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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Apr 20. 2022

라일락꽃 필 때





꽃이 만개했다

예전 같으면 동네가 구석구석 향기로울 텐데

마스크를 쓰고 살다 보니 그 들큼한 맛조차 없어졌다

마스크를 내리고 코 끝으로만 심호흡을 한다


내 유년의 꽃이여

애인 같은 꽃이여

시름없는 꽃이여

추억 속의 앨범 같은 꽃이여

그 향기에 마음 설레던 꽃이여

두고두고 마음속에 새겨놓은 꽃이여


그대와의 거리가 태평양을 건너왔더라도

지척 같은 향기가 너를 닮아서

환하게 웃을 때마다

흔들리는 냄새였다가

가장 먼 나라였다가

가장 가까운 소리로 고작

흐트러지고 마네


향기가 짙으니 수명도 짧아서

비바람 가고 나면 홀연히 져버릴 내님 같은 향기

그윽한 가슴에 가득 채우고

봄날은 무심하게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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