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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화가 김낙필 Apr 24. 2022

소주 한잔 하실라요





매일 소주 두병씩 먹는다는 구십오 세 노인네는

술이 밥이고 약이다

안 먹으면 손이 떨리고 잠이 안 와서 마셔야 산다


전쟁통에 황해도에서 홀로 내려와

평생을 고향땅을 생각하며 술을 마셨다는 그 노인네는 이제 술이 고향이고 친구이고 형제였다고 말한다


술이 그를 미치지 않게 지켜줬고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내게 한 위로였던 것이다

그에겐 생명수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술이 그 생명을 살린 것이고

한강 다리를 뛰어내릴 수많은 다른 사람들의 생명도 지켜준 것이다


이 노인네가 아파 누웠다

병원에서는 술을 못 먹으니

죽는 일만 남았다

이제 황해도 고향 땅은 죽어서나 밟을 수 있겠다


종로 2가에서

오천 원짜리 머리 깎고 이천오백 원짜리 해장국 먹고 삼천 원짜리 옷 사 입는 노인의 월수입은 천만 원이다

모으기만 쓸 줄을 몰랐던 그의 수백억 재산은 어디로 갈까 궁금하다


길거리에 앉아 소주 한잔 하실라요?

갑자기 코 물이 나올라하네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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