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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아 Feb 04. 2017

목표를 이루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박상미, <나를 믿어주는 한사람의 힘>, 2016, 북스톤.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이 곁에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느려도 반드시, 반듯하게
목표를 향해 걸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 박상미,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 중에서.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은 작가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은 점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담은 책이다. 책 날개에 적힌 대로 "그들의 성공비결을 한 가지로 요약해주세요."라는 질문은 결국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절박한 고민을 변형한 것이기에 작가는 온 마음을 다해 이 글을 적어내었다고 한다.


p.7 제가 본받고 싶은 삶,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의미 있는 삶을 타박타박 오랜 시간에 걸쳐서 따라 걸은 다음에야, 그분들의 목소리를 글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깊은 눈빛과, 흘리는 눈물의 온도와, 마주 잡은 손의 체온과,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삼키며 잠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릴 때의 적막함. '말 없는 말'까지도 가슴에 담아와서 한참을 삭혀야만 글이 되었습니다. 한평생이 빚은 '영혼의 역사'를 함께 쓰기 위해 우리는 만났으니까요. (박상미)


나는 전작 <마지막에는 사랑이 온다>를 읽고 단번에 박상미 작가의 팬이 되어버렸다. (실은 처음 본 날 아주 맛있는 독일 육포를 주셔서 그때부터..) 그녀는 타락죽 같은 사람이다. 먼 옛날 임금님의 아픈 속을 달래주기 위해 귀하디 귀한 식재료인 우유로 정성을 다해 끓였다는 타락죽. 입천장이 델 만큼 뜨거워서 누군가 호호 불어 먹여줘야만 하는 그 음식을, 그녀의 미소를 보고 있기만 해도 한 그릇 든든히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책도 그래서 아주 천천히, 몇 번을 나누어, 아껴 읽느라 한참 시간이 걸렸다.



박상미 작가는 문화평론가이자 '공감 스토리텔러'로 활동하고 있는데 조금은 생소한 이 직업에 대한 설명을 작가에게 직접 들어볼까.


p.7 저는 다행히 이야기를 쓰고 찍는 사람이 되어 살고 있어요. 제 관심사는 여전히 살아 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에요. 역경을 이기고 마침내 꿈을 이룬 사람들의 '영혼의 역사'를 카메라에 담을 땐 다큐멘터리 영화가 되었고, 글로 쓸 땐 인터뷰 에세이가 되었습니다. (박상미)


그래서 이 책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인터뷰가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무척 재미있다. 예를 들어, '열다섯 살 장돌뱅이는 장사 수완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했다.'는 글을 읽으면 으음~ 하고 말겠지만,


p.108 미군부대 하우스보이로 1년 반 정도 일했어요. 영어도 배우고, 사회생활이란 걸 처음 배웠죠. 그 후에는 대구역에 있는 양키시장에서 미군부대 통조림을 떼다 파는 장사를 시작했어요. '아지노모토'라는 일제 조미료도 팔았지요. 미군부대 중개상한테 싸게 물건을 받아서 포대에 짊어지고 다니면서 냉면집, 중국집에 조미료를 팔았는데 인기가 아주 좋았어요. 온종일 부지런히 다니면 대구 시내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었는데, 조금 남기고 많이 파는 게 서로 좋다는 마음으로 무조건 싸게 팔고 어른들에게 예의바르고 친절하게 대했어요. 저를 믿는 단골이 많았죠. (표재순)


라는 글을 읽으면 우와~ 하게 된다. 눈을 반짝이며 단번에 기억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지 말아라는 단순명쾌한 책들 사이에서 이야기책들은 다소 비효율적이고 알쏭달쏭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편이 좋다. 이런 일이 있었다는데 넌 어떻게 했을 것 같아? 하고 다정하게 물어봐주는 것만 같다.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내가 무척 좋아하게 된 몇가지 이야기들을 정리해 보았다.




1. 목표를 이루는 힘은 나를 믿어주는 가족들에게서 온다.


p.67 나는 고마워서 절을 하고 쌀자루를 건네주었죠. 어찌나 걸음이 빠른지 어머니를 돌아볼 틈도 없이 쫓아가야 했어요. 한참을 가다가 갈라지는 길이 나와서 나는 어머니를 놓칠까 봐 쌀자루를 돌려달라고 했죠. 그 청년은 '그냥 따라와' 한마디만 내뱉고 더 빨리 걷는 거에요. 갈라지는 길목에서 망설였죠. 계속 따라가면 어머니를 잃을 것 같고, 엄마를 기다리면 쌀자루를 잃을 것 같아서….

동생을 업어서 걸음이 느렸던 어머니는 한 시간이 지나서야 나타나셨어요. 맨몸으로 울고 앉아 있는 나를 보시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쌀… 쌀자루는?' 하고 물으시는 거야. 울먹이며 사정을 얘기하니, 어머니 얼굴이 노랗게 변했어요. 한참 말이 없던 어머니가 내게 어떻게 하신 줄 알아요? 내 머리를 가슴 깊이 껴안고 울기 시작했어요. '내 아들이 영리하고 똑똑해서 어미를 잃지 않은 거야… 참 다행이다. 고맙다, 내 아들아….' (박동규)


밤새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영리하고 똑똑한 아들'이라는 따듯한 위로를 받은 박동규는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여 서울대학교에 입학, 졸업 후 모교의 교수가 된다. 의도치 않게 큰 실수를 하게 된 어린 아이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 위축된 마음을 다시 펴줄 수 있는 존재가 있음이 부럽다.


p.201 예전에 시골에 가면 사람들이 농한기에 사랑방에 모여 새끼를 꼬며 고전소설을 읽어요. 어느 날 저보고 읽어보라고 해서 또박또박 교과서 읽듯이 읽으니까 어른들이 아주 좋아했어요. 그날부터 저녁마다 불려나갔죠. 춘향전엔 야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그건 어린아이가 읽으면 안 된다' 했다가 '너는 뭔 얘긴지 모를 테니 그냥 읽어라' 그랬어요. 그땐 이미 뭔 얘기인지 다 아는 나이였어요.(웃음) (황현산)


왜냐하면 어린 아이들은 자기를 먹여주고 재워주는 존재를 너무나 의지하고 사랑한 나머지 그의 웃는 얼굴에 안심하고 화난 얼굴에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주 좋아'하는 모습은 햇살처럼 아이들의 잠재력을 꽃피워낸다.


p.239 저는 유급당할 때까지 공부 못하는 게 창피하지도 않았고 공부 안 하는게 잘못된 것인지도 몰랐어요. 부모님께서 야단을 치지도, 걱정하지도 않으셨기 때문이죠. 그저 건강하고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는 게 최고라고 하셨어요. 학교에 갈 땐 친구와 나눠 먹을 과자를 챙겨주셨죠. 그래서 어린 시절에는 동네 친구들과 맘껏 뛰어놀고 배불리 먹은 것밖에 기억나지 않아요. 무슨 일을 하든지 어른들 눈 밖에 나지 말고 친구들의 신뢰를 잃지 말라는 당부만 하셨어요. 그리고 남에게 도움을 줄 줄도 알아야 하지만 도움을 청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하셨죠. 머리 잘 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마음 쓸 줄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치셨어요. 그런데 유급을 당했을 때 처음으로 아버지께서 한마디 하셨어요. '두 번은 그렇게 하지 말라'는 당부였고 어머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셨어요. 아버지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이었죠. 그게 다였지만 제게는 충분한 메시지였어요. (조벽)


그래,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p.162 남편이 사기를 당해서 사업이 부도가 나고 교도소에 가게 되었을 때, 아버지는 매일 새벽 전화를 걸어오셨어. '안녕하세요, 멋진 우리 딸 전우경 씨 맞나요? 지금 정말 좋은 인생 경험 하고 있는 거 아시죠? 남편에게 잘하세요. 오늘 내가 읽은 책에 좋은 구절이 나와요. 읽어드릴까요?' 이런 대화를 매일 주고받았어. (전우익의 딸 전우경)


이 이야기들을 읽고 나는 몇일 밤을 울었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들에 비해 너무나 초라하고 아픈 내 이야기.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기억들이 떠올라 눈물이 되어 떨어졌다. 만약 나에게 선택의 기회가 있었다면 나는 내 부모를-무척 사랑하고 존경하지만-절대 고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게 나는 원치 않는 자식, 인생의 짐이었고 그래서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사랑받지 못했으니까. 열몇과목의 시험에서 단 한문제를 틀렸다는 이유로 매를 맞고 밥을 굶고 차가운 방에 가둬졌던 기억들과,


p.292 "엄마, 그때 다른 사진을 선택했더라면 엄마 팔자가 달라졌겠지? 엄마, 내가 대신 사과할게. 미안해."

"사람은 지 팔자가 있는기라. 그때 다른 사진을 선택했다면 니를 못 낳았겠지. 내 팔자가 어때서!" (박상미)


병으로 고생하던 엄마가 악을 쓰듯 내뱉은 "너 때문에 내가 아프다. 니가 생기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달랐을텐데."라는 말이 꿈꾸듯 되풀이되었다. 무언가 결핍되어 절대 성공할 수 없을 사람ㅡ누군가 나를 그리 평할까, 아니 자신감이 모조리 사라진 내가 나를 그렇게 생각하게 될까봐 두려움에 떨었다.


그래도 내가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가족을 만들 기회가 있다는 사실 덕분이었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한다면 내게는 새로운 가정이 생긴다. 오랜 시간동안 몸에 새겨진 원가족의 모습을 지우기 위해 행복한 가족과 부부의 모습들을 보고 또 보고 기억에 새겼다.


p.24 같이 살 땐 그 사람의 소중함을 모르는 게 부부예요. 남편이 나를 끝없이 지지해줬기에 배우 노릇을 할 수 있었어요. 단 한 번도 내게 트집잡지 않았어요. 그러니 결혼하고 아이 낳고서 처녀 때 포기한 연기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죠. 남편은 나를 가장 잘 파악한 사람이에요. 당신은 좋아하는 걸 해야 하는 사람, 하고 싶은 걸 못하고 살면 무너질 사람이라고 그랬어요. 좋아하는 걸 하고 살라고 평생 나를 도와 줬어요. 그게 사랑이야…. (김혜자)


그래, 이런 사람을 만나면 돼. (만날 수 있을까?)


p.110 아내는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돈 안 되는 연극을 접고 열심히 장사에 매달리는 남편을 보며 흡족하겠거니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밤낮없이 배달하느라 앉을 틈도 없던 그를 지켜보던 아내가 어느 날 말했다. "당신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제가 장사꾼 표재순에게 시집온 줄 아세요? 당신이 갈 길을 가세요!" (표재순)


이렇게 사랑 어린 혼냄이라면 백번 천번도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그렇게까지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있긴 할까?)


p.130 누군가 적극적으로 믿어주고 지지해주면, 자신감 있는 사람이 됩니다. 제가 얼마나 자신감 없고 벌벌 떠는 사람이었는지 몰라요. 그런데 결혼 후 아내가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저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놓았어요. 말보다 말 없는 지지의 눈빛이 사람을 만드는 것 같아요. (표재순)


나도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거야. (정말 나도 이런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아직도 확신은 없지만,


p.85 일상의 기쁨이나 슬픔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니? 그걸 다 겪는 데 결혼이라는 게 큰 역할을 하기도 해.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다. 그럼 하는 게 인생의 거름을 많이 얻는다. 고통이 거름이 된다. (이병복)


지레 겁먹고 포기하면 더 후회할 것 같아서 힘껏 노력해보기로 결심한다.




2. 목표를 이루는 힘은 우연히 만난 인연에게서 온다.


다행히 나에겐 좋은 친구들이 많았다. 하늘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베풀어준 호의인지 아니면 살아남기 위해 자연스레 갖게 된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귀한 인연의 냄새를 유난히도 잘 맡는다. 따듯하고 너그러운 사람을 발견해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곁에 다가가면, 그는 이내 나를 귀여워하며 쓰다듬고 맛있는 먹이를 준다.


대학 때 만난 선배들과 친구들은 특히 형제자매처럼 나를 챙겨주었고 그때부터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어울려 사는 법을 배웠다.


p.149 우린 좋은 친구들이 많았어. 권정생, 이오덕과도 친했지만 우리 둘이 제일 친했지. 판화가 이철수가 옛날식 소주를 잘 담가. 그 독한 소주 먹으러 자주 갔지. 전우익 선생과 안동, 영주 여행을 많이 했어. 산속의 약초 같은 사람이지. 참 그리운 시절이야. 사랑채에서 군불에 된장 끓여주면 정말 맛있었는데… 전 선생과 소백산 올라갔을 때가 벌써 20년 전이네. 장비도 없이 한겨울에 둘이 올라갔어. 눈을 잔뜩 맞고, 미처 하산하지 못한 서른 명 정도가 작은 산장 안에서 선 채로 밤을 새웠던 기억이 나. (신경림)


어린애처럼 바보처럼 놀았던 추억들을 이야기하자면 밤을 새도 모자라다. 묵묵히 곁을 지키며 나를 배려해 준 친구들이 있어 아무리 힘들어도 웃으며 그 시간들을 무사히 헤쳐나올 수 있었다.



주고받은 편지들과 공연 티켓, 사진, 놀이동산 입장권, 재미로 샀던 로또.. 꺼내보면 그 때가 생생하다. 단짝친구 H와의 추억은 너무 많아서 따로 보관 (윗쪽 상자).



p.185 어느 날 새벽에 한 녀석이 문자를 보내왔어요. '선생님, 저 지금 학교 옥상에 와 있어요.' 바로 일어나서 자는 선생님들 다 깨워서 애를 찾아보라고 당부하고, 학교는 난리가 나죠. 하지만 저는 아주 침착하게 답을 해요. '달빛이 그렇게 좋으냐? 여기는 별도 안 보디는데, 거기 달빛은 어때?' 이러면서 시간을 끌어요. 그러면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죠. '추운데 얼른 내려와~ 집에서 자자. 응?' 그러면 아이는 '나는 선생님이 이래서 좋아요' 그래요. '그치? 나도 네가 얼마나 착한 아이인지 알아' 이러죠. (인순이)


맘놓고 어리광을 부릴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건 오히려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이렇게 사랑받는 나는 어쩌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멋진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믿음이 생긴다.


p.103 그러나 이병복의 가슴에는 언제나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다. 그 때문에 끊임없이 재능을 키우고 간절한 에너지를 쏟아서 남이 하지 않은 새로운 것을 창작해낼 수 있었다. (박상미)


아무데도 기댈 곳이 없었던 내가 무사히 대학원까지 졸업했던 것도 우연한 만남에서 얻은 도움 덕분이었다. 한 사람이 재능을 키우고 꿈을 이뤄가려면 대단한 자본이나 가르침이 필요 할 것 같지만 아니다.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물질적 지원과 무너지지 않을 수 있도록 해주는 작은 정신적 격려면 충분하다.


p.135 무궁화호 밤 열차를 타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온 나는 백일장이 열리는 오전 내내 잠이 쏟아져서 원고지 위에 엎드려 잤던 것 같다. 키 작은 할아버지 한 분이 다가와서 '일어나서 글을 써야지' 하고 깨워주었는데, 나중에 시상식장에서 보니 그분이 신경림 시인이었다. 다행히 상도 하나 받아서 상금 30만 원이 덤으로 엊혀 왔는데, '먼 데서 온 사람이 상금을 받아서 참 좋다. 여비는 충분하겠구나' 하시며 반달 같은 작은 눈으로 웃으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박상미)


이렇게나 다정하든,


p.92 자보 선생이 내게 충고를 했어. '병복은 한심하다. 예술적 재능은 남편보다 많은데 살림만 하느냐? 남편 제치고 너도 해라. 제대로!' 그때 깨달았어. 꼬불꼬불 돌아가도 그게 다 운명이야. (이병복)


매섭든 나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해주는 말 한마디는 두고두고 힘이 된다. 어린 나무처럼 그에 기대어 자라나는 것이다.


p.174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내가 싸워야 하는지, 참아야 하는지, 판단을 못할 때가 있잖아요. 우리는 공부는 물론이고, 이런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학교가 되고 싶어요. '공부 열심히 해서 사람들 보란 듯이 성공하자.' 우리는 아이들한테 그런 말 안 해요. 내가 잘못하지 않았을 때는 당당하고 차분하게 내 주장을 하고, 내가 잘못했을 때는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잘못을 고치자고 가르치지요. (인순이)


꼭 나와 소통해주지 않더라도 내가 바라보고 닮아갈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도 무척 즐겁다. 힘껏 자신의 삶을 견디며 쌓아온 많은 것들을 나누어주셨던 고마운 인연들을 떠올리며 비로소 웃었다.




3. 목표를 이루는 힘은 나에게서 온다.


하지만 모두의 마음이 항상 나와 같지는 않은 법.


p.29 지금 정말 마음 아픈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제 말을 꼭 기억해주세요. 인간의 사랑은 늘 불안한 거죠. 변치 않는 사랑은 신의 사랑밖에 없어요. (김혜자)


너무 많은 마음을 쏟았다가 다치기도 하고, 너무 많은 기대를 했다가 쓰러지기도 하며 깨달았다. 언제 어디서나 나와 함께하며 나를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밖에 없다는 것을. 처음에는 다소간의 비탄이 섞여 있었지만 지금은 본연의 담담함을 회복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타인과도 더욱 건강한 관계를 맺게 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p.265 저는 매일 스스로에게 물어요. '너 지금 필요한 게 뭐니? 하고 싶은 게 뭐야? 내가 어떻게 도와줄까?' 알고 보면 참 작은 거죠. 묻다보면 답을 제가 다 알고 있더라고요. 답을 알아도 누군가로부터 위로받고 인정받고 싶을 때가 있죠. 나를 안아줄 사람이, 기댈 사람이 없을 때가 많죠. 그럴 땐 내가 먼저 가서 손을 잡으면 됩니다. (김현영)


말하자면 혼자서도 행복한 사람이 관계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거다. 평온한 일상 속에서 내가 원하는 바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내가 살아가는 환경을 잘 꾸며야 한다. 만나는 사람, 겪는 일, 하는 생각 등. 때로는 고독을 즐기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와 안정적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경계나 한계를 짓지 않고 되도록 다양한 일들을 경험해보도록 한다. 기운이 나는 생각의 길들을 기억해둔다. 그렇게 하나 하나 위해주며 나를 지킨다.


p.180 경험해봐야 꿈이 생기잖아요. '다음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데이트할 때 같이 와야겠다' 또는 '돈 많이 벌어서 우리 엄마랑 꼭 와야지' 이런 소박한 꿈을 많이 꿀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인순이)


사실은 아직도 많이 서툴다. 몇년 전 자의반 타의반으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너무 외로운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해서 그나마 가지고 있는 재주를 재능기부하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p.275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한국에 왔을 때, 너무 외롭고 힘들었어요. '나눔의 집' 할머니들을 찾아가서 봉사를 시작했어요. 사실 봉사라기보다 할머니들이 저를 딸처럼 손녀처럼 더 따뜻하게 품어주셨어요. (두나 섀년 하이트)


주변에서는 참 착하다, 대단하다고 했지만 쑥쓰러웠다. 이기적인 이유로 시작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준 것보다 받은 게 훨씬 더 많았다. 덕분에 낯선 도시에 정을 붙이고 나름의 생활을 꾸려갈 수 있었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도 금새 친해질 수 있는 새로운 재주도 생겼다.


p.33 내 마음이 행복해서 하는 일이니까, 나를 위한 거예요. 누구를 대가 없이 사랑할 수 있다는 건 그들을 돕는 것이기도 하지만 내 삶이 행복해지는 최고의 방식이에요. 조건 없이 사랑을 주는 건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김혜자)


내가 갖고 태어나지 못한 것, 갖고 있었지만 잃어버린 것, 갖고 싶어도 절대 가질 수 없을 것들에 대한 원망도 어느새 녹아 사라졌다. 그렇게 나를 지키는 방법들을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그럼 언젠가는 이 책에 나오는 멋진 사람들처럼 내 아름다운 꿈도 이뤄가며 살 수 있겠지.



책의 마지막 챕터는 작가 박상미의 이야기이다. 독일에 간 첫 날부터 가방을 잃어버린 박상미. 낯선 땅에서 혼자 공부하던 시간을 그녀는 어떻게 스스로를 믿고 위로하며 견뎠을까.



p.171 살다 보면 예상치 못했던 난관에 부딪히는 날이 있잖아요. 나는 절대로 겪지 않을 것 같은 일을 어느 순간 겪기도 하더라고요. 인생이란 것이 크고 작은 일을 헤쳐 나가면서 성장하는 것 같아요. 헤쳐나갈 일이 없으면 인생에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인순이)


마냥 쉽고 편안하지만은 않겠지만,


p.45 꿈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면, 누구든 인정받는 날이 온다고 믿어요. 그게 마흔이든, 오십이든… 단, 스스로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겠지요. (김혜자)


아직 열심히 노력할 수 있는 시간도 많이 남았고,


p.82 내가 맡은 일은 무슨 일이든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덤벼야 해. 내가 무대미술을 어디 가서 배울 데가 있었어? 스승이 있어? 대표니까 막은 올려야 하니, 발등에 불은 떨어졌는데 사람은 없지, 의논할 데도 없지, 어쩔 거야? 그래서 북도 치고 나팔도 불다 보니까 그 세월이 다 갔어. (웃음) 미친 것처럼 정성을 쏟아야 무엇이든 된다. (이병복)


북도 치고 나팔도 불며 나아가다보면 어떻게든 된다고 하니까.


p.107 "하고 싶은 게 지금도 너무 많다"는 백발의 소년은 수줍게 웃는다. (표재순)


사실은 나도 하고 싶은 게 참 많아. 그리고 그걸 하나 하나 해나갈 수 있는 권리가 원래부터 나에게 있었다는걸 깨달았기에 주변 환경이나 지나가버린 일들을 탓하지 않겠어. 백발이 되어서도 그런 부정적인 감정에 나를 내어주기보다는 꿈길만을 걷게,


p.155 다시 태어나도 내가 할 일이 시 말고 또 있을까? .. 남은 삶도 시를 많이 쓰고 싶어. 오로지 시만 쓰고 싶어. (신경림)


내가 나를 믿고 응원하고 사랑해주고 싶어. 그럴거야. 그렇게 될거야, 꼭.





성공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에요.
자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성공한 거예요.

- 인순이, 박상미 저, <나를 믿어주는 한사람의 힘> 중에서.




이런저런 이유들로 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나를 사랑할 수 없을 것만 같을 때 꺼내 보아야 할 책. 이렇게 또 한 권의 책이 나에게 왔다.



"그래야 니가 잘될 줄 알고. 엄마가 미안하다." 자기를 무척 힘들게 했던 어머니가 어느날 작가에게 했다는 그 말에 나도 그만 울고 말았다. (출간기념 북토크. 사진-북스톤출판사)



작가의 다른 글과 활동 소식은 "박상미의 The공감" 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facebook.com/parksangmi/






(책 본문은 회색으로, 제 생각은 검은색으로 표기하였습니다 :D )












(C) 2017. 럭큐레이터. 1일 1책 1글을 행하며 나를 배우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https://facebook.com/junekwon51

블로그-1 https://brunch.co.kr/@junekwon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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