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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Apr 22. 2022

짧은 인연, 긴 이별/김낙필





봄에 만나서 겨울에 떠났더라도
인연은 남아서
이렇게 황홀한 봄날이 다시 오고
눈 퍼붓는 겨울이  또 오지 않는가

나는 숨 거두는 이별을 했다
동백 목줄 떨구는 소리를 듣는다
비스듬히 눕는 햇살을 잡고 몽롱한 자위를 한다
팔딱거리는 맥줄을 잡고 기우는 너의 무릎 위에 눕는다

우리의 인연은 짧아서 격렬했다
우리의 이별이 길어서 목 잘린 꽃잎처럼 황홀했다
인연은 왔다 가는 것
이별도 오고 가는 것
나는 그저 비스듬히 기울어 잠들고 숨 거두는 황홀한 저녁

인연은 이렇게 조롱하며 왔다 가는 것
그대가 떠난 봄날에도 저수지 주변으로 노을은 지고 황조롱이 한 마리 떠 도는데
저녁은 수치스럽고 안온하지 못했다

이미 꽃들은 져서
숨 막히는 고요만 남고
긴 이별 끝에 인연의 목줄 끊기는 소리를 듣는다

가을에 만나서 다시 어느 가을에 떠났더라면
이렇게 슬프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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