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 리 는 바 다

by 시인 화가 김낙필





비 내리는 바다 앞에 서 본 적이 있는가

억장이 무너져 내릴 때

부서지는 파도 앞에 서 보라

비 맞은 새처럼 울어보라


포구를 삼키는 커다란 파랑이 폭우와 손잡고 괴물처럼 달려들 때

그 속으로 들어가 보라

바닷속은 안온하다

그럼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바람 불고 비 내리는 바다는 오히려 온화하다

끝없는 밀물이 다소 애처로울 뿐이다

사람의 속은 변덕이 많다

종재기 만한 속이 어찌 거대한 바닷속을 알 수가 있을까

그래서 바다 앞에 서는 거다


비가 내린다

바람이 분다

포구가 운다

새가 추락한다

수평선이 죽었다

배가 뒤집힐 듯 출렁인다

그리고 사라진다


출렁일 때 바다에 간다

비 내리는 바다에 서면 죽음이

살아난다

만사가 무의미해지면

그렇게 다시 살아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