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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Jan 1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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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야,

배불뚝이 아저씨 좀 불러줄 수 있겠니ᆢ


엄마가 마지막 가기 전에 보고 싶어 한 사람은 옛날 남자 친구 S 였다

정혜가 고등학교 때 엄마가  만났던 엄마의 남자 친구 ㅇㅇ 아저씨

작은 키에 배가 볼록 나온 만화 캐릭터 닮은 아저씨였다


이모, 고모도 아니고 절친 친구들도 아닌

그 아저씨가 마지막 가는 길에 보고 싶다니 웬 말인가

주말에 잠깐 병동에 들렀다 골프 치러 가는 아빠는 그 말에 전혀 개의치 않고  섭섭해하지도 않으셨다

그 당시 아빠는 엄마 속을 엄청 썩이고 있을 때였으니까

가는 마당에 괜한 어깃장을 놓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엄마의 전화번호를 받아 늦은 밤 전화를 했다

"ㅇㅇㅇ씨 댁 맞나요?"

"저 혜자 씨 큰딸 정혠데요  아저씨 맞으세요?"

"아저씨, 엄마가 많이 아픈데요 아저씨를 한번 뵈었으면 하시네요"

"엄마는 지금 강남 삼성병원 암병동 중환자실에 계세요"


참을 저쪽에서는 아무 말이 없다

그리고 전화가 끊어졌다

차마 엄마에게는 그 상황을 말할 수가 없었다


거짓말을 했다

"엄마, 아저씨 조만간 들러 주신다고 했어요"

엄마 얼굴에 미소가 잠깐 스치듯 지나갔다

그리고 엄마는 해후를 못한 채 보름 후 하늘나라로 가셨다


어찌 알았는지

빈소에 초로의 신사 한분이 나를 찾아오셨다

옛날에 엄마와 함께 본 적이 있던 그 아저씨였다

내 손을 잡으며 고개를 숙이셨다

"미안해ᆢ"

"미안해ᆢ"

"일찍 오지 못해서 미안해..."


엄마는 이날 결국

옛날 애인을 만나셨고

20년째 불륜의 막을 내렸다


이날 아빠와 아저씨는 서로  처음 인사를 나눴다

나는 아저씨를 아빠에게 엄마의 옛날 연인이라고 소개했다

엄마가 가장 힘들고 외로울 때 위로가 돼준 사람이라고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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