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만개했다
예전 같으면 동네가 구석구석 향기로울 텐데
마스크를 쓰고 살다 보니 그 들큼한 맛조차 없어졌다
마스크를 내리고 코 끝으로만 심호흡을 한다
내 유년의 꽃이여
애인 같은 꽃이여
시름없는 꽃이여
추억 속의 앨범 같은 꽃이여
그 향기에 마음 설레던 꽃이여
두고두고 마음속에 새겨놓은 꽃이여
그대와의 거리가 태평양을 건너왔더라도
지척 같은 향기가 너를 닮아서
환하게 웃을 때마다
흔들리는 냄새였다가
가장 먼 나라였다가
가장 가까운 소리로 고작
흐트러지고 마네
향기가 짙으니 수명도 짧아서
비바람 가고 나면 홀연히 져버릴 내님 같은 향기
그윽한 가슴에 가득 채우고
봄날은 또 무심하게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