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을 감추는 방식

《스토너》중반부를 읽고 있다.

by 노운

나는 뭐든지 정의하고 분류하기를 좋아한다. 무엇인지 알아야 마음이 놓인다. 인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특징들을 정리하고 그 특징이 만들어진 배경과 동기를 찾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은 부류가 하나 있다.


《스토너》에 나오는 로맥스나 워커 같은 부류다. 이들은 겉으로 보기에 이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다. 분명 이면에 다른 의중이 있는데 그 의중을 알지 못하면 그들의 행동은 납득되지 않는다. 차라리 그 의중이라는 것을 말하면 합의점을 찾을 수도 있을텐데 그건 절대 말하지 못한다. 보통 너무 이기적이거나 너무 짜치는 이유이기 때문에. 그래서 자신이 가진 알량한 권력, 혹은 권리(라고 주장하는 아집)를 휘두르며 날뛴다. 마구잡이 칼춤일 때도 있고 정교하게 계산된 저격일 때도 있다.


문제는 그 의중을 끝내 알 수 없기 때문에 타협점을 찾기가 어렵다.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거나 끝까지 싸우거나 둘 중 하나 밖에 없다. 이들은 자기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무엇이든 해 왔테고 그 결과 이게 먹힌다는 교훈을 학습했을테니까. 흔히 말하는 진상짓이랑 똑같다. '이게 되네?'가 낳은 괴물이랄까(aka '이낳괴)


지난 회사에서도 비슷한 사람들이 있었다(그런 사람들은 꼭 자기네끼리 친하더라).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행동의 근원은 무능이었던 거 같다. 무능하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하고, 그렇다고 무능한 채로 살아갈 용기도 없는 사람들. 그래서 그들은 상황을 통제하고 사람들 조종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밖에 없었던 게 아닐까.


내 의문이 말끔히 해소되진 않는다. 무능과 열등감이 같은 형태로 발현되는 건 아닐텐데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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