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이가 내게로 왔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지민이가 내게로 왔다




까탈스럽고

뻔뻔하고

다소 거만하고

깐족거리고

잔소리도 많은 지민이가 내게로 왔다


연예인인 걔는 엄마가 늘 붙어 다녀서

연애질도 못하고

나쁜 길로 빠질 일은 없었지만 대신 친구가 별로 없다

엄마의 과잉보호 때문이다


딱 한번 소속사 동료와 연애를 했었지만

학력이 엄마 맘에 안 들어서 결국 헤어졌다

그 후론 그런 모녀관계가 소문이 나서 지민에게 다가오는 이성 친구는 씨알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게 사십 줄에 들다 보니

꽃다운 시절도 다 지나가고 중년에 접어들었다

얼굴도 체형도 체력도 모두

저물어 빛을 잃어갔다


남보다 월등한 외모가 주 무기였지만

개화기는 지나고 시드는 시절이 온 것이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건 당연 지사 일수밖에 없다


불야불야 모친께서 이곳저곳 매파를 넣어보지만

이미 소문난 모녀의 이력이 도처에 파다해 먹힐 리가 없다

아, 과보호가 이렇게 큰 과실을 가져오는구나 깨달았을 땐 이미 그녀는 시들어지는 꽃이 되고 말았다


그런 콧대 높던

지민이가 동네 친구인 내게 왔다

자신을 좀 어떻게 안 되겠냐고

준비됐으니 몸만 오면 된다고

평생 자기가 벌어 먹일 테니 집 지키고 살림만 하라고 사정한다


평생 놀고먹어도 되는

나보다 세 살 많은 지민이와

평생 먹여 살려야 하는 철없는 이십 세 여자 친구 광숙이 사이에서 고민하다

선택의 기로에 있다


돈 많고 유명한 지민이가 내게 왔다

받을까 말까

장모 자리가 맘에 걸리긴 한데ᆢ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