아크가 죽을 위기에 파야칸이 목숨을 구해주어 둘은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된다. 역시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지..이 대목에서 툴쿤 사냥꾼이 나타난다. 노화방지에 도움되는 어떤 성분을 추출하기 위해 툴쿤을 마구 죽인다. 툴쿤 무리는 싸우지 않는다는 자신들의 규칙에 따라 반격하지 않고 도망만 가고. 그대로 잡혀서 떼죽음을 당한다. 홀로 떠돌던 파야칸은 나중에 로아크가 위험에 처하자 사냥꾼의 배에 몸을 던져 죽음을 맡는다.


수많은 아름다운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죽음. 너무 많은 피' 로 이 영화가 남았다. 현실에서 그보다 더한 잔혹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을 것이고. 경각심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포획장면을 자세하게 담은 것이겠지만 스크린 한가득 툴쿤의 피가 번질 때 너무 괴로워서 눈을 가릴 수 밖에 없었다.


아바타를 보고 집으로 돌아와 할머니가 사오신 아구찜을 보니 속이 울렁울렁거렸다. 식탁 앞에 앉은 내가 징그러웠다. 일에 있어서는 쉽게 결심을 하면서, 음식에 대해서 그리고 삶의 우선순위를 바꾸는 것은 주저하는 내가 정말 이상하다. 공부없이 시작해서 빈혈이 생겼다는 좋은 핑계로 비건을 미루고 있지만, 사실은 주변 사람들과 식사할때 너무 불편하고 외로워서 포기했던 것이 크다. 올해는 다시 조금씩 비건에 가깝게 생활을 바꾸고 싶다. 양심에 따라 살아야 제대로 산다고 인식하게 될 것 같다.


겨울동안 길에 동물들이 죽어있는 모습을 종종 봤다. 슬픔보다 공포를 느꼈다. 추워서, 아니면 차에 치여서 죽음을 맞이했을까? 동물의 시체를 발견했던 길은 다시 가지 않았다. 다음날이면 누군가가 수습을 했겠지만 사체가 있던 길을 밟는 것이 끔찍했다. 한번은 비둘기가 집 앞에 죽어있었다. 찜질방에서 잠든 아주머니처럼 편안히 눈을 감고 있었다. 죽은 비둘기를 만진다고 내가 병드는 것도 아니고, 무서워할 일이 아닌데도 막연하게 공포를 느꼈다.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몰라 비명만 지르다 친구의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동물의 시신은 일반쓰레기로 버려야한다고 해서 봉투에 담아서 내놓았다. 그 후로 며칠 꿈에서 비둘기가 나왔다. 비둘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지만 비둘기에게 정식으로 장례를 치뤄주기는 커녕 그쪽으로 가까이 가지도 못해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던 나다. 인간의 메마르고 수월한 그 방식이 괴로웠고, 비겁하게 외면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동물을 향한 마음은 항상 마음의 빚처럼 있다.


자연과 가까이 하는 사람은 죽음에 의연해질 수 있다고 한다. 모든 것은 순환한다는 이치를 자연으로부터 배우기 때문이다. 나는 쭉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고 동물을 길러본 적도 없어, 생명에 대해서 조심스럽고 두렵다. 친구네 강아지나 고양이랑 놀면 즐겁고 반갑지만 이 친구들이 좁은 집 안에 사는 것이 맞을까?하는 고민에 빠져 깊이 사랑하지도 못한다. 생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보다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싶다. 죽은 동물을 보았을때 무서워서 외면하는 게 아니라 그를 위해 내가 옳다고 느끼는 행동을 하고 싶다.


사람들은 동물에 대한 관점에 대해선 다중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생활이 변화하는 것에 엄두가 나지 않아 환경에 대한 이슈에 귀를 닫고 싶어하는 나약한 마음을 건강한 쪽으로 변화시키고 싶다. 스스로 괴롭히기 보다는 이 마음을 들여다보며 계속 변화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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