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 화가 김낙필 Jan 08. 2022

지민이가 내게로 왔다





지민이가 내게로 왔다




까탈스럽고

뻔뻔하고

다소 거만하고

깐족거리고

잔소리도 많은 지민이가 내게로 왔다


연예인인 걔는 엄마가 늘 붙어 다녀서

연애질도 못하고

나쁜 길로 빠질 일은 없었지만 대신 친구가 별로 없다

엄마의 과잉보호 때문이다


딱 한번 소속사 동료와 연애를 했었지만

학력이 엄마 맘에 안 들어서 결국 헤어졌다

그 후론 그런 모녀관계가 소문이 나서 지민에게 다가오는 이성 친구는 씨알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게 사십 줄에 들다 보니

꽃다운 시절도 다 지나가고 중년에 접어들었다

얼굴도 체형도 체력도 모두

저물어 빛을 잃어갔다


남보다 월등한 외모가 주 무기였지만

개화기는 지나고 시드는 시절이 온 것이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건 당연 지사 일수밖에 없다


불야불야 모친께서 이곳저곳 매파를 넣어보지만

이미 소문난 모녀의 이력이 도처에 파다해 먹힐 리가 없다

아, 과보호가 이렇게 큰 과실을 가져오는구나 깨달았을 땐 이미 그녀는 시들어지는 꽃이 되고 말았다


그런 콧대 높던

지민이가 동네 친구인 내게 왔다

자신을 좀 어떻게 안 되겠냐고

준비됐으니  몸만 오면 된다고

평생 자기가 벌어 먹일 테니 집 지키고 살림만 하라고 사정한다


평생 놀고먹어도 되는

나보다 세 살 많은 지민이와

평생 먹여 살려야 하는 철없는 이십 세 여자 친구 광숙이 사이에서 고민하다

선택의 기로에 있다


돈 많고 유명한 지민이가 내게 왔다

받을까 말까

장모 자리가 맘에 걸리긴 한데ᆢ

매거진의 이전글 사   람    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