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도 너무 가벼웠던 그 겨울

by 시인 화가 김낙필





삿포로에 내리는 눈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선술집 창마다 새어 나오는 불빛은 아련하고 아름다웠다

며칠 몇 밤을 한없이 내리는 눈은 영영 그칠 줄을 몰랐다

가벼운 너무도 가벼운 마음으로 몇 날을 눈 속에 갇혀 지냈다


사람들은 아침마다 집 밖으로 나와 눈을 치우고 길을 만들었다

그렇게 쌓인 눈은 성벽처럼 단단하고 견고했다

자물쇠에 채워진 언약처럼 가볍지만 행복했다

홋카이도 레일의 철컥이는 소리처럼 먼바다가 들어왔다

그리고 눈 덮인 수많은 마을들을 동화처럼 지나갔다


눈처럼 가볍고 행복했던 시간

눈보라 속을 헤치며 방황하던 시간

가벼워도 너무 가벼웠던 시간들이 눈발처럼 흩어졌다

온통 너를 향해있던 겨울은 천사의 날개 같았다

겨울 버스를 기다리던 시간조차도 한 폭의 풍경 같았던

눈보라 속 겨울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