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 年

by 시인 화가 김낙필





돋보기 쓰고 책을 읽다가

책 잡은 손등 푸른 핏줄이 문뜩 도드라져 보인다

보이지 않던 살가죽 주름이 가득하다

돋보기 없는 늙은 눈은 주름을 채 보지 못한 채 지나치며 살았구나


유심히 손바닥, 손등을 살펴보니 피둥피둥하던 살은 간데없고 거죽만 앙상하게 남았다

눈이 늙어 진실은 어둡고 돋보기가 진실을 말하누나

아, 몰랐어

내가 이리 늙어있는 줄을


알면 또 뭐하리

모르고 사는 게 오히려 나으리니

그냥 눈먼 채로 살아가자

책도 던져 버리고

돋보기도 던져 버리고

심사마저 던져 버리면

남는 것은 허울뿐

거죽만 남은 육신이 허수아비처럼 남아있다


아, 나는 여태 나를 속고 속이며 살고 있었구나

어리석은 자여

간교한 세월이여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